동산수상행 東山水上行
중국 양나라 무제 때의 부대사傅大士의 게에 이런 구절이 있다.
"다리는 흐르고 물은 흐르지 않는다."
상식의 세계에서 다리는 절대로 움직이지 않으며 그 밑을 물이 흐르고 있다.
그러나 만약에 흐르는 물에 눈을 옮겨서 본다면
물은 멈춰 있는데 다리가 흐르고 있다. 이렇게 보는 것이 선의 세계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다.
내가 볼 때 "저놈은 건방진 놈이다."라고 하더라도
저쪽에서 본다면 내가 건방진 놈일 수가 있다.
이렇게 시점을 달리해서 생각하면 세상은 전혀 달라 보인다.
이렇게 선어에는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
동산수상행'이 그 가운데 하나이다.
동산東山은 호북성湖北省에 있는 산으로, 홍인선사의 도량이 있었다.
제4대조 도신선사道信善師가 있던
서산西山의 동쪽에 있기 때문에 동산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한 스님이 운문선사에게 물었다.
"부처님들이 어디서부터 나왔습니까?"
운문은 이렇게 대답했다.
"동산이 물 위를 간다(東山水上行)."
여기서 말한 동산은 홍인선사가 있던 산의 이름이 아니라
보통 산이라고 풀이하는것이 좋을 것이다. 산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산처럼 부동不動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 산이 물 위를 흘러간다는 것이다.
선에서는 이것이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산은 부동이고 물은 유동有動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생각이다.
그것은 생과 사, 고와 낙,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긴 것과
짧은 것 등과 같이 사물을 대립시켜서 보는 것과 같은 경우이다.
이렇게 서로 대립시켜서 보기 때문에 망상과 미망이 생긴다.
따라서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라는 대립되는 관념을 벗어나
더 높은 차원의 절대적 인식의 경지에 도달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비슷한 뜻으로 '청산은 항상 발을 들고 걷는다(청산상운보靑山常運步)'라는
말도 있다. 그래서 수행자들이 '양망兩忘'을 좌우명으로 삼는 것이다.
나의 선어 99 홍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