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18 민주화운동 36주년을 기념하여, '광주 시립미술관'이 연례 <아시아 민주·인권·평화미술전>을 이미 5월10일에 개막했습니다만, 올해 참가하는 태국 작가 수티 쿠나위차야논(Sutee Kunavichayanont: สุธี คุณาวิชยานนท์, 수티 쿠나비차야논트)은 현재의 군사정권 및 그들의 2014년 5월 쿠데타를 지지하는 인물입니다.
이거야말로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수티 쿠나위차야논은 2013년 11월~2014년 5월 사이의 '방콕 셧다운'(Bangkok Shutdown) 시위 당시 각종 예술활동을 벌였고, 현재까지도 군부 쿠데타를 지지하는 입장을 견지해오고 있습니다.
우리 카페의 회원님들께서는 생생하게 기억하시겠지만, '방콕 셧다운' 시위는 선거로 선출된 잉락 친나왓 총리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로서, 2014년 5월의 군부 쿠데타를 위한 분위기 조성용 시위였고, 그 과정에서 태국의 중상류층과 왕당파들이 방콕에서 코메디와도 같은 거대한 폭력적인 시위를 벌인 사건입니다.
이들은 "총부리"인 군부가 자신들 편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인 동시에 방콕을 자신들의 근거지로 삼는 이들이어서, 태국 전체에서 보면 소수파임에도 불구하고 마음껏 무법천지를 만들면서, 심지어 총기 및 수류탄도 사용한 전무후무한 시위대였습니다. (럭셔리와 공포의 결합형 시위대) (참조: http://cafe.daum.net/khmer-nomad/AdXG/66)
말하자면, 태국에는 오늘날 한국의 "일베"나 "어버이연합" 같은 자들이 오래 전부터 대규모로 존재해왔고, 그들이 주로 중상류층에서 나오면서 금수저로 대물림되다 보니, 태국의 고학력 화이트컬러 계층 중 다수가 "수꼴 세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2013~2014 "방콕 셧다운" 시위 당시, 우리는 폭력시위대의 선봉에 선 재벌집 딸, "민주주의 반대"를 위해 국제적십자기를 앞세우고 행진하는 의사와 간호사, "군부의 도움"(=쿠데타)를 요청하는 명문대학 교수들과 학생들, 그리고 가진 자들만이 상상 가능한 방식인 "돈다발 투쟁", 게다가 백주대낮에 인명을 살상하는 "팝콘 총잡이" 사수대원 등, "세계 럭셔리 시위사"에 길이 남을만한 각종 진기명기를 감상하는 진귀한 경험을 했던 것이죠. (아래 사진 참조)
하여간 이번에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 전시회에 수티 쿠나위차야논이 초청됐다는 것은, 태국 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이들에겐 너무도 황당하며 기가 막힌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유경 기자님에 따르면, 태국의 미술사학자 타나위 촛프라딧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광주시립미술관 '아시아 민주인권평화미술전' 담당 임종영(Jong-Young Lim) 큐레이터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올렸다고 합니다.
이유경 기자님은 타나위 선생의 공개서한을 번역해서 올려주셨습니다. 이하는 이유경 기자님이 급히 번역한 타나위 선생의 공개서한 내용입니다.
임종영 큐레이터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방콕에 사는 미술사학자이며 동시대 예술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평론가이기도 합니다.
지금 당신께 편지를 쓰는 이유는, 당신이 이번 518 광주민주화운동 36주년을 맞이한 전시에서 태국의 아티스트 수티 쿠나위차야논 씨의 작품 '타이항쟁'(Thai Uprising)을 선정한 것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두고 오늘(5.12) 태국의 페이스북은 비판으로 들끓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지금 쓰는 이 편지는 아티스트를 겨냥한 것이 아닙니다. 바로 큐레이터인 임 선생님을 향한 것입니다.
첫째,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태국 예술가 수티 쿠나위차야논(Sutee Kunavichayanont) 씨가 선보인 ‘아트 래인'(Art Lane)은 '방콕 셧다운'(Bangkok Shutdown)의 부분을 차지한 '예술'이었습니다.
