十五. 머문 바 없이 마음이 나면 곧 부처님의 행 – 17-ㄴ
밝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면 낮을 의미하고,
태양도 밝고 하니 더 이상 밝힐 것이 없지요.
그런데 캄캄한 밤, 전등도 없고 빛도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되겠어요?
어디가 공간이고 어디에 물건이 있는지를
전혀 알 길이 없잖아요.
금강경에 凡所有相 皆是虛妄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글자 그대로만 해석하면 한문 읽는 거나
다를 바 없기 때문에 그 이치를 밝히는 일이
참 중요합니다.
깜깜하면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그런데 전깃불을 밝히면 환하게 볼 수 있습니다.
어디에는 무엇이 있고, 사람은 누가 있고,
어디로 가면 벽인지를 훤히 알 수 있는 것과 같이
조사스님들이 이치를 밝힌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아주 뛰어난 밝은 스승을 만나지 못할 것 같으면
화엄경을 만난다하더라도 이익이 없다는 겁니다.
대승의 법의 약을 제대로 먹으면 몸보신이 되고,
영원히 살 수 있게 될 텐데도 불구하고,
잘못 먹게 된다는 것이지요.
불교는 인간의 존엄한 가치를 밝혀내는 일입니다.
부처님께서 6년간 고행을 하셔서 깨달음을
이루었다는 것은 결국 우주와 인생의 진리를
깨달았다는 것이지요.
즉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고한 가치를
밝혀낸 분입니다.
그렇다면 경전은 그 지고한 가치를 드러내는
실다운 것이지요. 인간은 참 기기묘묘한 존재라서
눈으로 보고 다 알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무궁무진하고 불가사의한 존재가
또 인간이기도 합니다.
부처님은 그것을 완전히 꿰뚫어 보고 밝혀낸 분이고,
그 후대 조사스님들도 모두 그와 같은 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