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박8일 일정으로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를 다녀 왔습니다.
제가 추진하던 사업이 2년여 고생..고생하다 이제 결실을 맺는 단계까지 왔습니다만
전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금융위기에 앞으로도 험난한 길이 예상됩니다.
모스크바 증시(우리나라보다는 열악하게 자원주 금융주 정도만이지만)도 돌아오는날
시가총액이 5%나 폭락하는걸 보았고 가는날은 달러당 34.5 루불로 교환되더니
오는 날은 36,3루블까지 약세를 보이니 우리와 비슷합니다.
이번 여정에 음악회 하나는 꼭 볼 줄 알았는데 저녁마다 초대에.. 미팅에... 일이 생겨
불발로 끝났습니다만 갈 기회가 많을터라 다음으로 미루었습니다.
이유는 주변 사람들이 클래식이라면 고개를 가로저으니 말도 통하지 않고 하다못해
글씨를 읽을줄도 모르니 혼자 나다닐 수도 없어 앞으로 러시아어 읽을 정도만이라도
공부 좀 하려고 합니다.
C가 S로 발음되고 집처럼 생긴 글씨가 D고 R을 거꾸로 만든 글자도 있고 하여튼
좀 어려웠긴 하지만..태국이나 사우디 지렁이 글자보단 그래도 좀 낫긴 합니다.
신에게 글자를 받으러 갔다 오다 넘어져 쏟아져 이렇게 되었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습니다.
제 사업 이야기는 접고 모스크바 여정에서 흥미있던 이야기만 하렵니다.
1.유가이 입니다.
저희 직원중 유가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나이는 57년 생이라는데 제 형님뻘 될 정도로 늙었더군요.
중국에서는 조선족이라고 하지만 여기서는 고려인이라고 합니다.
스탈린 시절 극동쪽에 있는 고려인들을 강제 이주하는 프로그램(?)이 진행 되었답니다.
지식층은 몰살 시키고 행선지도 모르게 기차에 한달이상 태워 중앙아시아로 향한거죠.
일부는 카자흐에 우즈벡에 키리키스탄에..가다가 그냥 떨궈 버린거죠.
내동댕이 쳤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고 절반 이상은 죽었답니다만...끈기에 고려인들중
살아 남아 지금도 각지에 고려인들이 많습니다.
이름을 등록하는데...너 이름이 뭐냐..하니...저는 유가입니다.
그래서 유가이로 된거랍니다.
성만 이야기 했더니 이름이 된 우리의 슬픈 역사죠.
그 이야기를 듣는데 영화 "피아니스트"가 오버랩 되더군요.
헤어질때 너 무슨 담배 좋아하냐니 말보로 라이트 좋아한대서 한보루 안겨주고 왔습니다.
2. 음악회 안내
모스크바 도착하니 지휘 공부하는 사람이 제게 포켓북을 하나 선물하더군요,
그 달에 모스크바에서 연주하는 음악회가 다 들어 있었습니다.
공연장도 많고 연주회도 많았습니다.
각 음악당별 날자별로 안내 되어 있었는데 볼쇼이 소극장에서 토스카가 공연되는데
입장료는 우리와 별반 차이 없습니다.
15만원 정도 지불해야 된다고 합니다.
모스크바 실력자(?)와 대화하는데...너 취미가 무엇이냐해 고전음악이라니 전화하여
내일 공연 좋은거 예매하라고 지시해 기대했더니..잠시후...좋은 공연 없다고
다음날 CD 3장 선물해 받아보니..X판이었습니다.
3.차이코프스키 음악원.
지난해 갔다가 스쳐온 곳이라 이번엔 제대로 보았고 들어가진 못했습니다.
데니스 마츄에프 음악회가 열린다는 포스타를 볼 수 있었습니다만..일행이 있어 패스!
들어가면 고색창연한 음악당이 있다지만 음악을 모르는 우리 교민들을 초대하니
창고 음악회에 왜 불렀냐고 표현한답니다.
무식은 용감한 겁니다.
4. CD점을 갔습니다.
아르바트 거리 (서울의 명동)에 나간게 영하 20도 날씨였습니다.
제일 유명한 CD점울 갔습니다만...리뉴얼중이었습니다.
그냥 오다가다 보이는 음반점에서 좀 건졌습니다만 우리보다 20% 정도 싸더군요.
에프게니 키신의 라흐마니노프 피협 2번을 싹스리 했지만..5장밖에 없더군요.
여기도 클래식 음반은 인기 없었습니다.
5.물가는 살인적입니다.
첫날..모스크바 스프투닉 호텔에 갔습니다만...하루 방값이 200불,,
우리나라 여인숙 수준입니다.
옆방 코 고는 소리도 들리고 (방하나를 나눈것 같습니다.) 다음날 직원들
아파트로 들어가니...거기가 천국입니다.
소 족발(5천원) 하나 사서...가지고 간 음식을...계속 물 붓고 끓이고 최고입니다.
그네들은 먹지 않나 봅니다.
중국 쌀이긴 하지만 배불리 먹고..김치 먹고...설겆이만 하면 됩니다.
"신라' 한식당에서 짬뽕 한그릇 시키니 27.000원..
호텔에서 스프 하나에 햄버거.........5만원...
롯데 백화점 21층 카르티나 커피 한잔에 35,000원..
머리 깎는데 10만원이랍니다.
한국 돈으로 계산하면 눈 뒤집어 집니다.
첫댓글 건강하게 잘 다녀오셨군요. 잘 읽고 갑니다
새벽에.....아직 시차적응이 안되셨나요?????
놀라 자빠져 죽을 물가군요...... 짬뽕하나에 27000원......사람살곳 못되는 곳이군요... 마피아들이 경제를 다 잡고 있다던데..혹시 재뉴님도 마피아와 손을 잡은것은 아니신지..? ^^
매번 느끼지만 강철 체력이십니다.
글을 읽어내려가다보니 어떤 상황인지 눈앞에 선합니다. 아무래도 음악보다 글쟁이로 나서야 되시는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장문인거같아 대충 읽으려한게 무색할정도로 맛깔스런 글입니다.다음편이 기대됩니다.
아... 그래서리 눈까재비가 많나 모스코바에는!ㅋㅋㅋㅋ
제뉴어리님 덕분에 러시아를 이렇게 가까이 보네요~재미있습니다
제뉴어리님 글 읽으니 웃음이 나요.ㅎ 정말 재밌게 잘 쓰셨어요~
모니터보고 혼자 실실 웃으면서 글 읽었습니다.다음편 기대합니다.
우~와, 정말 눈 뒤집어 집니다.그렇게 비싼줄 ㅎㅎㅎ
무사히 잘 다녀오셔서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