둘째, 수티 쿠나위차야논은 수텝 트억수반이라는 민주당 정치인이 이끄는 '국민민주개혁위원회'(PDRC) 시위에 적극 동참하였으며, 2014년 5월 22일 쿠테타가 일어나자 환영한 사람입니다. 이들은 그날 이래 쿠테타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셋째, 물론 어느 아티스트라도 정치적 편향을 지닐 수 있고 자신의 속내를 표현하는 건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그 권한을 존중합니다. 그러나 '2016 아시안 민주주의 인권 평화'를 내건 전시의 큐레이터인 당신은 어이하여 군사정권을 지지하는 예술가를 전시회에 초대하였는지요? 태국의 예술, 예술가들, 그리고 작금의 태국 정치분쟁에 대해 리서치를 제대로 하셨는지요?
너무나 게으른 큐레이터와 큐레이션이 전 세계적으로 난무하고 있습니다. 그저 각 나라에서 유명한 이들을 뽑아가는 그런 방식으로 말입니다. 그런 사례가 아니길 바랍니다.
"다만 4점중 2013-2014시위 담은 한점만 그 의제에 해당합니다. 또 작품 내릴시에는 작가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한편, 제가 앞튀에서 큐레이터와 작가의 *관계*를 추정언급했는데요, 임종영 샘께서는 작년수티초청시 기획팀에 있지 않았고 그를 초청한건 당시의 기획팀. 제 추정은 일단 접겠습니다."
첫댓글 기가 막혀 말도 안 나오지만..
급하게 게시물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이제라도 광주에서 이 자의 작품을 내려야만 할 것입니다..
8월까지 전시를 한다니요.. 말이 안 되지요..
이 사실을 널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희망터글지기 선배님께서 글을 올려주셨으니
우선 잠시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시죠..
정 안 바뀌면 내려가는 수 밖에 없겠지요..
제가 운전이라도 해드리겠습니다.
항의 글 올리시느라
정말 노고가 크셨습니다.
역시 선배님은 행동하는 분이십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트위터에도 광주시청 게시판 글을 링크시켰습니다
http://www.gwangju.go.kr/BD_0000000006/boardView.do?seq=48541&infoReturn=&menuId=gwangju0101010000&searchType=&searchText=&pageIndex=1&boardId=BD_0000000006
희망터글지기님의 즉각적인 행동에 박수를 보냅니다. 살다살다...뭐 이런 기막힌 꼬라지가 다 있을까요..ㅠ 크세의 존재감이 순기능을 발휘해야하는 중요한 순간인듯 합니다.
참 기가 막히네요...
현재 트위터 계정을 통해
각종 언론사와 지역 기관, 그리고 호남 정치인 등에게
이 정보를 맨투맨으로 알리는 중입니다.
[속보 업데이트]
다음의 내용은 이유경 기자님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내용입니다.
"임종영 큐레이터와 통화했습니다. 성실히 답해주셨습니다.
수티의 현장예술에 주목한 것이고 현장예술이 전시장에 걸리지 못해온 관행을 깨고 싶었다고 합니다.
정치적 상황에 대한 고려는 별로 안하신 것 같아요."
"이정도 항의가 있을거라 예상 못하셨다고 합니다.
518 재단으로 태국시민사회의 항의가 좀 도달한 듯 합니다.
오늘 오후 미술관 측과 이 문제를 상의하신다고.
수티 작품을 내릴지 여부까지도 논의 의제."
연속
"다만 4점중 2013-2014시위 담은 한점만 그 의제에 해당합니다.
또 작품 내릴시에는 작가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한편, 제가 앞튀에서 큐레이터와 작가의 *관계*를 추정언급했는데요,
임종영 샘께서는 작년수티초청시 기획팀에 있지 않았고 그를 초청한건 당시의 기획팀.
제 추정은 일단 접겠습니다."
계속 관심있게 지켜보겠습니다.
여러모로 공감합니다. 기사로 간략하게라도 정리해볼까 합니다.
좋은 일입니다..
기사로 만드신다면 '광주시립미술관' 측과 연락을 취해보시기 바랍니다..
현재 광주의 주최측은 진지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작가에게 "태국 군정에 대한 입장"을 밝혀주도록
이메일을 보낸 상태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