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토지문학 공원 및 토지문화관 탐방 / 김윤자
* 토지문학 공원
이곳은 박경리 소설가가 16년간 머무르며 집필하신 집이 있는 곳이다. 강원도 원주 시내에 있다. 그 집을 중심으로 문학관이 세워져 있고 공원을 조성했다. 입구에 여러 시화 액자가 우리 문인들을 반가이 맞이한다. 잔디와 뽀얀 길, 깨끗한 공원이다.
먼저 박경리의 집필실로 갔다. 박경리 선생 옛집이라는 문패와 함께 아담한 2층집이다. 안으로 들어가 살아온 흔적이 그대로 담긴 마루에 앉아 관리인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4분짜리 영상을 보았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모든 것이 토지에서 시작한다는 애틋함이다. 액자 속에 '문학보다 아름다운 것이 고추를 따는 손끝'이라는 문구가 가슴을 뜨겁게 한다. 그 만큼 선생은 토지를 사랑해 왔다.
손수 마련했다는 공기 잘 통하는 책장과 주방, 서재, 집필실 등을 둘러보았다. 낮은 책상과 방석, 책상의 책과 원고지와 펜이 햇살에 화사하게 조명된다. 벽에는 이곳에서 집필하시던 선생의 사진이 걸려 있다. 금방이라도 나오실 것 같은 반가운 표정이다.
정원에는 연못과 나무가 있고, 연못에는 손수 잡아다 기르시던 미꾸라지가 산다. 곁의 텃밭에는 무, 배추가 여물어 가고 있다. 님은 연로하시어 이곳을 떠나 다른 곳에 살지만 여전히 봄빛으로 화사하다. 집을 빙 둘러 나왔다. 우물도 있고, 예쁘게 핀 가을꽃들이 담장을 감싼다. 대문이 고즈넉히 열려 있다.
토지 문학관 아카데미 하우스에 들러 문학의 향기에 젖었다. 항상 고고한 문학이지만 박경리 선생의 대작 토지가 우리에게는 큰 교훈으로 다가온다. 그의 출생연보와 원주의 생활상이 전시되어 있다. 지난 주에 다녀온 하동 토지문학제에서는 그의 고명 딸인 김영주 여사를 만났는데 다시 이곳에서 그의 생애를 접하니 흐뭇하다. 또다른 일정이 많아 집필실 뒷모습을 보며 아쉽게 떠나왔다.

토지문학 공원 아카데미 하우스

토지문학 공원 내 박경리 소설가 집필실 앞에서 서초문협 회원들
*토지의 빛
토지문학 공원의 박경리 선생 집필실 뜨락에서 보고 느낀 시심을 담은 시다. 이 시는 서초문인협회에서 발간하는 2007년도 문학서초 책에 원주 문학탐방 후기 특별기고란에 게재된 원고다.
토지의 빛
-원주 토지문학 공원에서
김윤자
님의 빛이 겨울이라 해도
토지의 빛은 봄빛입니다.
그 찬연한 얼이
뜨락에 가득하여
연못에는 꾸라지가
텃밭에는 무, 배추가
통통하게 여물어 가고 있습니다.
문학보다 아름다운 것이
고추를 따는 손끝이라 하신
액자 속 님의 문구가
토지의 땀방울로, 토지의 빛으로
가슴 속에 각인됩니다.
살다가 목숨이 가늘어질 때
토지를 부여안고
굵은 획으로 살아오신 님을 회억하며
뿌리 깊은 토지
제 마음 속에도 심어, 그 빛으로
또 하나의 화사한 길을 열겠습니다.

토지문학 공원에 전시된 시화 액자들

박경리 소설가의 집필실에 이르는 정원 입구
*토지 문화관
원주시 외곽, 치악산 줄기의 산자락 조금 높은 위치에 2층 건물로 서 있다. 박경리 선생이 현재 사시는 집 바로 곁에 있다. 이곳에서 문학에 대한 행사와 문학강연이 열리고 토지문학에 대하여 조명하기도 한다. 깨끗한 곳에 깨끗하게 지은 새 건물이다. 곁에 박경리 선생이 살고 있어 이곳은 그야말로 박경리 선생의 체취와 토지의 향기로 가득하다.
안에 들어가서 둘러보며 안내원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따스한 차 한잔을 마셨다. 입구에 커다란 북이 덩그러니 있다. 한국의 얼이 담겨 있다. 여러 개의 방이 있는데, 모두 문인들을 이해 마련해 놓은 것이다. 작품 집핍실, 세미나실 등등 후학 양성을 위해 마련한 의미 깊은 곳이다.

원주 치악산 산자락에 세운 토지문화관

박경리 소설가의 토지를 조명하며 문학강연과 행사가 열리는 토지문화관 전경
*박경리 선생의 집
토지 문화관 곁에 있는 박경리 선생님의 집으로 갔다. 그런데 많이 편찮으셔서 나오시지 못했다. 80세가 넘은 고령으로 고명딸 김영주 여사의 보살핌으로 함께 사는 집인데, 철창대문이 소슬하다. 겨우 열린 문으로 들어가 배추와 고추밭을 보고, 장독대와 선생님이 계신 집의 외형만 보았다. 땅을 많이도 사랑하시는 흔적이 집안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넓은 텃밭이 흙으로 빛난다. 배추가 잘 자라고 있다. 님은 겨울이어도, 토지는 여전히 봄인양 화사하다.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살아온 그의 불우한 삶, 결혼 4년만에 남편을 떠나 보내고 아들과 딸을 얻었으나 남편 사별 후 아들도 죽고, 겨우 김영주 외동딸과 함께 고독하게 살아온 분이다. 어머니로부터 딸까지 3대의 여자가 살며 그 삶이 소설 속에 녹아 있다. 대부분 그의 작품은 여성 위주, 여성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강인함이 드러나 있다. 토지, 김약국의 딸들...등의 소설에서도 주인공은 모두 여자다. 남자인 것 같지만 사실은 여자가 우위에 있다.
치악산 깊은 뚝심이, 드높은 기상이 선생의 깊은 문학의 열정을 보듬고 있다. 하루 속히 쾌차 하셔서 여러 문인들을 맞아 훌륭한 말씀을 나누어 주시길 빌었다. 떠나오는 걸음이 무거웠지만 담장 너머로, 지붕 아래로 님의 자취를 본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거동이 불편하시어 나오시지 못함에 담장 너머에서 바라본 집

고추와 배추를 길러 놓으신 집안의 텃밭과 장독
원주 토지문학 공원 및 토지문화관 탐-충남문학 2008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