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충청남도 보은의 법주사에 답사를 다녀왔을 때,
국보 제5호인 법주사 쌍사자 석등의 위치선정에 대한 의문을 가졌던 기억이 납니다.
법주사의 쌍사자 석등은 불교의 수호신중 가운데서
금강역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만들어진 불교조형물입니다.
그래서 각각 `음양` 을 상징하는 훔형(밀적금강) 및 아형(아라연금강) 금강역사처럼
한마리는 입을 다물고 있고, 나머지 한마리는 입을 벌리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었죠.
그런데 입을 벌리고 있는 사자가 서쪽에 있고, 입을 다물고 있는 사자가 동쪽에 있었습니다.
음양오행에서 동쪽은 양을 상징하고, 서쪽을 음을 상징한다는 것은 기본 상식입니다.
그런데 양을 상징하는 입을 벌리고 있는 사자가 서쪽에 있다?
주변에 계신 문화해설사 분께 질문을 드렸는데, 역시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법주사의 주불전인 대웅보전의 경우에는 더 가관이었습니다.
대웅보전이라면, 대웅전보다도 한단계 격이 더 높아졌으므로
석가모니가 중심불이 되고, 동서에 각각 동방유리광정토의 교주인 약사여래와
서방극락정토의 교주인 아미타부처가 와야 함에도 불구하고
중심부처는 지권인을 하고 있는 비로자나불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100번을 양보해서 비로자나불이 중심불이라고 하면
주변의 협시불은 동쪽에는 석가여래, 서쪽에는 아미타여래가 와야합니다.
그리고 전각이름도 비로전, 대적광전, 대광명전, 화엄전 중의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법주사의 현판은 대웅보전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좌우 협시불의 위치마저도 동쪽과 서쪽이 뒤바뀌어 있었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동쪽에 구품인을 하고 있는 아미타부처가 있고
오히려 서쪽에 항마촉지인을 하고 있는 석가모니가 있습니다.
< 법주사 대웅보전 >
도대체 1인당 4천원이라는 문화재관람료는 받아서 무엇에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조계종 승려들의 도박사건이 뇌리를 스치더군요...)
처음의 문제제기로 다시 돌아가 보기로 하죠.
제가 최근 불교책(나도 문화해설사가 될 수 있다. 사찰편} 을 출간하면서
파주중앙도서관에서 있을 불교 및 경주답사에 대한 강의준비차 자료를 만들던 중에
우연히 법주사 쌍사자 석등의 옛날사진을 보게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엣날에는 쌍사자 석등의 위치선정이 제대로 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옛날사진을 보면 때가 많이 묻어 있었는데 보수를 하면서 깨끗해 지기는 했지만
그런 와중에 동서 위치를 뒤바꿔 놓은 것입니다.
석등의 화사석 아랫부분에 있는 흠집을 확인해도 확연히 구분이 갑니다.
(사진속의 뒷배경인 팔상전은 남쪽입니다.
따라서 쌍사자 석등의 왼쪽이 동쪽, 오른쪽이 서쪽에 해당합니다.)
< 좌: 현재의 쌍사자 석등배치, 우: 과거의 쌍사자 석등배치 >
이제 우리 문화재를 제대로 알고, 제대로 다룹시다.
불교계여, 문화재 관람료를 엉뚱한데 흘리지 말고,
불교승려들의 문화재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제대로된 대국민 문화재 홍보 및 교육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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