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자아는 온 세상 사람들에게 심지어 우리가 죽은 후에 태어날 사람들에게까지 자기 이름이 알려지고 싶을 만큼 자신에게 자신만만함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주위의 불과 서너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칭찬받아야 비로소 기뻐하고 만족을 느낄 만큼 우리는 공허합니다. 인간의 연약함입니다.
깃털 같은 인간이 이 땅에서 사는 햇수만큼 더 오래 사는 것도 아니고 살면 살수록 이 땅에서 살 수 있는 햇수가 줄어들어 종래는 소멸하고 맙니다. 그래서 불안이 생기고…. 이 불안은 인간이 타고난 존재적 불안으로 인간 의지 밖의 일입니다. 자기에게 닥쳐오는 중차대한 일인 줄 알면서도 전혀 손 쓸 수 없이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너무나 비참한 인생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비참하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비참을 아는 것입니다. 짐승들은 비참하지만, 자신들의 비참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것은 자연적인 상태로 살아가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인간은 짐승들이 자연적인 상태를 받아들이는 그 상태를 참을 수 없는 비참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동물과 달리 인간의 위대함은 이 비참 의식을 가감없이 수용할때 입니다. 인간의 위대함은 이 비참의식과 맞물려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그 비참함에서 반전을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자신의 이런 비참함을 받아들이려면 상당한 용기가 있어야 하고 깊은 사유(思惟)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바람에 날리는 연약한 갈대이지만……. 생각하는 갈대입니다.
이런 비참과 불안의 근원 중의 제일 큰 것이 죽음이지요. 죽음은 인간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고 인간 의지 밖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인생의 마지막 종말은 불명료합니다. 그러나 그 죽음 자체로는 아무리 불명료하더라도 죽음이란 것은 반듯이 일어나는 사실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왜 일어나는지 그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깊이 있게 검토하고 생각하는 것을 게을리하는 사람들은…. 자기를 포기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밖애 없는 것입니다.
일자리를 잃거나 명예를 실추당하거나 하면 밤을 새워 절망하고 살길을 모색하면서 죽음에 의하여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을 알면서 무감각한 것은 허세 부리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성적인 사람이 할 짓이 아닙니다. 하찮은 일에 대한 인간의 예민함과 중대한 일에 대한 인간의 무감각…. 이것은 인간의 또 다른 비극이기도 한 것입니다.
마치 폐위된 왕과 같습니다…. 평민으로 태어난 사람은 자기가 평민이라는 것을 불행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왕위에서 쫓겨나 평민으로 강등된 사람이 평민의 신분을 참아낸다는 것은 큰 고난입니다.. 왕의 자리에서 추락한 왕…이것이 일그러진 인간의 자화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참으로 중대한 일은…. 비록 인간이 왕의 자리에서 강등되었으나 왕의 영광에 대한 관념만은 남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늘 그 영광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소원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신분의 귀천이 문제가 아니고 학습의 문제가 아니고 본능적이고 생래적인 욕구로서 인간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고 초월자로부터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잔상으로 남아 있는 그 영광을 회복하려면 인간 의지 밖의 초월적인 존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인간이 비참함을 수용한다는 것은 진리에 대한 관념은 가지는데 그 허상만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로서 그 비참함을 받아들이는 사람, 즉 자기 능력으로는 온전한 행복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초월자와의 관계를 만들어 가게 됩니다.
그래서 성경은 인간이 흩날리는 먼지 같은 티끌로 지어졌지만,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어졌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 재료는 하잘것없는 진흙이지만 그 형상은 인간이 감히 따를 수 없는 신의 모양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유한과 무한 양극단을 동시에 품고 있는 중간자의 위치에 있다는 것입니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이러한 인생의 비참함을 해결하여 주시려고 예수 그리스도를 해결자로 보내주셨습니다…. 요3:16.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파스칼은 하늘로 가는가? 땅에 묻히고 말 것인가?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는 자신이 결정할 몫이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