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교들에게 신학적, 교육학적 기반을 제공해 기독교 학교가 한국 교육의 희망이 되게 하겠다는 취지의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이사장 김진홍 목사. 이하 기교연)’가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본지는 기교연 설립과 관련해 한국 기독교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신학자, 교육자, 목회자 등을 만나 의견을 듣는 인터뷰를 기획했다.
박상진 교수(장신대 기독교교육학과)와 독수리교육공동체(이하 독수리학교)의 단혜향 교장에 이어 만난 박은조 목사(분당샘물교회)는 "우리 자녀들이 학교에서 진화론을 비롯한 반기독교적인 논리를 배우고 있다"며 "교회가 학교를 불신자의 손에 맡겨 두어서는 미래를 빼앗기겠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고 우려했다.
현재 대안학교인 샘물초등학교를 준비하고 있는 박 목사는 현 미션스쿨들의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정부의 지침을 받아야 한다"는 한계를 이야기하며 "기독교 학교는 성도들의 자녀들만 받아 그들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양육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교"라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또 제도권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대안학교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에는 "정부의 역할을 교회가 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음은 박은조 목사와의 일문일답.
-목사님께서 생각하시는 '기독교학교'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내년 3월 개교를 예정하고 있는 저희 샘물기독학교의 정체성을 얘기해 보겠다. 유치원 과정인 '아이샘 5-7세반'은 이미 4년전에 시작해서 지금은 상당한 경험을 쌓아가고 있고 내년 3월에는 초등학교 1-4학년 과정을 개교하려고 한다. 이 학교는 기독교 대안학교로서 한 학급을 15명으로 해서 각 학년마다 한 학급씩 총 4개 학년 4개 학급으로 시작한다. 현재 교직원 선발이 끝났고 이사회 구성도 이루어졌다. 이 학교의 정체성은 3가지 관점에서 얘기할 수 있다.
첫째 미션 스쿨(Mission School)이 아닌 크리스챤 스쿨(Christian School), 즉 기독교 학교다. 미션 스쿨은 기독교 초기부터 지금까지 중요한 역할을 해 왔고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인가를 받아, 정부가 만든 교과서를 가지고, 정부의 지침을 따라 학교를 운영해야 하므로 어려움이 많다. 최근 대광고등학교와 강의석군의 충돌에서 보듯이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기독교 학교는 믿는 성도들의 자녀들만 받아 그들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양육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교다. 그런 점에서 미션 스쿨의 역할과는 구별이 된다.
둘째는 처치 스쿨(Church School)이다. 개인이 아닌 교회가 자기 성도들을 위해서 시작하는 학교다. 교회가 이미 가지고 있는 시설을 가지고 작은 규모의 학교를 연다면 그리스도의 제자를 양육하는 일은 보다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샘물 기독 학교는 기본적으로 샘물교회 성도들의 자녀들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양육하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목회적인 차원의 학교다. 이 학교가 경험이 쌓이고 힘이 생기면 다른 교회의 자녀들을 위해서도 문을 열게 될 것이다.
셋째는 학부모가 함께 세워가는 학교다. 성경은 자녀 양육의 책임이 부모에게 있음을 가르치고 있다. 샘물학교는 부모를 돕는 학교가 될 것이다. 부모가 자녀를 학교에 떠맡기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책임을 학교가 돕는 것임을 알고 부모가 함께 자녀를 가르치고 함께 학교를 세워가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기존의 교육에서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셨고, 또 왜 대안학교를 시작하시게 됐는지 궁금하다.
"십 수년전 처음 학교를 생각할 때 교회의 공간을 학교가 같이 쓴다면 효과적이겠다라는 실용적인 관점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교회가 학교를 불신자의 손에 맡겨 두어서는 미래를 빼앗기겠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우리 자녀들이 학교에서 진화론을 비롯한 반기독교적인 논리를 배우고 있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저절로 갖게 되는 세속적인 또래 문화는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 부모도 교회도 감당하기 어려운 이 힘겨운 씨름을 경험하면서 기독교 학교를 설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7년전 분당에서 개척교회를 시작하면서 동시에 이전부터 해 왔던 학교에 대한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존의 미션 스쿨을 인수하려고 했다. 그 후에는 수원중앙기독초등학교와 같은 학교를 세워보려고 노력했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대안학교로 결론을 얻게 되었다. 정부로부터 학교 설립 인가를 받지 못한 것도 중요한 계기였고 대안학교가 장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박은조 목사. ⓒ 송경호 기자
-대안학교는 제도권으로부터 자유롭지만, 학력 인증 등 제도권의 혜택 역시 받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같은 한계는 어떻게 극복하실 계획인가.
"제도권의 혜택은 제도권의 간섭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제도권의 혜택을 받지 않으면 간섭도 없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학교를 세우겠다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역할을 교회가 할 것이다. 믿음 없는 이들이 대부분인 정부의 간섭이 아니라 교회의 지원과 사랑의 간섭을 통해서 좋은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학력 인증은 검정고시를 통해서 쉽게 해결할 수 있어 문제가 되지 않다. 대안 학교의 학생들 중 검정고시를 실패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고 듣고 있다. 재정 문제가 큰 과제이지만 교회와 학부모들이 감당해야 한다.
-기독교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를 양육하는 것이다. 저희 샘물기독학교는 성도들의 자녀들을 예수님을 믿는 제자로 양육하여 그들이 어떤 직업을 갖든지 간에 그 자리에서 예수님처럼 섬기며 사는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은 목표로 삼고 나아가려고 한다.
-단혜향 교장선생님께선 한국의 '입시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학생들이 입시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시련으로 보게 하고 믿음으로 극복하는 방법을 가르친다"고 하셨다. 기독교인의 입시관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나.
"입시는 불필요하고 불합리한 요소들이 많이 있지만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현실이다. 그리스도인은 이 현실을 딛고 성도의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입시 경쟁 속에서 잘 훈련된 그리스도인으로 자라도록 가정과 학교와 교회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샘물초등학교는 어떤 면에서 기존의 교육과 차별화된 교육을 하실 예정인가.
"그 과제는 교사들의 몫이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선임된 교사 대표를 비롯한 6명의 교사들을 믿고 그들이 기도하며 행하는 모든 교육 활동을 최선을 다해서 돕는 것이다. 한 학급에 15명의 학생들과 함께, 기독교 가치관으로 잘 무장된 교사들이 대안 학교의 교실에서 만나는 것 자체가 이미 전혀 다른 교육이 이루어지는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교육 문제에 대해 기독 학부모, 혹은 기독 학생들에게 주고자 하는 조언이 있으시다면.
"기독교 대안 학교가 많지 않고, 있어도 입학이 쉽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일반 학교를 다니든지 미션 스쿨을 다니든지 혹은 기독교 학교를 다니든지 간에 중요한 것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보호하시고 가르치시고 인도하시는 분이다. 어느 곳에서든지 믿음으로 나아가면 신실한 제자들이 배출될 것을 믿다. 믿음으로 자녀를 양육하고 믿음으로 자신의 삶을 하나님께 드리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