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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일소암을 허겁지겁 빠져나와 구비구비 산비탈길과 논길을 타고
봉화읍 해저리를 지나 봉화 시가지로 막 진입을 하고 있을때는
자동차안의 도야쥐털 시계가 오전 9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봉화읍 해저리는 봉화시내에 영주방향으로 가장 끝자리에 위치하고 있는데
내륙지방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는 동네가 왜 갑자기 뜬금없이
해저(海底)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항시 궁금했었다.
해서 알아본 결과, 옛날 이곳이 바다 밑이였다는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서 동해바다까지 갈려면 1500고지가 넘는 험악한 산 봉우리들을
수없이 많이 넘어야 하고, 또 까마득한 벼랑길을 따라 70~80Km를 가야한다
그런데 해저(海低)라니...
우리나라에 존재하고 있는 마을지명이 웃기는 이름이 많이 있다는 것은 이미 잘알고 있지만
이렇게 터무니 없는 지명을 듣는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다
봉화읍(奉化邑) 해저리(海底里)는 하천보다 낮은 바다였었다는 의미로
처음에는 "바래미"란 이름이 붙었다가 나중에 해저리(海底里)라는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천지창조가 시작되기 이전에 바다밑에 있던 지각이 변동을 일으켜
내륙 깊숙한 이곳까지 야곰 야곰 침투해 들어왔단 이야기란 말인가 ?
하여간 이곳 사람들 이야기로는 지금으로부터 60십여년전 까지만해도
마을의 논과 웅덩이에서 실제로 조개껍데기가 나왔다고 하니
영 터무니없고 근거없는 이야기라고 단정 지을수만은 없을것 같았다
이곳이 그 문제의 해저리(海底里)라고 하는 곳인데 봉화역은 바로여기 이정표 옆에 위치하고 있다
봉화시내를 가로질러 쭈욱 가다가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면 태백으로 가는 길목이다
여기서 태백까지는 약 80Km, 구비구비 산길이다 보니 자동차로 1시간 30분정도 걸리게 된다
신호등도 거의 없는 도로가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면 길이 아주 험하단 이야기다
오랫만에 모닝커피나 한잔 마셔보고 갈까하여 봉화역 앞에 있는 다방으로 들어갔는데
마침 다방은 설 명절 다음날인 그 날에도 여전히 영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흘러간 뽕짝 음악이나 들으며 커피한잔 마셔볼려고 문을 열어봤더니
잉 ? 웬 아자씨들이 정초부터 다방에 군데군데 모여앉아 염소수염을 쓰다듬고 있었다
다방 마담에게 허튼 수작이라도 했다간 긴 빨쭈리 담뱃대로 머리통 한대 얻어 터질까 싶어
그냥 슬그머니 나와 봉화역 주변을 한바퀴 돌아보는데 올때마다 보였던 국밥집이 없어져 버렸다
장사가 되지 않았는지 국밥집은 집수리 사무실로 바뀌어져 있었다
이곳 슈퍼는 정초부터 굳세어라 금순아~ 로 문을 열어 놓은것을 보니
일년 삼백육십오일 연중무휴를 영업원칙으로 삼고 있는것 같았다
요즘 장사하는 사람들은 조금만 피곤하고 힘들면 " 에이 ~ 오늘 하루좀 쉬자 " 하는데
저기 봉와역앞의 고려슈퍼를 함 보시라 !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부나 30년 이상을 연중뮤휴하고 있는 저 장인 정신을...
저기 고려수퍼 영업방침을 잘 본 받으면 돈도 많이 벌수 있을것 같았다
그런데 이거이는 또 뭣꼬 ?
역 주변의 국밥집이나 슈퍼나 다방이나 집들은
사람하나 겨우 드나들 정도로 허름하고 조촐하기만 한데
웬 승객도 별로없는 시골 간이역을 이렇게 크게 만들었을꼬 ?
봉화군청이 얼마전에 군청 청사를 으리으리 삐까뻔쩍하게 지어 놓았으니까
철도청도 덩달아 역사(驛舍)건물을 그 수준에 꽤 맞추려고 이렇게 크게 지어 놓았을까 ?
