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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전 경판에 새겨진 동양적 가치가 1000년이 지난 현재에도 서양과 동양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보여주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큐 ‘다르마’ 제작진. 좌측으로부터 최근영 김규효 윤찬규 PD.
“해와 달처럼 빛나는 대장경 지혜 조명할 것”
올해는 대장경 조성 1000년을 맞는 해다. 이를 기념해 ‘2011년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 행사도 열린다. 한국방송 KBS도 대장경 천년 기획특집으로 ‘다르마(Dharma)’라는 다큐를 제작하고 있다. 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다큐멘터리국 김규호 윤찬규 최근영 PD를 지난 13일 만나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았다. 다큐 ‘다르마’는 김규호PD가 총괄 지휘하고 윤찬규PD와 최근영PD가 제작 현장을 누비고 있었다. 취재약속을 잡기 위해 김규호 PD(다큐멘터리국 EP)에게 전화를 하기만 하면 통화중이거나 회의중이었다. 그만큼 바쁘다는 증거. 어렵게 약속을 하고 찾은 방송국에서 만난 3명의 PD는 퇴근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KBS 연구동에서 마라톤회의를 하고 있었다.
-다큐 ‘다르마’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김규호 : 지난해 우리는 미리 초조대장경 조성 1000년에 대한 준비를 해 왔다. 이를 위해 윤찬규.최근영PD가 다큐를 기획하게 됐다. 팔만대장경은 한국만 가지고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우리는 대장경에 담겨 있는 물질적, 정신적 가치를 재발견하기 위해 다큐 ‘다르마’를 기획했다. 그래서 3부작으로 만들어 대장경이 전래된 길과 역사를 조명해 보고 나아가 대장경의 내용이 서구문명에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를 조명해 보고자 했다.
-‘다르마’에서 중점적으로 보여주려 하는 것은. 최근영 : 대장경에 대한 프로그램은 이미 많이 제작됐다. 각종 공중파에서 제작한 것만 해도 5편이 넘는 것으로 안다. 올해 대장경 조성 1000년을 맞아 기획한 다큐는 남들이 했던 내용은 반복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대장경의 역사적 자료는 한정적이다. 그래서 이미 했던 이야기는 다했다. 일전에 성철스님이 대장경을 가리켜 “아무리 훌륭한 가르침이라도 알아볼 수 없는 글자로 남아 있으면 한낱 빨래판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씀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물질만 보면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경판에 새겨진 5000 만자가 넘는 글자를 한 글자로 말하면 ‘心’이라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중요하다. 더불어 대장경에 들어있는 콘텐츠, 즉 가르침을 더 탐구해 보는데 중점을 뒀다. 행운인지 몰라도 이번에 준비중인 작품이 한국전파진흥원 기획안 공모에서 수출전략형 콘텐츠로 선정돼 5억원의 지원을 받았다. 우리에게는 중요한 문화유산이지만 외국인이 보기에는 별거 아닐 수 있다. 이러한 맹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윤찬규 : 물질적 가치를 포함하되 천년의 가르침이 현재도 어떻게 실현되는가에 중점을 두었다. 의천스님이 초조대장경을 정비할 때 발문에서 예언했는데 “여기에 담긴 지혜는 해와 달처럼 1000년 후에도 빛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어떻게 해와 달처럼 걸려 있는지 보여주고자 한다. 현대의학, 물리학 등과 어떻게 통용되는지를 보여주어 의천스님의 예언이 실현되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우리는 대장경의 내용에 담겨있는 정신적 가치를 재발견하기 위해 다큐 ‘다르마’를 기획했다. 그래서 3부작으로 만들어 대장경이 전래된 길과 역사를 조명해 보고 나아가 대장경의 내용이 서구문명에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를 조명해 보고자 했다.”
