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禮記)》에 보면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공자(孔子)의 제자인 자하(子夏)가
아들을 잃고 크게 상심하여 그 시력을 잃었다.
마침
증자(曾子)가 조문을 왔다.
「내가 들으니
벗이 시력을 잃으면 그를 위해 곡을 한다고 하네.」
증자가 이렇게 말하고는 곡을 하자,
자하도 함께 곡을 하며 말했다.
「하늘이시여!
저는 아직 죄를 지은 일이 없는데
어찌하여
자식을 잃게 하시고 눈까지 멀게 하시는 겁니까?」
그러자
증자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상(商)아!
자네가 어째서 죄지은 일이 없다고 하는가?
자네와 나는
수사(洙泗)에서 함께 공부자(孔夫子)를 섬겼네.
그러다 자네는 은퇴하여
서하(西河)의 강가에서 이렇게 늙도록 살아오면서
서하의 백성들로 하여금
자네를 공부자로 의심하게 하였으니
그것이
자네의 첫 번째 죄일세.
그리고
자네가 부친상을 당했을 때 일이네.
백성들 사이에
자네가 얼마나 슬퍼하는지에 대한 소문을 들을 수 없었으니
이것이
두 번째 죄일세.
그런데
자네는 아들이 죽자
눈이 멀도록 울었으니
그것이 자네의 세 번째 죄일세.
그래도
자네는 죄가 없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는
성이 복(卜), 이름이 상(商)이다.
공자보다
44세 연하인 그는
문학적인 상상력이 뛰어나고
섬세한 감성을 가진 예술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는 자식의 죽음을 지나치게 슬퍼하다가
마침내는
시력을 잃고 말았던 것이다.
자식을 잃은 아픔이
얼마이기에 눈이 멀도록 울어야 했을까?
그런 아픔을 겪지 못한
나 같은 사람은 아마도 그런 아픔을 모두는 이해하지 못하리라.
자하가
자식을 잃은 슬픔에
시력을 잃은 뒤로
자식을 먼저 보낸 어버이의 아픔을
「상명(喪明)」
또는 「상명지통(喪明之痛)」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산에다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은
참으로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말이다.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사는 부모는
언제나 그 자식의 모습을 잊지 못하리라.
그 목소리
그 얼굴빛
그리도 귀엽던 그 모습들 하나 하나를
언제나 가슴에 담고 사는 것이리라.
언젠가 대구에서
지하철 사고로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을 때와
얼마전 이라크에서
우리의 젊은이 한 사람이 피살되었을 때의 일이다.
희생된 그 본인들보다
나는 그 부모들의 아픔이 먼저 떠올랐다.
어느 어머니의
절규가 귓전을 울린다.
「죽어 다시 환생하거든
제발 사고 없는 좋은 곳에서 태어나거라.」
아직도 받아야 할 사랑이
너무나 많은 어리고 젊은 나이인데.....
살려달라고 울부짖던
그 모습이 내 가슴을 무참히도 찢어놓는다.
어쩌다 그 젊은이는
아무 원한도 맺은 일 없는 사람들에게
그토록 무참하게
죽어야만 했던 것일까?
그렇게 죽지 않았더라면
그는 장차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
만약 내 자식이 그런 일을 당했다면
나는 또 내 아내는 눈이 멀도록 울지 않았겠는가.
지구 저 편에서는
아직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또 얼마나 많은 영혼들이
상처를 받게 될 것인가.
또 어느 죄 없는 젊은이들이
살려달라는 피맺힌 절규로 생을 마감할 것인가.
어느 어머니의 피맺힌 울부짖음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찢어지게 할 것인가.
자식을 잃고
시력을 잃을 만큼 슬피우는 부모는 또 얼마나 생길 것인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 할 것인가.
정녕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참모습이 이래야 된단 말인가?
전쟁을 일으킨 사람이여!
내 그대에게 감히 묻노니
당신은
상명지통(喪明之痛)을 아시오?
당신은
그 많은 죄를 다 어찌하시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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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지통(喪明之痛)
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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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3
04.07.04 10:39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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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존경하는 현성님~~~ 저를 문하생으로 간택하여 주옵소서....
상명지통(喪明之痛)에 대한 설명이 너무도 감동적입니다. 너무 슬피울어 失明까지한 그 애통함을 어이 말로 다할 수 있으리요... 현성님 ! 이왕지사 내친김에 "서제막급"에 대한 이야기도 실어주시지요. 부탁합니다.
삼청마당님! 날더러 포크레인 앞에서 호미질을 하라는 말씀이오? 그리고 이제와서 사향노루라는 놈의 배꼽을 물어뜯어라는 것은 또 어인 말씀이신지요? ㅎㅎㅎㅎㅎㅎ
현성선생! 현성선생이 누군가 했는데..... 바로 윤형 이었구먼... 그래 많이 반갑수....문장 실력도 대단하고 변한 그대 모습 한번 보구 싶구려
우리의 翠峰선생...! 현성님이 누군지 아셨으면 翠峰님도 이곳 <사람냄새...>에서 그대의 향기를 피워보시지 그래요. 類類相從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디까? 그리고 현성님...! 포크레인앞에서 호미질이라니요. 우수개가 보통이 넘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