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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천성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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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 스크랩 필리핀 라푸라푸시에서 드린 노상 예배
이명재 목사 추천 0 조회 69 12.06.02 13:34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유길준이 미국 등 서양을 돌아보고 와서 자신의 좁은 견문을 통감하면서 쓴 글이 '서유견문록'이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볼 수 있다는 말은 문화재청장을 지낸 미술사학자 유홍준이 그의 시리즈 책 '문화유산 답사기' '서문'에서 한 말이다. 나는 왜 필리핀을 다녀와서 두 사람, 이름도 비슷한 유길준과 유홍준을 생각했을까? 두 사람은 나의 시야를 넓히는데 도움을 준 사람이다. 한 세기를 사이에 두고 이 세상을 산 두 사람이지만 그런 점에서 내겐 아주 소중한 모멘트를 제공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난 5월 27일에서 31일까지 우리 지방회 교역자 수양회의 일환으로 필리핀 방문이 잡혀 있었다. 필리핀에서 이루어진 이 수양회는 여러 가지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중 쉼의 의미도 적지 않았을 것이고, 정신적 단련의 의미도 있었을 것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육체적 강건함을 도모하는 기회로 삼았을 법도 하다. 하지만 그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영적 에너지의 보충 기간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목회자에겐 당연지사와도 같은 라벨이다. 나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행사 대표와 현지 가이더의 열정적인 안내로 복잡하게 얽혀 있던 마음들이 술술 풀리는 느낌이었다. 작은 불평들이 없을 수 없겠지만 대체적으로 흡족한 수양회가 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노력들을 했다. 나는 그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이 30일 수요 밤 노상예배를 드는 데 주저하게 않겠다. 이것은 미리 기획된 것이 아닌 정말 순간순간 성령님께서 인도하심을 받으며 진행한 것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가는 길에 이런 축복의 장을 예배해 두고 계셨던 것이다.

 

나는 필리핀 수양회에 참석하면서 나름대로 한 가지 기준을 정했다. 가능한 한 현지인들을 많이 만나 그들의 숨결을 느끼며 대화하고 싶었던 것이다. 언어, 풍토성 등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겠지만 기도하며 만나는 그곳 사람들에게서 하나님의 역사를 경험하고 싶었다. 아침저녁으로 시내 거리를 걸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순수한 영혼들이 나를 기쁘게 만들었다. 어른 아이 남자 여자 구분이 없었다. 영어와 한국어 그리고 필리핀 중부지방의 고유 언어인 따갈로그어(Tagalog language)를 섞어가며 하는 그들과의 대화는 마음 속 깊이까지 통하게 만들었다.  

 

 

사진 설명-필리핀 라푸라푸 시에 머물며 현지인들을 만나는 동안 일을 많이 도와 준 Chambi 외 두 사람의 친구들

 

몇 바퀴 시내 산보는 많은 지인들을 만들어냈다. Junrey, Chabi, Jinmy Dano, Giovany 등 많은 사람들이 나의 친구가 되었다. 나갈 때마다 이들은 나를 돕기 위해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물건 사는 것을 도와주기도 하고, 고액권을 소액권으로 바꾸는 데에도 끝까지 함께 했다. 라푸라푸 시의 한 마을이라고 하지만 시골 향기를 그대로 품고 있는 곳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기에도, 잔돈을 바꾸는 데에도 수월한 것이 없었다. 50페소 지폐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현금 환금률이 높은 주유소까지 가서 목적을 달성하도록 도와주었다.

 

이들을 사귀다 보니 한 가지 욕심이 생겼다.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어진 것이다. 그것도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복음을 전파하고 싶은 마음이 인 것이다. 집단적 말씀 전파는 예배의 형식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그래서 수요 밤 노상 예배를 생각해 냈다. Junrey 등 몇 사람은 스킨스쿠버 다이빙, 아일랜드 호핑, 낚시, 맛사지 등 현지 이벤트를 연결해주면서 수수료를 챙기는 사람들이었고, Giovany 등 몇 사람은 트라이시클 운전자들이었다. 그들은 또 관광객들을 상대로 기념품을 파는 아이들을 부릴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을 모두 모아 수요 밤 노상예배를 드린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었다.

 

현지인들과 만나 수요 노상 예배를 얘기할 때만 해도 과연 그것이 가능한 일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믿을 곳은 하나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그 예배를 준비한 것은 화요일(29일)부터였다.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30일 수요일, 밤 8:30, 한국식품 앞 공터'를 말하고 다녔다. 작으나마 선물도 준비되어 있고, 아이들에겐 예배 끝나고 목거리, 팔찌 등 그들이 파는 물건 하나씩을 1$에 사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예배가 입소문을 타고 시내를 날아다녔다. 나를 아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그들은 '30일 오후 8:30'이라며 엄지손가락을 내 밀었다.

