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함께 피어난 전설 13 - 밥풀 한 톨이라도 같이 나눠먹는 우정, 박태기나무
학명: Cercis chinensis
병원 가는 길에 아파트 화단에 자리 잡은 꽃나무를 보았다. 이게 무슨 꽃인가 하고 사진 찍어서 알아보니 이름도 특이한 ‘박태기나무’란다.
이번 글 주제로 삼기 딱 좋겠다는 필이 왔다.
박태기나무는 쌍떡잎식물 장미목 콩과의 낙엽관목이다. 중국이 원산이며 자형화, 소방목, 자형목, 자형, 밥티나무 등으로 불린다. 한약명은 자형피이다.
중국에서는 자형화라고 부르는데
자주색 꽃을 피우는 나무라는 뜻이다.
보통 높이 3~5m로 자라고 가지는 흰빛이 돈다. 잎은 어긋나며 거의 가죽질인데 길이는 5~8cm, 너비 4~8cm의 심장형이다. 즉, 하트 모양이라는 뜻이다.
잎의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끝이 뾰족하며 밑 부분에서 5개의 커다란 맥이 발달한다. 잎의 앞면은 윤기가 나며 털이 없고 뒷면은 황록색이며 잎맥 밑 부분에 잔털이 있다. 콩과 식물 중에서 드물게 보는 홑잎이다.
꽃은 4월에 벚나무처럼 잎보다 먼저 피는데 7~8개 또는 20~30개씩 한 군데 모여 달린다. 보통 홍자색이나 짙은 분홍색 등 대체로 붉은 계열 색상으로 핀다. 마치 밥풀이 뭉쳐 있듯이.
‘박태기’라는 이름의 유래는 꽃과 꽃 봉우리가 밥풀 혹은 밥알, 즉 밥태기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경상도와 충청도를 비롯한 중부지방에서는 밥알을 ‘밥티기’라고 불러 일부 지방에서는 밥티나무라고도 한단다. 하얀 쌀밥보다 서민들이 먹었던 잡곡밥에서 유래된 듯? 그러고 보니 꽃 모양이 홍미쌀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한편 꽃이 다닥다닥 핀 모양이 구슬 같다고 해서 북한에서는 구슬꽃나무로 부르는데, 똑같은 꽃을 보고 남한에서는 밥풀로 북한에서는 구슬로 바라본 마음이 흥미롭게 여겨진다.
열매는 협과로서 8~9월에 길이 7~12cm의 꼬투리가 달려 갈색으로 익는데 편평하고 긴 선 모양의 타원형이다. 그 속에 황록색의 씨가 7~8개 들어 있다.
칼처럼 생긴 꼬투리 덕분에 ‘칼집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Cercis’라는 학명도 그리스말로 칼집을 의미한다.
번식은 가을에 콩꼬투리 모양의 열매 속에 크기가 7~8mm 되는 황록색 종자를 채취해서 그대로 파종하거나 젖은 모래와 섞어서 물이 잘 빠지는 곳에 노천 매장했다 봄에 파종하면 된다. 또는 포기나누기로 번식할 수도 있다.
특히 박태기나무는 실뿌리가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옮겨 심을 때 주의해야 하고, 가을에 낙엽이 진 뒤에 전정을 해주면 이듬해 좋은 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추위에도 잘 견디고 햇빛을 좋아하며, 특히 콩과식물이기 때문에 땅이 비옥하지 않은 곳에서도 뿌리로부터 질소를 고정하여 잘 살아갈 수 있다.
용도는 일단 관상용이다. 이른 봄의 꽃을 관상하기 위하여 정원이나 공원에 식재수로 많이 심는다. 심을 때에는 주상형으로 자라는 수형 때문에 다른 나무와 혼식하면 잘 조화되지 않으므로 집 주위나 잔디밭에 독립시켜 심는 편이 훨씬 돋보인다.
또 꽃처럼 붉은색이 나오는지, 아니면 다른 색깔이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염료 식물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매염제에 대한 반응, 특히 동에 대한 반응이 뛰어나댄다.
나무 수피는 ‘자형피’라고 해서 약제로 쓰인다. 活血, 해독 등에 활용한다.
또 꽃은 ‘紫荊花’라고 부르며 과실은 ‘紫荊果’라고 한다. 꽃은 해독과 더불어 류머티즘 근골격 통증에 완화 효능을 보이며, 열매는 姙婦의 심통 치료한다고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부인이 혈기병으로 명치 아래가 아픈 것, 몸을 푼 뒤에 혈창이 생겨 답답하여 죽을 지경인 것, 월경이 중단된 것과 목이 쉰 것을 낫게 하고 옹종을 삭이며 다쳐서 어혈이 진 것을 낫게 한다”라고 했다.
