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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유공자 명단’, 팩트체크 통해 이미 가짜로 밝혀져
박지훈 변호사, “5·18 특별법으로 처벌 가능해”
2019년 자유한국당 공청회서 논란 시작 추정
역사왜곡에 항의하는 5·18 유공자들(출처=연합뉴스)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이미 팩트체크를 통해 가짜임이 밝혀진 ‘광주 5·18 사태 가짜유공자명부’라는 허위정보가 다시 또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미 가짜로 알려진 정보를 또다시 유포하는 것도 문제지만, 지난 1월 5일부터 시행된 ‘5·18 특별법’으로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평화나무가 입수한 자료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름부터 문재인 대통령,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친여권 인사로 알려진 인물들의 이름이 나와 있다. 상단에는 “5.18 가짜 유공자 6억~8억 지급? 세금은 눈먼 돈이가?”라는 글이 적혀있다. 해당 게시물은 이미 2019년 블로그와 카톡방, 네이버밴드 등에 퍼진 바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허위정보 중 하나
이에 법무법인 디딤의 박지훈 변호사는 “5·18 특별법에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방법으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예전 자료를 다시 꺼내 유포하는 것 역시 처벌된다는 설명이다.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제8조(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금지)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방법으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신문, 잡지, 방송, 그 밖에 출판물 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정보통신망의 이용
2. 전시물 또는 공연물의 전시ㆍ게시 또는 상영
3. 그 밖에 공연히 진행한 토론회, 간담회, 기자회견, 집회, 가두연설 등에서의 발언
명단에 이름 올린 사람 대부분 “사실 아냐”
명단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여당과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청와대는 2019년 2월 JTBC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5·18 유공자 등록을 신청한 적도 없고,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1980년 5월 17일 계엄령 위반 혐의를 받아 구속된 일이 있지만, 보상 심사를 신청하거나 유공자 등록 신청을 한 일은 없다는 것이다.
2019년 2월 19일 JTBC 보도(출처=JTBC)
추미애 전 장관도 2019년 2월 자신의 SNS를 통해 해당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추 전 장관은 “저는 5·18 유공자가 아니다. 오히려 가슴 아픈 역사에 직접 동참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라며 “당시 대학교 4학년 때 대검을 들고 정문 출입을 검문하던 계엄군에게 왜 내 학교를 마음대로 드나들지 못하게 하느냐고 겁 없이 대들었던 살벌한 분위기를 기억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짜뉴스로 양심을 팔기 이전에 5·18의 진실에 겸허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고 꼬집었다.
표창원 전 의원도 2019년 3월 “경상도와 어르신들 대상으로 제가 광주 5·18 민주화 유공자로 지정됐다는 가짜뉴스가 돌고 있다며 문의를 한다”며 “80년에 서울 보성 중학생, 고려고 거쳐 경찰대학, 이후 경찰관 및 경찰대 교수를 한 보수적 삶을 산 제가 민주화 유공자로 지정될 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광주민주화항쟁에) 제가 기여한 바는 없고, 민주화 유공자로 지정되지 않았고, 그럴 이유도 없다”며 “저처럼 관계없는 사람도 민주화 유공자로 포함되어 혜택받는 선동을 하기 위해 이런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명단에 올라간 사람 중 실제 유공자인 사람도 있다. 이해찬 대표는 5·18 유공자지만 의료혜택이나 연금을 받지는 않는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다. 그는 ‘광주의 고립된 상황을 깨기 위해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시위했던 그룹들이 있었다’며 ‘이들이 다 나중에 광주에 관해 유죄 판결받고 수형 생활을 해 유공자로 분류됐는데, 자신도 그런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도 그때 고문당했지만, 병이 나거나 한 게 아니기에 의료혜택을 받거나 연금을 받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유시민 이사장이나 박지원 국정원장 등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한 바 있다. 이 사실들은 JTBC를 비롯해 연합뉴스, 뉴스1 등을 통해 보도돼 지금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
5·18 유공자 망언 논란, 자유한국당에서 시작해
5·18 유공자 논란은 지난 2019년 2월 8일 김진태, 이종명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동 주최한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서 촉발된 것으로 보여진다. 해당 행사에는 김순례 전 자유한국당 의원과 지만원 씨도 참석해, 망언에 힘을 더했다.
행사 주최자인 이 전 의원은 광주 민주화 항쟁을 ‘폭동’이라 표현하며 “80년 광주 폭동이 10년, 20년 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민주화 운동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40년 되었는데 그렇다면 다시 뒤집을 때”라며 “80년 5월 전남도청 앞에서 수십, 수백명 사람들이 사진에 찍혔는데, ‘북괴군이 아니라 내다’라고 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참석자인 김순례 전 의원 역시 “좀 방심한 사이 정권을 놓쳤더니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며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 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며 망언에 동참했다.
김진태 전 의원은 2019년 2월 14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정말 5·18로 피해를 당한 분들은 당연히 존중받고 보상받고 해야 되는데 이런 정치권 인사가 무슨 어떤 석연치 않은 경위로 유공자 명단에 들어가 있다면, 그런 분들은 좀 가려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들의 말을 받은 일부 극우 유튜버들과 인사들이 ‘5·18 유공자 명단을 밝히라’는 주장과 함께 ‘가짜 유공자 명단’을 만들어 유포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광주 시청 앞에서 시위 중인 극우단체(출처=연합뉴스)
대법원, “5·18 유공자 명단 밝히는 건 위법”
한편, 대법원은 ‘5·18 유공자 명단을 밝히라’는 주장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5·18유공자명단및유공내용공개촉구국민연합’은 ‘5·18 유공자의 명단을 밝히라’고 국가보훈처에 요청했으나, 국가보훈처는 이를 거부, 법정 싸움으로까지 번졌다.
법원은 국가보훈처의 손을 들어주며 “5·18 민주 유공자 명단 부분은 개인의 성명이 포함돼 개인식별정보에 해당함이 명백하다. 이름 일부를 가려도 사망·행방불명 등 구체적 정보와 결합해 개인을 특정할 수 있어 사생활 비밀을 침해할 우려가 상당하다”며 이들이 낸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소송’을 기각했다.
2심 역시 “현재 상당수 생존해 있는 5·18 민주 유공자들이 입게 될 정신적 고통이 적지 않을 것을 보인다”며 “개인적 일탈에 의해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A 씨 등의 주장은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성이나 정당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020년 10월 10일 심리불속행 기각하고 기존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