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일기(50) - 함안역,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곳
1. 경남의 <함안역>은 역을 나서자마자 수많은 역사와 문화의 현장이 넘쳐난다. 역 앞에 안내되어 있는 <역사탐방코스>가 말해주듯이, 함안은 고대 아라가야의 신비뿐 아니라 고려와 조선의 생생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역에서 조금 이동하면 정자와 나무 그리고 물이 어우려져 있는 멋진 장소를 만날 수 있는데 <무진정>이다. 조선 시대의 정자의 핵심은 건물 그 자체보다는 건물에서 바라보는 풍경의 아름다움에 있다고 했는데, 그 말처럼 정자 앞에는 오래된 나무와 물웅덩이가 멋진 조화를 이루며 뜨거운 햋빛을 가리고 있어,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휴식을 제공하고 있었다.
2. <무진정>에서 왼쪽 방향으로 이동하면 ‘대산리 석불’이 있고, 오른쪽으로 걸어 올라가면 함안의 <성산석성>이 있다. 고려와 조선으로 가는 과거의 길이 이어지는 것이다. 여기에서 마을 사이로 이동하는 ‘역사순례길’이 이어지는데, 두 개의 마을을 지나면 <함안 박물관>이 나타난다. 아라가야의 이형토기를 모티브 삼아 만들어진 함안 박물관은 2층의 건물로 신비로운 과거로 향하게 한다. 가야는 어느 고대 왕국보다도 철로 만든 제품이 많았다고 한다. 전시실에는 고대 가야의 군사들이 활용했던 판갑옷과 말에 착용했던 마갑도 있었다. 무덤에 부장했던 하늘로 향하는 새의 모습을 형상화한 장식품도 보였다. 특별하게 눈에 들어온 것은 다양한 이형의 토기들이다. 가야 지역에서는 보통의 전형적인 토기와는 달리 집이나 가구 그리고 물건의 모양을 본뜬 각양각색의 토기를 제작했다. 전형성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추구했다는 것은 그만큼 자유로운 창작정신이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가야인의 열린 예술적 정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함안 박물관의 또 다른 장점은 잘 만들어진 ‘북카페’였다. 대부분의 박물관을 방문할 때마다, 자료실이 부실하다는 점이 아쉬웠는데 함안의 박물관은 10명 이상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고 충실한 내용의 책도 준비되어 있었다.
3. 박물관 위쪽으로는 함안의 상징인 <말이산 고분군>이 펼쳐져 있다. 거대한 봉분들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듯이 연이어 함안의 산 주변에 가득 차 있다. 박물관에 전시된 특이하면서도 매력적인 유물들이 바로 이곳에서 발굴된 것이다. 봉분과 봉분 사이에 길을 따라 걷는다. 말이산 고분군을 지나면 또 다른 고분군으로 연결되지만, 오늘은 시간 관계상 이곳에서 돌아가야 했다. <함안역사순례길>은 약 7시간이 걸리는 심도 깊고 약간은 힘이 드는 답사코스이다. 천천히 시간을 갖고 길을 따라 걷는다면, 어느 지역에서도 발견하지 못하는 색다른 멋과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4. 말이산 고분의 매력도 충분하지만, ‘돌을 찾는 여행’이라는 컨셉에 집중하는 의미에서 두 곳의 ‘돌’과 관련된 장소를 집중 점검한다. 먼저 <성산산성>은 지금 한참 발굴 중인 곳이지만, 관람객들이 볼 수 있도록 성 안쪽으로 길을 만들어 과거의 성의 모습과 현재의 발굴 장면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코스로 만들었다. 복원을 마무리하여 완성된 성의 모습보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과거의 성이 갖고 있는 실제적인 모습을 통해 성의 존재의미와 건축방식을 바로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이 코스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성의 규모는 제법 컸고 함안시에서는 성 안쪽에 수목림을 조성하여 색다른 풍경을 창조하고 있었다.
무진정에서 약 500m 정도 떨어진 ‘대산리 석불’은 완성된 형태로 서있지는 못했다. 과거의 큰 절에 있던 석불들을 이동하여 전시하고 있는데 와불 형태의 부처 하나와 협시불 형태의 두 개의 부처가 마을 나무 옆에 전시되어 있었다. 안내문에는 신라양식을 갖고 있지만 고려 시대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다양한 양식의 결합은 지방 부처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전형적인 시대의 흔적도 있지만, 특별하게 형식적 기준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지방의 성격상 불상의 모습도 과거와 현재의 다양한 형식을 결합시켰다. 오래된 시간의 마모때문에 부처의 얼굴들은 명확하게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두 부처의 모습이 부처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오래 시간 속에서 잘 늙은 귀족 부부의 모습처럼 보였다. 인간들 속에서 인간들의 모습으로 환생한 부처의 현실적인 얼굴이었다.
첫댓글 - 고분과 산성, 돌을 찾는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