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병실에 오기전에 제 아내에게 사전 브리핑(?)을 받았습니다.
두 분의 골통.
한 분이 중환자라
방 분위기가 엉망이니 다른 방 나올 때 까지 그냥 있으라는 코맨트였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그래, 그것 참 재미있소.
그 방에 가야겠소."
그래서 아내의 염려 속에 이 방으로 의기양양 전방을 왔습니다.
와서 두 골통 영감님을 보니 어지간히 골치 아프게 생겼습니다.
한 분은 자그마한 키에 제법 그럴싸한 체격을 가진 분이고 한 분은 키가 크고 하관이 튀어나와 성깔이 있지 싶은 영감이었습니다.
그런데 앞자리에 앉은 김 영감님 인사를 나누자 먼저 말을 걸어 옵니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제법 논리정연하게 피력하며 누구도 이야기를 할 사람이 없어 환장하겠다, 이러다 미치든지 죽겠다라고 합니다.
그러냐, 나도 이야기하고 싶어 미치겠는데 같이 이야기.좀 합시다.
이렇게해서 대화상대로 만들어 놓았고 또 한 영감님은 인상이 고약하여 우선 조금 주의를 해서 보기로 했습니다.
이 친구와의 얘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겠습니다.
이 xx 영감님.
빵빵한 체격이 강단있겠다 싶었는데 자신이 해병대 출신이라며 제대를 못하고 세번의 영창 생활 끝에 명예제대를 했다는데 정말 머리가 아픕니다.
게다가 척추의 꼬리뼈 부분에 상처가 나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잘 낫지를 않아 고민이고 죽겠다는 말을 자주해서 병원생활에서는 제일 위험한 분이었습니다.
그러니 툭하면 시비붙고 붙으면 옛날같이 몸으로 못부딪히니 고함만 지르고 있으니 온 병동에 소문이 나고 누구도 이 병동에 안올라고 하고 뭐 그런 식이었습니다.
다행히 나이가 나보다 세 살이나 젊어 다소 마음이 놓입니다.
그래도 이 양반 휴대폰 가지고 이것 저것 연구를 하고 간호사를 붙들고 몇날을 물이 보고 끙끙 앓고 야단을 치더니만 결국 쿠팡에 가입을 했습니다.
그 절차가 까다로와 나도 가입 안하고 와이프한테 신세를 지고 있는데 이거 중학교 근근히 나오고 학교생활 어떻게 했는지 영어 철자를 모르는 양반이 그걸 어떻게 마스터 했을까? 경이롭습니다.
슬슬 부추겨 이것저것 구입하고 이젠 제법 자기 Tㅡ셔츠도 사고 두유도 사서 마시더니 척추의 치료가 잘되어 간다고 좋아하길래 간호사실에 쿠팡에서 밀감 한박스 사서 보내라하니 또 밀감 한 박스를 구매하여 간호사실로 보냅니다
옆 침대 김씨와 내 라면을 포함 자기 라면까지 무려 세 박스를 주문하였으니 이제 자신감은 욱일승천.
뭐 살게 없는지 찾느라 정신이 없는걸 보니 이제 웬만큼 마음이 돌아왔나 봅니다.
이 영강님에게 쿠팡가입법및 사용법을 정성껏 가르쳐 주신 간호사 강x린 선생은 이 달 우리 병원 모범 간호사로 추천을 하여야겠습니다.
이제 이 영감님에 대하여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간병사의 케어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간호사들의 행동이 자기 마음에.들지 않으면 'S 병원에서 이러는데' 하는 푸념은 계속되지만 발언 횟수나 강도가 전에 보다 많이 떨어진 것으로 보아 일단 우리 병원 내 병실 블랙리스트(?)에서는 빼도 되겠습니다.
물론 앞으로 또 투정이나 말썽을 부릴 소지가 많습니다만 다같이 한마음으로 노력한다면 이 영감님은 같이 생활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적은 관심과 조그마한 일을 맡게 한 것 뿐인데 이런 변화가 온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우리 방의 여섯명은 이렇게 서로 도우며 한 명씩 점차 병원생활에 적응해 나가고 있답니다.
첫댓글
ㅎㅎ
너무잘하셨네요
상대방
기분맟춰주시며
호호호
좋게도 함께
하하하
사람 사는게
다,자기하기
나름요
그럼요.
사람은 자기하기 나름입니다
하루가 막힘없이 시원하게 열리길 기원합니다.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