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7일, 추석을 일주일 앞둔 주일(명덕봉).
전라북도 진안군 주천면에 펼쳐 있는 명덕봉이 오늘의 산행 예정지,
몇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것이 없이 다소 촌스러워 보이는
주천면 소재지를 벗어난 버스는 운일암(雲日岩) 반일암(半日岩)으로
알려진 대불계곡 협곡으로 접어든다.
운장산,명도봉과 명덕봉 사이의 협곡에서 들리는 것은 오로지 물소리요,
보이는 것은 구름뿐이라 하여 운일암, 절벽에 햇볕이 가려
반나절만 햇볕이 비친다고 하여 반일암이라 일컬어 지는 계곡,
기암괴석과 맑은 계류,그리고 좌측 남쪽으로 명도봉에서 복두봉,구봉산과
운장산의 화려한 능선이 이어져 있고, 우측의 북쪽으로는 오늘 산행지
명덕봉이 웅크리고 계곡 북쪽을 지키고 있다.
명덕봉을 들어가는 산길입구에는 이름도 에로틱한 에로스 산장 간판과
영불사 입구 표시판이 나란히 세워져있어 들머리 찿는데 어려움은 없다.
산장이름을 아프로디테의 아들로 로마신화의 큐피드에 해당하는 연애의 신
에로스로 작명을 한 이유가 궁금하다. 어찌됐던간에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들어서면 우측으로 바로 그 에로스 산장이 있고, 얼마 안가면
입산금지를 알리는 글귀를 만난다. 금지 알림판 우측 서너채의 농가 모습의
건물이 영불사인 모양이다. 영불사에서의 수도정진에 지장도 있고,
이곳 일대가 개인사유지 이므로 외부 등산객들의 입산을 금지한다는
글이다. 수도에 정진중이라는데 방해를 드린다면 도리가 아니겠지만
사유지를 빌미로 금지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가 쉽지 않아 보인다.
요즘 MB정부와 불교계의 불편한 관계가 심화되어 정국불안으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권력이란 인사와 행정의 권한을 누가 쥐고 있느냐에 따라
정해지는 법이다.그리고 권력의 주변에는 최고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인사가 으레 이루어 지는 법이고,그런 인물들은 인사권자의 지근거리에서
윗분의 눈치에 따라 맡겨진 업무를 수행하기 마련이지, 소신껏 자기 뜻대로
업무수행해 나가기가 쉽지않은 법이다. 그러나 과거사를 들여다 보면
윗분 눈치 안보고 소신행정을 폈던 분들이 퇴임후에 국민들에게 스타대접을
받는 것을 우리는 지켜본 적이 있다.
강.부.자 내각이니, 고.소.영 정부라는 비아냥어린 신조어가 왜 생겨 났는지
권력 주변에 있는 분들은 곰곰히 새겨 국정 수행을 펴 나갈일이다.
어깨높이까지 자란 조릿대 숲을 지나면 막바로 오르막이 시작이 된다.
별로 양심에 꺼릴 것은 없는데도 남의 땅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글귀가
발뒷굼치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게 만든다.
그러나 입산금지 팻말이 무색하리 만치 산길이 번듯한 걸 보면 금지팻말의
권위가 이미 무너져 내렸음을 짐작할 수 있겠다.
권위라는 것도 수동적으로 세워지는 것이지, 스스로 권위를 세우려 한다면
자칫 독재의 유혹에 빠져버려 수신제가보다는 패가망신의 오물을
뒤집어 쓰게 마련이다. 수령(樹齡)이 어린 수목들 사이로 능선길은 이어진다.
신갈나무를 비롯한 활엽수와 리기다 소나무들의 나이가 비교적 적은 것을
보면 사람들의 수난을 수없이 받아 온 모양이다.