하여간 봉화군에서 제일 거대한 건물은 석포 제련소 다음으로 봉화군청 청사(廳舍)이고
봉화군내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지고있는 역은 봉화 역사(驛舍)일 것이다
그런데 웃기는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뭐냐하면 봉화역 열차시각표다
봉화에서 6시경에 출발한 무궁화 열차가 제천에 도착하면 10시가 조금 넘게되어있다
그러니까 무궁화 열차로 봉화에서 제천까지 소요시간이 4시간도 넘는다는 이야기다
아니, 자동차로 영주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면 1시간도 체 안걸리는 거리를
무궁화 열차가 4시간도 더 소비하면서 간다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4시간이면 새마을 열차가 서울에게 부산까지 갈수 있는 거리인데
어떻게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수 있을까 하여 봉화역에 그 진상을 알아본 결과
영주를 출발한 열차는 이곳 봉화를 경유하여 봉성, 법전, 춘양, 녹동, 현동, 분천,
승부, 석포, 철암역을 거쳐 태백역으로 들어간 다음
태백에서 정암터널을 지나 사북, 고한, 신동, 영월을 거쳐 제천으로 들어 간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직선 거리로 영주에서 단양만 지나면 바로 제천인데
이 무궁화 열차는 강원도 남부지역을 한바퀴 휩쓴다음 제천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멋모르고 이 열차를 탄 사람들은 4시간동안 꼬박 소비하면서 제천까지 가는 수밖에 없을것이다
봉화역에서 역무원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는 봉화역을 한바퀴 뱅 돌아봤다
그리고는 한숨을 돌리며 오늘밤은 어디서 하루를 보낼것인가 곰곰히 생각을 해본결과
승부리마을 어느 화전민집에서 하룻밤 신세질만한 곳을 ?아보기로 하였다
" 지나가는 나그네, 밤이 늦어서 그러니 하룻밤 신세좀 지고 갑시다 "
어떻게 하면 그럴듯한 근사한 목소리가 되는지 발성연습도 해가면서 다시 이불차를 몰고 출발 !
봉화시내에 들어왔을때 봉화시장 사람들은 설 명절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하여
시장을 잠시 한바퀴 돌아보았으나 시장안의 모든 점포들은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다시 차로 돌아와 한산한 봉화읍내 설명절 풍경을 사진에 담고 다시 태백방향으로 출발 !
이제 한시간 삼십분 정도만 달려가면 석포면 승부리라는 오지 마을이 나온다
전국에서 악명높기로 소문난 화전민촌 오지마을이다
봉화읍내에서 약 30분 정도 달려갔더니 이렇게 현동 휴게소가 나오는데
그전에는 봉화 읍내에서 현동 휴게소 까지 갈려고 해도 자동차로 한 시간 이상을 달려와야 했었다
그런데 얼마전 현동리 앞을 가로막고 있던 험악한 지형의 노루재 터널이 뚫리는 바람에
이제는 그 터널만 통과하면 바로 이곳 현동 휴게소까지 쉽게 올수가 있다
이 휴게소가 강원도 동해안으로 빠져 나가는 길목에서 유일하게 규모가 큰 휴게소이고
또 이 부근에서 딱 하나 밖에 없는 유일한 휴게소이기도 하다
현동휴게소에는 각종 사우나탕을 비롯하여 대형 모텔까지 거의 모든 편의시설들이
골고로 갖추어져 있는데 심산유곡에 이런 휴게소가 있다는것이 믿기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옛길, 노루목재는 왕래하는 차량이 거의 없다시피 하여
도로 옆에는 잡초만 무성하고 이제는 자연으로 돌아갈날도 머지 않은것 같다
노루목재를 숨가쁘게 올라오는 수고는 덜었다 치더라도
이 현동 휴게소 부터는 넛재 라고 하는 또 하나의 거대한 고개가 더 버팅기고 있다
넘는데만도 30분 정도 걸리는 약 20Km 구간의 어지러운 고개다
이 고개 정상부터는 석포면 대현리고 대현리를 지나 약 15분 정도만 가면 바로 석포리가 나온다
그러니까 그전에는 봉화읍내에서 태백이나 삼척, 또는 석포면까지 갈려면
난공불락의 요새와도 같은 두개의 고개, 노루목재와 넛재를 아찔하게 넘어야 했었다
거리상으로는 얼마 되지 않지만 두 고개를 넘는 시간만해도 한시간 이상은 소비해야한다
때문에 그 누구도 선뜻 석포땅으로 길을 나서기를 주저했던 것이고
석포 사람들도 아주 큰 일 아니면 선뜻 바깥세상으로 나오기를 주저했던 것이다
영주시내에서 이곳 까지는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비교적 쭉뻗은 길을 쉽게 달려올수 있지만
이곳 현동에서부터 태백이나 석포, 삼척으로 빠져나가는 길은
전국에서도 악명높은 코스로 정평이 나있는 험악한 고갯길이다
이제 나의 백토마는 이곳 현동 휴게소에서 잠시 거침숨을 몰아쉬고 넛재를 향해 다시 출발 !
- 제4부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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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물밖으로 뛰어오른 망둥이 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나먹통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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