박태기나무는 지구상에 약 6종이 분포하고 있다고 한다.
꽃말은 동서양이 제법 차이가 있다. 동양은 ‘우정’과 ‘우-애’이고, 서양에서는 ‘배신’, ‘의혹’이다.
* 박태기나무 전설
1. 배신자의 끝을 지켜보며 부끄러움으로 붉게 물든 꽃 - 박태기나무
“예수의 손에 입을 맞추겠습니다. 그럼 예수가 누구인지 알 수 있겠죠?”
다소 얍삽하게 생긴 청년이 눈을 빛냈다. 그의 이름은 유다, 예수 그리스도의 12사도 중 한 명이었다.
물론 그를 12사도에 포함시켜줘도 될까 싶긴 하지만 말이다.
“저기 나사렛 예수가 있다! 잡아라!”
왜냐하면, 유다는 은 30에 자신의 스승이자 하나님의 아들 예수를 팔아넘겼기 때문이다. 원래 예수가 이 세상에 내려온 목적이 인류의 죄를 대속하기 위함이라지만, 그래서 십자가에 못이 박히는 게 순리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배신은 배신 아닌가 말이다.
“이제라도 내 목숨으로 속죄한다면......”
유다는 그래놓고 끝까지 악당답게 떵떵거리며 산 것도 아니었다. 결국 죄책감에 못 이겨 나무에 목을 맸다.
‘아, 이거 완전 폭탄이잖아! 죽으려면 땅 파고 들어가 누워서 흑 덮으면 될 것을!’
하필이면 그 나무가 박태기나무였다. 박태기나무는 배신자 유다가 밧줄을 걸어 자결한 일이 얼마나 부끄러웠으면 하얗던 꽃마저 붉게 물들였다.
감상: 쯧, 박태기나무만 졸지에 욕봤네 욕봤어. 하필 유다는 왜 박태기나무에서 자결해서는.
2. 밥풀 한 톨도 셋이서 나눠먹던 형제애의 감동으로 붉게 물든 꽃 - 박태기나무
옛날 옛적에 세 형제가 부모를 모시고 사이좋게 살았다. 비록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형님, 이를 어째쓰까요? 부모님 끼니 챙겨드리니, 밥알이 요것밖에 없네유.”
막내가 울상인 얼굴로 한숨을 토한다. 밥솥을 박박 긁어도 나오는 밥티가 별로 없었다.
“워메, 새똥만치로 이리 작은 걸 누구 코에다 붙일까나?”
작은 형님이 끌끌 혀를 찼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렸다.
“어허, 둘째야. 밥솥 앞에서 지져분하게시리. 자고로 밥알 한 톨이라도 노나먹어야 하는 법이제.”
첫째 형은 어찌저찌 밥을 나누어 분배했다. 밥이 몇 숟갈인지 세기보다 차라리 밥알을 헤아리는 게 더 빠르지 싶은 양이었다.
“어여 먹고 일하러 나가자! 그려야 우리도 지붕에 번듯한 기와 한 번 올려볼 거 아니냐.”
다행히 세 형제는 부지런했다. 그리고 장사 수완도 좋았다. 그래서 십 년 후에 큰 집을 장만할 수 있었다.
“아이고, 얘들아. 나는 이제 갈란다.”
“싸우지 말고 잘들 살아라.”
그러나 행복은 잠시였다. 몇 년 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만 것이다.
세 형제는 분가하기로 하고 재산을 삼등분했다. 남은 건 마당에 심어진 박태기 나무 한 그루뿐이었다.
“요것도 똑같이 나눠야겄지?”
나무를 셋으로 자르려 하자, 웬일인지 나무가 순식간에 말라 죽었다. 그것을 본 세 형제는 마음을 달리 먹었다.
“야, 봐라. 우리도 그렇지 않냐. 셋으로 쪼개버림 죽어버리는 이 나무처럼 우리 형제가 뿔뿔이 흩어지면 제각기 망해 버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
형제들은 한 집에서 오순도순 도와가며 살기로 했다. 그러자 박태기나무가 다시 예전처럼 활기를 되찾고 잎도 파랗게 무성해졌다. 그리고 하얬던 꽃도 홍조를 띤 것처럼 붉게 피어났다.
감상: 옛날에도 단결은 중요했군.
‘모이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하는 어딘가에서 들어본 슬로건이 떠오르는데?
출처1: mjmhpark.tistory.com/402
출처2: 성남조경인의모임
출처3: 국립수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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