어린 묘목을 심으려면 밀식(密植)재배를 하는 법이다.왜냐하면 어린묘목들을
드문드문 심어놓으면 땅속의 자양분이나 광합성을 위한 햇볕을 차지 하는데
별로 힘들이지 않아도 획득할 수 있어,이내 게을러져서 성장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묘목은 촘촘히 밀식재배를 하여 생존경쟁을 시켜야
성장속도가 빠른 것이다. 그런 후 사춘기를 지나면 넓은 공간을 주어
이식을 해야 각자의 능력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식(移植)도
젊어서 옮겨야지, 나이먹어 고목(古木)이 되어 옮기면 나무나 사람이나
건강하게 살아가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능선 곳곳에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참나무등 활엽수들이 묘목시절의 환경 그대로의 비좁은 공간에서 자라서
키만 삐죽이 크고 몸통은 가늘어 앞으로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많은 고초가
뒤따르리라 여겨진다. 간벌(間伐)작업을 하여 나무들이 건강하게 생존하도록
살펴볼 일이다.
초장부터 시작된 가파른 비알을 올려치려니 가뿐 숨과 땀이 날수 밖에 없다.
산행초반 한시간은 전체 산행 일정중에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왜냐하면
전체산행을 위한 중요한 준비동작과 컨디션 조절의 싯점이기 때문이다.
빠끔이 파란 하늘이 열리며 커다란 너럭바위와 삼각점이 심어있는 봉우리에
이내 닿는다.해발845,5m의 명덕봉 정상이다.
산행중의 최고의 즐거움이란 광활한 조망을 즐기는 것 아닌가?
사방 거칠 것 없는 조망이 山客의 눈을 가린다. 명도봉과 복두봉,그리고
구봉산의 아기자기한 능선의 조망을 뒤로하고 산길을 다시 재촉한다.
거대한 철구조물인 송전 철탑을 만난다.무릉리 방향에서 주촌면으로
이어지는 고압선로인 셈이다. 철탑을 벗어나면 임도 삼거리에서 우측의
좁은 산길로 접어들고,시원하고 완만한 산길이 이어진다. 산돼지들의
놀이터겸 목욕장소인지, 산길 좌측아래에서 눈에 띄고,아직도 흙탕물인 채로
남아있는 것을 보면 밤새 산야를 누비다, 새벽녘에 이곳에 와서 몸 정리를 하고
취침장소로 이동을 했을 것이 틀림없다.
나중에 벌어진 사실이지만, 철탑을 지나서 만나는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진행한 다음에 또다시 만나는 삼거리에서 오른편 임도를 따르면 선봉과
무릉봉으로의 진입이 다소 수월한 것을, 잠시 방심으로 노고를 추가하게
되었다.어쨋거나 이것은 나중 일이고, 벌초를 깨끗하게 해놓은 넓은 묘지
한켠에서 중식을 해결한다.산행중에 없어서는 안되는 즐거움중의 또 하나인
중식자리를 벗어나면 복분자 밭을 만나고 이내 임도에 닿는다.
동쪽 계곡아래 용덕리 대촌마을에서 서쪽 삼거리 마을간에 이동 통로인
옛길이다. 이제는 명덕봉의 품에서 선봉과 무릉봉의 품속으로 자리이동을
시도할 시간이다. 그제서야 조금전 시행착오를 후회한들 무엇하리....
어쨋든 좌측방향인 삼거리쪽의 임도를 따라 진행하다가 허름한 곳이 있으면
그곳을 물고 늘어져 선봉과 무릉봉 능선을 오를 참이다.
이내 임도삼거리에서 우측계류 건너 계곡 합수지점으로 희미하게 인적이 드나든
흔적이 보인다. 시행착오를 자책하는 山客의 화풀이 상대로는
안성맞춤처럼 보인다.계류를 건너니 묘1기가 있고, 그 옆으로 능선으로
오르는 산길이 겉으로 보기 보다는 깨끗히 뚫려있다.
주능선으로 오르는 비알이 생각보다 가파르게 느껴짐은, 명덕봉과
선봉사이가 완전히 별개의 능선처럼 이루어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 일 것이다. 명덕봉 능선에서의 사치(?)스러운 진행을
자책하며 주능선에 오른다.잠시 주능선 삼거리에서 땀을 식히고
전열을 가다듬은 후 예정된 산길을 더듬듯이 이어간다.
신갈나무가 우거진 봉우리,지도상으로는 586,1m봉이다.남서쪽으로
뻗어나간 바위능선이 명덕봉능선과 같은 방향으로 뻗어있고, 고만고만한
바위 봉우리들의 키 자랑이 한창인 바위능선길, 육산의 명덕봉에서 골산인
선봉으로의 변신인 셈이다.
