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민속촌으로 잘 알려진 안동 하회(河回)마을은 이름부터 ‘물돌이’다. 반지름 5백 미터 정도의 물돌이가 거푸 이어지면서 뒤집힌 S자 형태를 이루었고 마을 뒤에 꽤 높은 화산(328m)이 우뚝 솟아서 내륙과 단절된 것처럼 보인다. 이런 특별한 지형 덕분에 5백 년 이상 온갖 천재지변과 난리 속에서도 옛 전통과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임진왜란 때 ‘전시수상’이었던 류성룡의 고향으로, 이곳에서 임진왜란의 처절한 기록인 [징비록]을 지었다. 물돌이 형태와 하회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부용대에 오르면 백사장과 소나무 숲이 그윽하고, 초가와 기와가 조화를 이루며 고집스럽게 전해져온 생동하는 옛날이 감탄스럽다.
회룡포에서 하회마을까지
하회마을에서 하류 쪽으로 18킬로미터 떨어진 회룡포(回龍浦)는 하회마을과 비슷하지만 물돌이 반지름이 3백 미터 정도로 하회보다 작은 대신 물돌이 형태와 분위기는 더욱 극적이다. 회룡포를 내려다보는 비룡산(190m)은 이름처럼 용을 빼닮았다. 안동 방향에서 낙동강을 따라 흘러온 산줄기가 돌연 고개를 되돌려 지나온 길을 바라보는 형국에서 회룡포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육지와 가느다란 맥을 잇고 있어 겨우 섬을 면한 회룡포마을은 그러고 보면 용이 품은 여의주나 알 형상이다. 비룡산 회룡대에서 내려다보는 회룡포 전경은 과연 이 땅에 이런 풍경이 있었는지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너무나 평화롭고 조용해서 보는 이의 마음마저 착 가라앉혀 주는데, 경탄과 침묵이 교차하는 끝에서 묘한 신비감마저 떠오르는 독특한 경치다.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는 심리치료용 풍경사진으로 이만한 것이 없겠다. 특히 논밭의 작물이 노랗게 물드는 가을 경치가 가장 극적이다.
회룡포의 물돌이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회룡포마을은 경주김씨 집성촌으로, 9가구 2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회룡대에서 바라보면 주변 지형과 어울린 모습이 특별하게 느껴지지만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여느 농촌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모습이다. 그래도 마을 옆의 밭길과 회룡대로 연결되는 ‘뿅뿅다리’를 건너보고, 강변의 백사장을 밟아보면 회룡포가 영원히 이 모습으로 남아주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회룡포에서 하회마을까지 두 물돌이 지형을 잇는 길은 전형적인 시골길이지만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조용하고 아늑하다. 흐느적대는 낙동강을 따라가서 내내 평탄하고 조붓한 길이 주는 친근감도 있겠지만 그래도 꽤 이름이 알려진 회룡포와 하회마을의 소란에서 갑자기 벗어나서 만나는 고요의 여파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어느 곳에서 출발하든 적요함에서 벗어나 갑작스레 만나는 물돌이 지형은 무척 인상적이다. 그중에서도 회룡포를 제대로 보려면 비룡산 중턱, 회룡대로 가는 길목에 있는 장안사를 기점으로 잡는 것이 편하다. 이렇게 장안사에서 출발해 하회마을까지 가는 코스를 택할 경우 같은 길을 왕복해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기왕이면 이 책에 소개하는 것처럼 돌아올 때는 다른 길을 이용해 보자. 화천서원과 부용대, 겸암정사, 회룡포마을 등을 거쳐오면 갈 때보다 거리는 조금 멀지만(돌아오는 길만 35km) 앞서 지나간 길과는 또 다른 시골길과 강변길을 달릴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코스안내 왕복할 경우 61km 정도여서 아침 일찍 서두르면 회룡포와 하회마을 구경도 여유 있게 곁들일 수 있다. 휴식과 관람을 포함해 7시간 정도 잡아야 하므로 하루 일정으로 적당하다.
1. 장안사 앞으로 난 흙길을 따라 오르면 회룡포가 한눈에 보이는 회룡대 전망대다. 용포마을과 원산성 갈림길에서는 용포마을 쪽으로 길을 잘 들어야 한다. 회룡대에서 가파른 계단길을 이용하면 용포마을까지 500m 만에 내려갈 수도 있다.
2. 용포마을(장안사에서 2.2km)에서는 시멘트 포장된 농로를 따라 동진한다. 강변 농로를 따라 10km 가면 수월리를 거쳐 28번 국도상의 어신교 옆으로 합류한다. 국도에서 우회전, 300m 가면 ‘어신1리’ 이정표가 붙은, 왼쪽 들판으로 내려서는 수로 옆길을 계속 따라가면 된다.
3. 국도 갈림길에서 7.5km 정도 직진하면 진천마을 안으로 들어선다. 마을 중간에서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 ‘안동’ 방면으로 2km 가면 여자저수지라는 큰 못이 나오고 곧 하회마을 입구인 하회삼거리에 도착한다.
4. 하회마을을 둘러보고 앞서와 다른 길을 이용해 장안사로 돌아간다. 하회마을에서 하회삼거리까지만 왔던 길로 돌아 나온다. 하회삼거리에서 좌회전, 1.5km 가면 풍천면소재지의 도양삼거리다. 다시 좌회전해서 광덕교를 건너 부용대 방면으로 좌회전하면 마을을 지나 낙동강변의 화천서원 옆에 도착한다. 부용대는 화천서원 오른쪽으로 나 있는 산길로 250m 가면 된다.
5. 부용대에서는 절벽을 끼고 서쪽의 산길로 내려갈 수 있는데, 겸암정사를 지나 도로와 합류한다. 도로에서 우회전, 광덕마을을 거쳐 낙동강변의 풍천제방으로 올라서서 좌회전, 4km 정도 가면 기산리에서 927번 지방도가 지나는 구담교와 만난다. 다리를 건너 2km 가면 풍천초등학교를 지나고, 작은 고개를 넘어 암천리 가는 길이 왼쪽으로 나 있다.
6. 암천리 쪽으로 좌회전, 광암마을 입구 갈림길에서 우회전해 마을을 오른쪽으로 넘어간다. 마을을 넘어서서 처음 나오는 갈림길에서 좌회전하고, 마을 입구 갈림길에서 1.5km 가면 다시 애매한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기서는 한어리 방면으로 우회전해야 한다(이정표 없음). 갈포마을회관을 지나 살짝 고개를 넘으면 한기마을과 남창농원이 차례로 나오다가 924번 지방도와 합류한다.
7. 924번 지방도에서는 좌회전, 1.2km 가서 28번 국도를 만나 우회전하면 곧 낙동강을 건너는 경진교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왼쪽 제방 길로 들어서서 10km 직진하면 회룡포마을이다.
8. 회룡포마을에서 뿅뿅다리를 건너 회룡교 직전에 왼쪽으로 산을 돌아가면 장안사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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