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9일 토요일
어젯밤 자정 무렵이 되어 양재역을 출발한 산악회 버스가 새벽 4시 20분쯤에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 앞에 도착했다.
버스 안에서 모두 눈을 감고 부족한 잠을 자고 있다가 5시에 버스 문이 열려 밖으로 나왔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문을 연 식당이 없어서 모두 여객선터미널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쉬었다. 시설이 깔끔하게 잘 관리되고 있었는데, 특히나 화장실이 매우 깨끗했다.
6시쯤 터미널을 내려와 돌게장백반으로 아침을 먹었다.
7시 20분부터 홍도행 고속여객선 뉴엔젤호 승선이 시작됐다. 예정대로 여객선은 7시 50분에 목포항을 출항하여 홍도로 향했다.
흑산도 부근부터 너울성 파도가 심해졌고 배가 크게 흔들렸다. 멀미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나도 약간의 멀미 증상이 있었다. 이런 너울성 파도의 영향 때문이었는지 여객선은 예정보다 10여 분이 늦은 10시 45분에 홍도항에 도착했다. 2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섬이다.
10시 53분에 깃대봉을 오르기 시작했다. 유람선을 타는 시간이 당초 일정(1시간으로 안내됨)과는 달리 1시간 40분이 걸린다는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어 점심 먹을 시간과 산행 시간이 빠듯하게 되었기 때문에 일행 대부분이 산행과 유람선 중 택일을 하였다. 나는 다섯 명과 함께 둘 다 하기로 하고 발걸음을 재촉해서 산을 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더운 날씨에 걸음을 재촉했기에 무척 더웠다. 땀을 비 오듯 흘렸다. 흑산초등학교 홍도분교에서 원추리군락지까지의 등산로에서 바라보는 홍도와 주변 바다는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원추리군락지를 지나자 숲길이 시작되었다. 20여 년 전에 교감 연수 동기 모임의 회원들과 함께 와서 오를 때는 시야가 탁 트인 곳이 자주 있어서 조망이 좋아 오르는 데 힘을 보태줬으나, 이번에는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내내 우거진 숲속 길이어서 바다를 볼 수 없었고 바람도 전혀 없었다. 날씨가 선선한 초봄이나 가을에 왔으면 무척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땜깨나 흘린 끝에 40분 만인 11시 33분에 깃대봉 정상(365m)에 섰다. 홍도 주변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과 동영상에 담았으며 감상하였다.
12:30에 출발하는 유람선을 타기 위해 빠르게 하산하였다. 그런 와중에서도 숲 사이로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띌 때마다 멈춰서 사진에 담았다.
12시 5분에 홍도항에 도착한 후 시간이 촉박하여 지정된 식당에서 점심 먹는 것을 포기하고, 과자와 초콜릿, 그리고 냉커피 한 잔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유람선을 타는 관광객이 많아 첫 배는 만선이어서 먼저 떠났고, 두 번째 배에 올랐다. 검표하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유람선이 섬을 시계방향으로 돈다고 해서 뱃머리 쪽 오른편 좌석을 골라 자리 잡고 앉았다.
유람선 투어가 시작됐다. 홍도… 정말 아름다운 섬이었다!
유람하는 내내 감탄사가 끝이질 않았다. 홍도(紅島)는 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천연 지질박물관’이자 천연보호구역으로, 깎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과 붉은빛의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한반도 최고의 해상 절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러한 독특한 비경은 홍도를 구성하는 암석의 특이성, 거대한 습곡과 단층, 그리고 오랜 세월 축적된 파도의 침식 작용이 결합하여 탄생했다고 한다.
홍도 해안을 따라 펼쳐진 기암괴석과 동굴 등 자연이 빚어낸 대표적인 비경이 33개나 있다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핵심 절경인 홍도 10경은 제1경 남문바위, 2경 실금리굴, 3경 석화굴, 4경 탑섬, 5경 만물상, 6경 슬픈여, 7경 부부탑, 8경 독립문바위, 9경 거북바위, 10경 공작새바위라고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도승바위, 병풍바위, 탕건바위, 주전자바위 & 떡시루바위, 기둥바위, 원숭이바위, 칼바위, 제비바위, 돔바위 등이 섬 주위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유람 중간에 활어를 실은 고깃배가 유람선으로 다가와 관광객들에게 회를 떠서 팔았다.
