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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국립경주박물관 소장 금장대 출토 ‘사리공양석상’은 ‘향공양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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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미술사에 있어서 도상의 분석과 명확한 설명은 관련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부석사 무량수전의 소조여래좌상의 존명에 대해 일제 강점기에는 석가여래(조선고적도보 권7)로 불리다 해방이후 무량수불 즉 아미타불로 정정되었지만 수인의 문제로 인해 현재 ‘소조여래좌상’이 공식적인 명칭이다. 이처럼 도상의 해석의 오류와 번복으로 인한 한국불교도상의 이해는 보는 이와 연구자의 시각에 의해 혼돈 속에서 본래의 의미를 상실하거나 왜곡된다. 지난 7월 2일부터 8월 24일까지 열린 불교중앙박물관 특별전 ‘열반(涅槃) 궁극의 행복을 찾아’에도 출품돼 버젓이 사리공양석상으로 소개된 경주 금장대 출토 원형 석상의 전시설명은 그 극치를 보여준다. 현재 국립 경주박물관에 소장된 ‘금장대 출토 사리공양석상’은 1980년 경주시 석장동 금장대에서 발견돼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옮겨졌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이 석상에 대해 “사리를 운반하거나 공양하는 장면이 표현된 예는 지금까지 모두 5예가 확인된다”며 ”당시의 사리공양 의식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라고 설명한다. 석상에 대해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는 잘못된 도상해석으로 ‘향공양석상’이라고 해야 옳다. 석상의 조각된 도상을 살펴보면 공양구와 공양단의 좌우에 가릉빈가와 예경하는 보살들이 조각돼 있다. 중앙의 공양구와 공양단은 먼저 방형의 공양단위에 좌우로 작은 향로가 배치돼 있으며 중앙에는 그 보다 큰 향로가 세로로 길게 드리워진 카펫(탁의(卓衣)) 위에 놓여 있다. 이어 뒷면에는 앞면의 도상과 거의 동일하지만 가릉빈가의 자리에 꽃이 조각돼 있으며, 공양단에는 중앙에 향로 좌우에는 촛대가 배치돼 있고 특히 중앙의 향로 위로 구름무늬가 연속적으로 이어진 것은 바로 향운(香雲)을 의미한다. 여기서 향공양과 초공양, 꽃공양, 음악공양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도상의 형태는 돈황 막고굴 등에서 볼 수 있는 정토계열의 경전 변상벽화들이다. 도상배치가 많이 다른 점이 있지만 가릉빙가의 음악공양 등은 정토계열 경전 즉 관무량수경 등의 변상벽화에서 나타나는 도상들이다. 이 같은 향로의 배치는 통일신라시대 불상하대석 혹은 중대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 예로 경북 영주 부석사내 자인당에 봉안된 보물 220호 석조여래좌상의 하대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중국 돈황의 막고굴 제384굴의 지장시왕청 도상에 금장대석상에 나타난 중앙의 향로처럼 카펫위에 올려 진 향로를 볼 수 있고, 2개의 작은 향로와 1개의 큰 향로가 배치된 도상으로 중국 돈황 막고굴 제 420굴과 12굴 벽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돈황 막고굴 제 231굴 ‘법화경변 서품 변상벽화’, 같은 굴 제 17굴(천불동) ‘미륵경변상벽화’, 같은 굴 ‘관세음보살과 시주자 벽화’, 중국 안서유림굴 제25굴 ‘미륵경변상벽화’, 같은 굴 제 2굴남벽 서쪽벽화 ‘설법도’, 고려후기에 제작된 ‘원각경변상도’(미국 보스턴미술관 소장) 등 국내외서 제작 불화에서 다수의 동일한 형태의 향로 배치 도상을 찾을 수 있다. 아울러 금장대 석상의 보다 구체적인 도상의 전거는 향후의 연구를 통해 정확한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국내에 5개가 남아 있다는 사리공양도상 중 법천사지 지광국사현묘탑 외에 봉암사 지증대사 적조탑과 정진대사 원오탑, 실상사 수철화상 능가보월탑, 연곡사 동서부도 등의 도상 모두는 모두 향로로 판단된다. 이러한 도상해석의 오류로 인해 한국불교미술사의 전반적인 왜곡과 작의적인 해석들이 난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번 경주 금장대 원형석상의 도상해석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향후 한국불교도상학의 재정립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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