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원유 생산은 없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정제 기술로 아시아-태평양의 허브 역할을 한다.
한국의 정유 능력(Capacity)은 세계 5~6위권이며, 단일 정유소 규모로는 세계 1~3위(SK에너지, GS칼텍스, S-OIL)가 모두 한국에 있다. 단순 소비국을 넘어 원유를 수입해 고부가가치 제품(항공유, 초저유황 경유 등)으로 재수출하는 구조로, 실제 2025년 한국의 석유제품 수출액은 국가 전체 수출 품목 중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미국도 몰랐다" 항공유 71%가 한국산…중동 불붙으면 美서부 하늘 직격, K-정유의 정체〉
by 밀리뉴스
2026. 3. 31.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제 기술로 디젤·휘발유·항공유를 만들어 아시아-태평양 전역에 공급하는 '에너지 공급망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 원유를 단 한 방울도 생산하지 못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한국이 흔들리면 호주 주유소에 기름이 사라지고 미국 서부 하늘길이 멈춘다.
2026년 현재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란과 주변국 갈등이 격화되면서 한국 원유 수입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리스크가 현실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가 단순히 '한국 기름값 오른다'로 끝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원유를 100% 수입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정제 기술로 디젤·휘발유·항공유를 만들어 아시아-태평양 전역에 공급하는 '에너지 공급망 허브'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기름을 쓰는 나라가 아니라 기름을 배분하는 나라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나라는 호주다. 2024년 기준 호주 석유제품 수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로 단연 1위다. 수입 품목도 디젤, 휘발유, 항공유 등 생필에너지 중심이다. 문제는 호주가 자국 정유소를 대부분 폐쇄해버렸다는 점이다. 한국 공급이 끊기면 대체 공급처를 처음부터 다시 뚫어야 하는 구조다. 단순히 가격이 오르는 게 아니라 물량 자체가 사라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뉴질랜드와 필리핀도 마찬가지다. 뉴질랜드는 마지막 남은 정유소를 폐쇄한 이후 연료 수입의 약 48~50%를 한국에 의존하고 있다. 필리핀 역시 정제 석유제품 수입 1위가 한국이다. 이 나라들에게 '한국 공급 차질'은 곧 돈이 있어도 살 기름이 없는 상황으로 직결된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미국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2024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 항공유 수입 물량의 71%, 일일 약 7만 7,000배럴이 한국산이다. 이 물량은 주로 서부 해안으로 유입돼 캘리포니아와 태평양 노선 항공기를 먹여살리고 있다. 미국은 에너지 자급국이다. 그러나 항공유만 따로 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한국 공급이 끊기면 미국 서부 항공 연료 조달 비용이 폭등하고, 노선 축소와 물류 지연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일본 역시 자체 정제 능력이 있지만, 2024년 정제 석유제품 수입에서 한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체 공급처를 찾을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가격과 운송비 부담이 커지면서 아시아 전체 제조·물류 비용이 올라가는 구조다.
물론 가장 큰 타격은 한국 자신이 먼저 받는다. 원유 수입이 막히는 순간 국내 정유·물류·항공·제조업이 즉각 흔들린다. 그런데 그 충격이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공급망 허브가 흔들리면 그 파장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훨씬 멀리까지 번진다. 중동에서 총성 한 방이 터지면, 그 충격파가 한국을 거쳐 호주의 주유소까지, 미국의 서부 하늘까지 도달하는 구조다. 기름은 중동에서 나오지만, 그 흐름을 쥐고 있는 건 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