-세계시장에 내놓을 것이라 했는데. 최근영 : 그렇다. 이를 위해 미국 메사추세트 대학병원을 찾아갔다. 그곳에는 불교선사들에게 배운 명상법을 다양한 질환, 즉 편두통, 심장병 등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에게 무아(無我)의 가르침을 알게 해 치료하고 있었다. 명상치료를 통해 이러한 질환이 경감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함으로써 대장경의 가르침이 현대에 실현되고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 그래서인지 서양불자들은 불교를 종교차원에서 믿는 게 아니라 생활에 실현하고 증명하는 합리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대장경판의 가르침을 자막으로 보여주어 외국인들도 이해시키도록 제작하려 한다.
윤찬규 : 현대의학 치료를 통해 고통의 근본원리를 조명하려 한다. 무상(無常)과 무아(無我)의 불교 가르침을 체득하기 위한 수행법이 적용돼 고통을 해소할 수 있는 사실을 보여주려 한다. 부처님 지혜가 현대에 어떻게 유용한지, 무상과 무아에 도달하기 위해 수행하는 모습을 의학현장에 비춰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
-다큐를 제작하면서 불교에 대해 많이 알게 되지 않았나. 최근영 : 원래 불자였으나 다큐를 제작하면서 불교 교리를 체득하게 됐고 적용되는 현장을 보게 되니 추상적 교리가 아니라 사람을 바꾸는 구체적인 교리를 체득하는 힘이 생겼다.
윤찬규 : 불교신자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제는 불자라고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작과정을 통해 지혜로워지는 마음 컨트롤을 할 수 있는 ‘알아차림’을 할 수 있게 돼 세상 사는데 도움이 됐다. 티베트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그곳에서는 ‘일체 유정이 나의 어머니’라고 믿는다. 이를 위해 수행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늘 그 생각하는 사람과 있으면서 그들에게 물드는 게 행복했다. <사진>해인사 팔만대장경에서 다큐 ‘다르마’ 제작 모습.
-어떻게 물들었다는 건가. 윤찬규 : 예전에는 여름날 지하철을 타면 옆 사람이 더워 짜증이 났다. 옆에 누가 있어 괴로웠는데 티베트 수행법은 생각을 바꿔 놓았다. 옆에서 더워하고 있는 사람도 나와 같고 같이 뜨거울 것이다. 그가 더운 것이라는 것을 내가 받아들이고, 내가 시원했던 생각을 상대방에게 줌으로서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티베트의 수행법은 참 지혜로웠다. 내 세포막을 얇게 해 면역체계를 확대해 행복할 수 있었다.
-‘다르마’의 주요 취재장소는. 김규효 :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병원을 비롯해 유럽 핵물리연구소 실험과정도 취재했다. 중국 스촨성의 티베트 불교 수행처와 미얀마의 위빠사나 수행처도 취재처였다. 한국의 팔만대장경 봉안 장소인 해인사도 취재했고, 인도 스리랑카 등 대장경 전파루트도 다녀왔다.