 

나는 속으로 이 예배가 드려진다면 그것은 순전히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했다. 30일 라푸라푸 근교의 한 식당으로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숙소인 EGI 리조트에서 멀티캡을 타고 20 여분 거리에 있는 그 식당은 한국식 삼겹살이 주 메뉴인 식당이었다. 그곳을 오가며 만난 현지 아이들도 나를 보자마자 'tonight, 8:30 !'라고 외치며 꼭 참석하겠다는 제스처를 보였다. 나는 숙소로 가서 전할 말씀을 대강 영어로 정리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고, 그분은 죄 많은 우리 인간들을 위해 독생자를 보내셔서 십자가에 죽게 하셨고, 그 분의 대속적 죽음으로 우리가 구원받을 길이 열렸으며, 그 후 누두든지 예수 그리스도를 믿기만 하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내용이 그 날 전한 말씀의 요약이다.

 

 

사진 설명-예배를 드리기 전 율동에 맞춰 함께 노래 부르고 있는 아이들과 어른들.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한쪽으로 모아지고 있는 모습에서 선교의 밝은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말은 잘 통하지 않아도, 얼굴 생김새는 서도 달라도 그들의 마음을 주님 안에서 읽을 수 있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희미한 등불 아내 빛나고 있었다. 나는 하나님께서 이 영혼들을 무척 사랑하신다는 것을 느꼈다. 간절히 사모하는 눈과 얼굴, 그것은 사람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만국 공통의 언어이다. 주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갖고 있는 마음이다. 그들의 바람에 함께 간 몇몇 사모님들은 찬양으로 화답했다. '돈으로도 못 가요,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를 반복해서 불렀다. 중간 쯤에는 아이들이 따라 부를 정도가 되면서 분위가가 무르익어갔다.

 

예배가 끝나고 우리는 준비해 간 물건을 하나씩 나눠주었다. 아이들과 어른, 남자와 여자에 따라 각기 맞는 선물을 골라 작은 선물이라며 일일이 전달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하찮은 물건들이었다. 그래도 소중하게 받는 그들이 무척 고맙게 느껴졌다. 우리는 예배 직전 급히 물품들을 모았다. 우리가 쓰고자 가지고 온 여유분까지 모아보니 가짓수가 그래도 꽤 되었다. 치솔, 치약, 샴푸, 수건, 사탕, 초콜릿, 과자 등이 예배에 참석한 현지인들에게 나눠줄 선물이었다. 아내는 가져갈 선물로 미리 준비해둔 것까지 다 내 놓았고, 여행사 한 대표는 일행에게 필요할 것 같아 준비한 일회용 커피 한 통까지 고스란히 내 놓았다.

 

작은 것으로 기쁨을 선물하는 것 같이 의미 있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필리핀 현지인들을 만나면서 내가 터득한 교훈 중 한 가지가 이것이다. 우리는 풍요 속에 아우성치며 살아가고 있다. 어떤 사람은 이것은 '풍요 속의 빈곤'이란 말로 표현했다. 물질적 풍요가 꼭 정신적 영적 풍요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뜻이 담겨 있는 말이다. 오히려 그 반대 현상이 오늘날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나는 우리에게 남아돌아가는 것들을 모아 필리핀 현지인들의 필요를 채워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에 여러 가지 수고가 따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기쁨으로 감당할 마음을 다진다면 사랑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넓게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예배 말미에 비가 뿌렸다. 스콜이 기승을 부리는 우기로 접어들 즈음인 필리핀에서 이런 가랑비, 그것도 예배 끝날 때 쯤 내리는 비가 무척 고맙게 여겨졌다. 몇몇 아이들이 우산을 받쳐들고 우리를 숙소까지 바래다주었다. 손을 잡고 걷는 그 짧은 시간에도 그들이 손이 무척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사람이 사는 곳에는 어디든 사랑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사랑이 예수 그리스도로 하날 될 때 더 큰 따스함으로 승화할 수 있다는 귀한 교훈으로 다가왔다. 돌아와서 기도 제목이 하나 더 늘었다. 필리핀의 가난하지만 사랑스런 영혼들을 위하여!

 

 

사진 설명-필리핀의 영웅 라푸라푸 동상 앞에서 현지인 친구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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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06.02 14:11

    첫댓글 목사님 사모님 아름다운 발걸음 하셨군요
    목사님 사모님께서 전한 복음의
    메시지를 통하여 싹이나고 앞이피어
    열매까지 맺기를 기도합니다~~

  • 작성자 12.06.03 23:09

    지방회에서 수양회 차 필리핀을 방문한 것입니다. 자유 시간을 이용해 노상 예배를 드렸습니다. 성령님의 인도하심으로 가능한 집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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