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악을 참 좋아한다.
운전할 때 음악이 없으면 목이 마르다.
설거지할 때도, 청소 할 때도, 걸어갈때도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목욕할 때도 흥얼거린다.
팝 가수들 내한공연, 뮤지컬, 오페라 등은 반찬비를 아껴서라도 달려간다.
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음악은 나에게 소중한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듣는 것은 즐기는데 부르는데는 영 아니올시다다.
그래서 노래방 체질은 전혀 아니다. 그래도 혹시나... 행여나...
붙들려 가서 억지로라도 부르게 된다면
나의 18번이라는게 있는데 그게 바로
Bee Gees 의 D`ont forget to remember me 이다.
그외 주옥같은 팝송 레파토리가 많지만 가장 많이 부르는 노래가 바로 이곡이다.
우리 가요는 거의 부르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한국 노래 하나 해라 해라~~ 라고
소리치면 마지못해 나의 가요 18번 <토요일밤에>를 부른다.
긴머리 짧은 치마 아름다운 그녀를 보면
무슨 말을 하여야 할까?
오~~ 토요일 밤에~~
코믹댄스까지 멋지게 추고나면 어머나~~ 전혀 노래 못할것 같더니 참 잘하네요~~
찬사가 쏟아진다.
노래방 못 가본지가 어언 몇 년이던가?
그라고보니 오랫동안 내 18번도 입에 담아내지 못했다.
가을에 참으로 어울리는 비지스의 노래 한곡 못 불러 가슴 한 켠이 서운하던 차에
참으로 내 가슴에 꽉 차서 들어오는
한 남자가 가을날
그것도 볕 좋은 날.
내 18번을 멋드러지게 불러주었다.
순간 눈물이 날 뻔했다.
아아. 그 남자
언제나 소년같은 그 남자
늙어도 늙어지지 않고
세월마저 비껴가는 그 남자.
언제나 상큼하고 부드럽고 통통 튀는 그 남자
가을을 몰고 온 그 남자가 내 18번을 불러주었다.
가수 김세환
해운대 문텐로드 여울마당 달맞이 갤러리축제에서 그를 만났다.
여전히 기타 하나 달랑 메고 해맑은 미소로 노래하는 그 모습이
달빛 아래서 빛이 났다. 환한 빛.
오늘 밤 나는 너무 행복하다.
깊어가는 가을 밤 나는 너무 행복하다.
- 제니,그린과 함께 가수 김세환을 만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