-‘다르마’ 다큐는 어떻게 구성되고 언제 방송되는가. 김규효 : 모두 60분짜리 3회를 방송하게 된다. 방송은 9월 중순 골든타임을 정해 할 것이다. 1편은 부처님이 태어난 인도로부터 암송에 의해 전해지던 가르침은 스리랑카 중국을 거쳐 마침내 1000년 전 고려에서 팔만여개의 경판으로 집대성되는 대장경로드가 펼쳐진다. 2편은 대장경의 초기가르침인 아함경을 살펴보고 2500년 전 가르침이 실현되고 있는 탁발현장을 조명한다. 이와함께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병원에서 불교수행법으로 환자들의 병과 스트레스를 치료하는 현장을 소개한다. 3편은 대장경의 가르침이 실현되고 있는 티베트 스님들이 수행처를 찾아간다. 아울러 유럽 입자물리연구소의 실험기록이 불교의 가르침과 어떻게 통용되는지를 보여준다. 신년들어 KBS는 예고방송을 통해 ‘다르마’를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방송국 사장님 이하 전 직원들도 다르마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단다. 그 짓누르는 중압감만큼 제작진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심혈을 기울여 품격 높은 ‘다르마’의 완성을 위해 뛰고 있었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일본 루이치 사카모토에게 테마음악 작곡을 의뢰하고 영문 내레이션도 넣을 계획이다. 빠듯한 예산이라 완성도 높이기가 쉽지 않지만 제작진은 1000년전 경판에 새겨진 동양적 가치가 1000년이 지난 현재에도 서양과 동양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보여주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9월 방영될 다큐 ‘다르마’.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여태동 기자 tdyeo@ibulgyo.com
■‘다르마’ 제작 2인 PD 이력
1987년 입사. 현재 다큐멘터리국 근무. ‘전국은 지금’ ‘6시 내고향’ ‘사람과 사람들’ ‘KBS 스페셜’ 연출. ‘도자기’로 한국방송대상 수상. ‘선의 황금시대를 열다 신라승 무상’으로 2009년 불교언론문화상 TV부문 최우수상 수상.
1997년 입사. 현재 다큐멘터리국 근무. ‘’체험 삶의 현장‘ ‘한국의 미’ ‘문화지대’ ‘KBS 스페셜’ 연출. ‘유고, 2500년의 여행’으로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 수상.
[불교신문 2691호/ 1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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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대장경, 치유의 텍스트로 돌아오다 | ||||||||||||
[인터뷰] KBS 특집 다큐멘터리 ‘다르마’ 최근영 PD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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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년 전 부처의 가르침을 다큐멘터리로 만난다. 초조대장경 판각 1000년을 기념하는 특집 다큐멘터리 4부작 〈다르마〉(연출 윤찬규, 최근영)가 오는 15일 오후 8시 KBS 1TV에서 첫 방송한다. 〈다르마〉는 대장경의 물리적 웅장함과 역사성에 주목했던 기존 다큐멘터리와 다르게 대장경에 담긴 내용에 주목, 삶의 참 된 의미를 잃어가는 현대인에게 부처의 말씀을 전할 예정이다. 〈다르마〉 1, 2편을 연출한 최근영 PD를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만났다.
〈다르마〉(부처가 사용한 산스크리트 고어로 뜻은 ‘진리’)는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기획단계를 거쳐 5월부터 3개월 간 답사를 진행했다. 8월부터는 해인사를 시작으로 1년 간 촬영에 전념했다. 총 8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번 작품은 미국과 티베트 등에서도 촬영이 이어졌다. 제작진은 목판으로 제작된 팔만대장경의 보존에 숨겨진 비밀과 기술적 위대함 등을 다룬 기존작품들을 답습하고 싶지 않으려 고민했고, 결국 대장경에 쓰여 있는 ‘텍스트’로 눈을 돌렸다. 최근영 PD는 “지하철에 가면 성경을 읽는 사람은 많아도 불경을 읽는 사람은 별로 없다. 불경에는 현실과 맞닿은 좋은 이야기가 많은데 현실에서 표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삶에 괴로움이 있다는 건 진실이다. 대통령도, 스티브 잡스도 괴로운 건 마찬가지다. 만물에게 괴로움만큼 공통적인 게 없다. 불교는 괴로움을 줄이고 벗어나는 길을 알려준다.” 진정한 대장경의 가치는 그 뜻을 헤아리는 데 있다고 생각한 최 PD는 “어려움에 닥쳤을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치유의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다르마〉는 내레이션이 없다. 제작진의 개입은 최소화하고 텍스트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내레이션을 하다보면 제작진이 하고 싶은 말을 막 하게 된다. 재미없더라도 그냥 보여주고 싶었다.” 〈다르마〉는 지구 반대편에서 촬영한 두 지역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는 전개방식을 택했다. 영국의 불교 사원과 미국의 종합병원(2편), 티베트의 불교 수행처와 유럽핵물리학 연구소(3편), 오스트리아 가톨릭 수도원과 한국의 쌍계사(4편)이 연결되는 식이다. 각각의 지역은 대장경에서 인용된 질문과 대답들로 연결된다. 이런 이야기 방식을 택한 이유는 뭘까. “물질문명의 최전선에 있는 의학에선 약을 먹이고 수술하는 방식이 궁극적 치유가 될 수 없음을 알게 됐다. 양약으로 해결되지 않는 치유를 위해 돌아본 지점이 불교다. 불교에선 마음을 치유하는 게 전인적인 치유의 길이라 말한다. 우주의 궁극을 탐구하는 과학자들도 불교의 가르침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물질은 상호 의존하고 있으며, 모든 것은 변하고 있다는 가르침이다.”
