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도(尋牛圖) 선시조(禪時調) 11수 (2019. 8. 24)
반산 한상철
서시(序詩)
선(禪)이란 참나 찾는 유곡(幽谷)의 구름인데
고난이 따르는 길 구태여 가려는가
맘속에 이미 있는 도(道) 못 읽어도 좋다네
1. 심우(尋牛)
- 소를 찾음
동자여 망과 고삐 왜 손에 들었는가
녀석이 무엇이지 꼭 알려고 한다면
산속을 헤매지 말고 공부부터 하시게
2. 견적(見跡)
-발자국을 봄
열심히 배웠드니 어렴풋 알게 되고
먼저 간 본성(本性)이야 돌아볼 겨를 없어
발자국 눈에 띄니까 짐작이야 하겠지
3. 견우(見牛)
- 소를 발견함
멀리서 보일진대 뒤따라 잰걸음이
눈앞에 이르고야 형체를 식별하네
분명히 그 놈 맞으니 놓치지는 않으리
4. 득우(得牛)
-소를 얻음
붙잡아 줄을 매니 본 모습 드러나네
아직은 거칠기에 다듬어야 순치(馴致) 될 터
삼독(三毒)이 잔뜩 물들어 검은 색만 띤다네
5. 목우(牧牛)
-소를 길들임
세심히 길들이면 성질은 유순할 터
보임(保任)이 게으르면 때 묻은 채 달아나
놓치면 만사휴의(萬事休矣)니 정성스레 다루게
* 선의 수행 중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 보임이란, ‘깨달은 것을 더욱 갈고 닦음’을 뜻한다.
6. 기우귀가(騎牛歸家)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감
하얗게 변했으니 한 시름 놓는구려
아이가 등에 타고 무공적(無孔笛) 불어대며
신나게 집에 가구나 저 피안(彼岸)도 눈앞에
* 무공적; 불어도 소리가 나지 않는 구멍 없는 피리(벽암록 제41칙 조주 이야기). 해탈의 경지.(필자 주)
7. 망우존인(忘牛存人)
-소는 잊고 사람만 남음
내 방에 돌아온즉 진리는 간 데 없고
혼자서 우두커니 먼 산만 바라보네
아서라 뗏목 버리자 미련마저 사라져
* 소는 종착지인 심원(心源)에 도달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함으로, 이른바, 禪의 수단인 ‘뗏목’마저 버려야 한다.
8. 인우구망(人牛俱忘)
- 사람과 소를 같이 잊음
이제는 구했으니 또 무얼 바라는가
그 자식 가고 없고 나조차 잊게 되어
완전히 깨우쳤도다 둥근 상(相)만 남았네
* 주객(主客, 동자와 소)이 다시 합일하는 단계 즉, 텅 빈 원상(圓相) 만 남게 되어 완전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 그 자식; 축(丑)을 뜻함. 축은 12지(支)의 둘째로, 동물로는 소를 가리키고, 방위는 북북동이며, 시각은 오전1~3시 사이다.
9. 반본환원(返本還源)
-원래의 상태로 다시 되돌아 감
모든 게 비웠구나 번뇌도 지워지고
시공(時空)은 바쁘지만 뫼와 물 그대로네
바탕이 되돌아오니 한결 바람 시원해
10. 입전수수(入廛垂手)
-속세에 들어가 중생을 제도함
큰 포대 들러 매고 지팡이 집고 돌며
복덕(福德)을 나눠주니 중생도 반기누나
가게는 만인(萬人) 몫이라 맑은 손을 드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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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우도; 선의 수행단계를 소와 동자(童子)에 비유하여 도해(圖解)한 그림으로, 10단계로 정해 시우도(十牛圖)라고도 한다. 중국 송나라 때 만들어진 보명(普明)의 시우도(일명, 牧牛圖)와, 곽암(廓庵)의 시우도 두 종류가 우리나라에 전래되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인용 수정)
* 본 시조는 곽암의 것이다. 1~5 까지는 제(題)가 두 자이고, 6~10 까지는 넉 자이다. 시조 본문에 ‘소〔牛〕’ 자는 단 한 자도 들어가지 않았다. 수사(修辭)도 중복이 없다. 그저 그림을 눈으로 감상하는 수준으로, 비교적 단순하고도 쉽게 묘사한 정격 단시조다.
* 무산(霧山) 조오현(趙五鉉 1932~2018) 스님이 최초로 ‘무산 심우도’ 선시조 10수(각 제목 당 2수 연형시조)를 지었다. 그 역시 ‘소’를 직접 등장시키지 않고, ‘나〔話者〕’를 택했다. 역설, 해학, 풍자로 ‘선풍(禪風)의 멋’을 한껏 살린 수작이다. 문학적 성취도는 높으나, 전문적인 용어가 많아 일반인은 물론, 시조인조차도 이해하기 대단히 어렵다. 그리고 정격이 아니다. 1979년 시조집『심우도』발간.(필자 주) 끝.
* 이상 심우도 10장은 다음백과에서 인용. 전남 순천시 송광면 송광사 소장품이다.( 2019. 8. 26)
첫댓글 2019년 9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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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심우도 서시조 11수 한상철의 시 잘읽었네 좋은글 주시어 감사하네 오늘도 즐겁고 건강 하시길
권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