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합니다. 5월엔 어린이날이 있고, 어버이날도 있고, 스승의 날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5월은 또 우리 ‘사회’에 다른 차원의 의미를 갖습니다. 지난 5월16일은 1961년부터 30년 가까이 오랜 군사정권이 시작된 군사 쿠데타가 있었던 날이고, 5월18일은 43년 전 광주와 그 인근지역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하나는 이 사회에 군사독재의 길을 연 날이고, 다른 하나는 이 사회에 민주화의 길을 연 날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어떤 이들은 쿠데타를 ‘구국의 혁명’이라 하고, 5·18 민주화 운동을 ‘폭도들의 무장봉기’라고 합니다. 이렇게 엉뚱한 역사관을 가지게 된 것은 이런 사건을 다루는 당시의 ‘언론’이 어떻게 전했는지를 보면 알 것입니다.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특히 심해졌지만 ‘언론’이라고 해서 항상 진리, 자유, 정의를 기반으로 하는 ‘윤리적 정보’를 제공하는 게 아닙니다. 흔히 ‘관급기사’를 싣는 언론들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1997년 정부가 ‘5·18 민주화 운동’을 국가 기념일로 삼았지만, 당시의 언론이 전한 정보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 아직까지도 일부 사람들은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양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광주교구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광주대교구는 어는 때보다도 시민들 고통의 현장에 가까이 가 그들의 아픔에 동참을 하면서, 공수부대의 과잉 탄압을 사실대로 외부에 전달하고, 과잉 탄압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광주교구 사제들의 진실 알리기, 구속자 석방 등을 펼친 월요 미사와 윤공희대주교 등의 활동, 그 뿐 아니라 오늘을 ‘5·18 민주화 운동 기념일’로 정하여 교구 차원에서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5.18뿐 아니라 그동안 있었던 세월호 참사, 애태원 참사 같은 때 우리가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기억과 망각’이란 말이죠. 그동안 수많은 인재를 겪었으면서도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 이유로 ‘기억하지 못하고 망각했기 때문’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면서 ‘기억하지 않고 망각한다면 같은 잘못이 되풀이 된다’는 말도 자주 듣습니다. 그러나 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불의’를 기억하지 않고 망각한다면 단순히 불의가 되풀이되는 것뿐 아니라, 그 불의는 더더욱 정교하고 참혹하게 확장되어 나타날 거라는 것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또 교회 지도자가 이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우리 교회에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우선 기억하고 망각하지 않기 위해, 그래서 민주주의의 퇴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5·18 민주화 운동기념일’을 한국천주교회의 기념일로 삼아 전국의 모든 본당에서 한마음 한뜻으로 미사를 봉헌하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미사야말로 예수님 죽음과 부활의 ‘기억’과 ‘재현’의 제사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