20여 년 전에 이 섬에 왔을 때 유람선 투어를 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었고, 그동안 긴 시간을 이 유람선을 타기 위해 기다려 왔는데, 오늘 타고 보니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흑산도로 가는 동양골드호가 20여 분 연착되어 홍도항에 들어와 승선했다. 3시 45쯤에 홍도항을 떠나는 여객선 위에서 이 아름다운 섬을 한참 바라보았다. 또 오고 싶은 섬이었다.
4시 22분에 흑산항에 도착하여 하선하였고, 이어서 버스를 타고 흑산도 일주 버스 투어를 했다. 버스는 구불구불하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내리며 천천히 움직였고, 운전기사의 입담 좋은 구수한 해설을 들으며 흑산도 풍경을 감상하였다.
5시 23분에 샘골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려 칠락산 등산을 시작하였다. 깃대봉 등산보다는 덜했지만 역시 더웠다.
5시 45분에 칠락산(272m) 봉우리에 올랐다. 흑산도와 주변의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눈 아래 펼쳐졌다. 홍도, 영산도, 대장도, 다물도, 외물도, 대둔도… 등. 대장도에는 국내 도서 지역에서 최초로 발견된 산지 습지인 ‘신안 장도 산지습지’(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등록된 람사르 습지)가 있다고 하여 유심히 바라보았다. 저렇게 작은 섬에 습지가 있다고 하니 특별한 관심이 생겼고, 인터넷으로 다음에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천천히 하산하면서 흑산항을 비롯한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사진에 많이 담았다.
흑산항 숙소에 도착하여 방을 배정받았다. 당초 4인 1실을 사용하게 되어 있었으나, 웃돈을 주고 1인실을 사용하기로 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에어컨을 켰다. 땀에 전 옷가지와 배낭 등을 방바닥에 펼쳐놓고, 빨랫감들을 추려내어 재빨리 빨아서 널고 샤워를 했다. 시원한 느낌을 짧은 시간이나마 한껏 맛보며…. 샤워를 하다 보니, 오른쪽 장딴지에 검은 물체가 달라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떼어내 보니 거머리였다. 사진을 찍어 검색해 보니 흡혈성 육상 거머리인 ‘독실산거머리’로 나타났다. 원래는 동남아시아, 대만 등 따뜻하고 습한 아열대 기후 지역에 주로 살던 종이었는데, 기후 온난화 현상으로 가거도, 흑산도 등 흑산면 산간 지역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안내되었다. 미세한 체온 변화, 공기 진동, 이산화탄소를 기가 막히게 감지하고, 등산로 주변 낙엽 밑에 숨어 기다리다가 사람이나 염소 등이 지나가면 잽싸게 올라붙어 피를 빤다고 한다. 마취 성분과 항응고제를 분비했기 때문에 장딴지 윗부분에 달라붙어 있는 것을 전혀 느끼질 못했는데 발뒤꿈치까지 피가 흘러 말라붙어 있었다.
7시에 정해진 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메뉴는 4인 한 상의 홍어삼합이었고, 일행과 인동초 막걸리와 소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저녁 먹고, 흑산도항 밤거리를 걸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보였다.
밤 8시 이후까지 문을 열어 놓고 있는 코사마트에 들러 캔맥주를 하나 샀다. 외국인 노동자 중심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주요 고객도 그들인 것 같았다.
불빛이 비치는 항구 위의 하늘을 덮고 있는 검은 구름이 색다른 느낌을 안겨 주었다. 서녘 하늘에서는 금성이 반짝이고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텔레비전 뉴스를 봤다. 며칠째 네팔과 중국 국경에서 일어난 지질구조의 붕괴가 원인으로 추정되어 발생한 대홍수 참사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무척이나 가슴 아픈 일이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이며, 그 이면에는 인류의 과도한 소비문화의 확산과 이를 지탱하는 대량 생산 체제가 그 동인이라고 하겠다. 우리는 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11시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