돌 부수러기와 마사토로 이루어진 선봉오르막, 해발697m봉의 선봉이다.
북동 쪽 오두재 방면으로 이어진 바위능선을 잠시 진행하다가 되돌아 서서
무릉봉쪽을 겨냥한다.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능선은 언제 어디서
보아도 아름답고,우측의 산아래 무릉리 강촌마을의 옹기종기 모여 살고있는
농가 또한 아름답다. 따끈따끈한 햇볕에 열기를 품은 바위와 등산화의
접촉이 믿음직 스럽고, 코끼리 등 같은 너럭바위등에 기생하는 부처손이
잔뜩 손을 웅크리고 있는 걸 보면, 건조한 주위환경을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음이 틀림없다. 가파르고 희미한 바위능선길이 다하면 산길은
어느사이 육산의 모습으로 다가와 있다. 무성하게 잡목으로 뒤덮여 있는
무릉봉 남사면(南斜面)에서 하산을 결정한다.무릉봉에서의 잔여 능선구간이
인적이 끊긴지 오래인지, 아니면 아예 산꾼들의 발길이 없었는지,계속진행할
필요를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영불사 입구를 출발하여 명덕봉정상,그리고 용덕리와 삼거리간의 임도를 경유하여
586,1m봉에서 선봉과 무릉봉까지 이어지는 바위능선은 예정되어있던
산행경로보다도 한결 훌륭한 코스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그 이유는
임도 경유가 상대적으로 적었고,586,1m봉에서 선봉,무릉봉까지의
화려한 능선을 오르내리는 즐거움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연중 최고의 명절인 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늦어도 추석명절
보름전까지는 조상 묘의 벌초를 끝내야 하는데, 뭔 바뿐 일이 그리 많은 지,
뒤늦은 날짜인 어제 벌초를 다녀왔다. 어느틈에 머리칼이 허옇게 변해버린
둘째동생,그리고 막내,거기에다 山客의 장성한 두아들,새치가 많이 늘어난 마누라,
막내 제수,이렇게 일곱명을 앞세우고 묘를 깨끗히 단장하고 돌아왔다.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산소 돌보는 민족도 그리 흔해 보이지는 않는다.
바로 옆 동네 중국은 선조들의 묘에 잡초수목이 우거져야 후손에게 길(吉)한 것으로
여기고,네팔의 고산족들은 특이하게도 시신을 높은 산 정상으로
가져가 잘게 부수어 새들의 먹이로 제공하는 풍습으로 유명하고,
바로 이웃 일본은 화장(火葬)을 주로 선호하는 편이다. 어느나라 풍습이 좋은 지
나뿐 지 얘기하는 것은 온당치는 않치만, 조상을 모시는 방법은 그 나라의
종교와 전래되는 관습에 따라 다양하게 표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유난히 비가 자주 내리고 예년에 비해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결실의 계절인
가을이 왔다.잦은 비로 인하여 결실이 늦어지고 있는 과수열매로 시름이
한창인 농부들, 그런 시름을 달래주려는지 하늘은 푸르고 햇볕은
따끈따끈하다.갈에 몰아닥치는 비 바람은 수확을 기다리는 농부들의 눈물과
한숨이라 했던가? 식량 자급율이 26%에 불과하다는데, 나라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분들은 농부들의 눈물과 한숨소리를 애써 외면하지 말기를,왜냐하면
그분들은 그나마 26%의 식량자급율을 맡고 있는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소아기 무렵에 이미 예비 경쟁을 치뤘기에 넓은 사회에 나가서도 경쟁력에서는 탁월한 기능을 발휘하는 법입니다! ^^
선조묘에 벌초도 깨끗하게 하셨으니 마음도 한결 가볍겠습니다. 중추절 잘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음악도 태양은 가득히 주제곡?
뜨거운 햇볕이 이글거리고,어느 곳이 하늘이고 어디까지가 바다인지 모를 지중해 한복판, 사랑에 눈이 먼 알랑들롱의 겁없는 사랑과 우수에 젖은 모습이, 태양이 이글거리는 계절에는 문득 그려질 때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