최근영 PD는 1000년 전의 대장경에서 지금 우리가 던지고 있는 질문을 발견한다. 예로 “걱정이 많아서 괴롭다”,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나”,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 등이다. “(대장경에 등장하는) 질문과 답은 지금 들어도 지혜롭고, 지금 들어도 현실 적용 가능 한 것이었다. 예컨대 부처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지 말고/ 미래를 바라지도 말라/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라”(고려대장경 아함경)고 조언한다.
제작진은 〈다르마〉를 통해 ‘우리는 상호 의존적 관계’라는, 평범하지만 강력한 ‘진리’를 전한다. 최 PD는 “적과 나를 가르고 분노에 기반 해 문명을 이어온 현대 사회를 반성해보고 싶었다”고 밝힌 뒤 “불교에서 무아(無我, 나라는 존재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뜻)라는 말이 있 있듯이, 자기중심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PD는 세계 속 여러 스님을 만나며 “세상에는 자기를 욕망하는 사람도 많지만 자기를 버린 착한 사람도 많았다”고 말했다.
1편 〈붓다의 유언〉에서는 대장경의 역사와 가치를 설명한 뒤 부처의 임종을 묘사한 경전 ‘대반열반경’을 티베트,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세계인이 자기 언어로 읽는 릴레이 낭독을 보여준다. 릴레이낭독은 2500년 전 한 사람의 입에서 나왔던 이야기가 전 세계로 퍼져 지금은 누구나 다 읽을 수 있는 보편성을 갖게 됐다는 상징성을 드러내는 기획이다.
2편 〈치유〉에서는 미국 메사추세츠의 한 종합병원과 영국의 스님들이 불교의 명상수행법 ‘마음챙김’ 등을 통해 병과 괴로움을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3편 〈환생과 빅뱅〉에서는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나”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 뒤 빅뱅 실험이 벌어지는 핵물리학연구소와 티베트 불교수행처를 교차시키며 답을 구한다.
4편 〈천국은 어디에 있는가〉에선 “신은 누구이며 천국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주제로 오스트리아 베네딕트 수도원과 한국의 지리산에 위치한 쌍계사를 소개하며 완전한 행복의 조건을 탐구한다. 제작진은 두 곳의 종교인들을 통해 “신에 대해 맹목적인 믿음보다 중요한 건 체험하고 실천하고 몸으로 보여주는 신앙”이라고 말한다. 제작과정은 기나긴 모험의 연속이었다. 대장경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핵물리학 연구소와 해외병원을 드나들기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미국 병원 환자들과 몇 몇 스님들은 촬영을 거부해 멍하니 숙소에 앉아있던 날도 있었다. “소통이 안 돼서 그랬다. 생각해보면 원래 안 되는 일이었다.” PD는 어느새 불자의 마음으로 스스로의 잘못을 되뇌이고 있었다. 이 15년차 다큐멘터리 PD의 다큐 철학도 “만들면서 나쁜 업을 짓지 말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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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장경 천년 특집 '다르마' 다시보기---http://www.kbs.co.kr/1tv/sisa/dharma/vod/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