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성도 발인예배 설교문 2011년3월22일 오전7시30분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마는 편지, 그래도 우리는 곱게 써가야해"
지금 들으신 것은, 70-80년대에 한국에서 유행했던 노래 가사의 한 부분입니다. 이 가
사를 쓴 시인은, 인생의 허무함과 불완전함으로 고뇌하면서도, 그 인생을 곱고 아름답
게 살아가려는 의지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 인생은 "쓰다가 마는 편지"이지만, 외로운
사람끼리 사슴처럼 기대어 살면서, 미완성의 편지를 곱게 써 나가자고 노래하고 있습
니다. 인생의 고뇌와 삶에의 의지가 시인의 내면에서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
입니다.
하지만 내 안에 들어와 계신 예수 그리스도와 동행하는 우리 신앙인의 노랫말은 결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생의 삶은 육신의 수명이 다하는 순간 끝이 나지만, 우리는
구원의 진리를 믿음으로,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았
기 때문에, 육신의 호흡이 멈추는 순간, 우리의 삶은 영원한 생명으로 잇대어지는 것입
니다.
마르다는 사랑하는 오라비 나사로를 잃고 더없는 슬픔에 빠져 있었습니다. 생전에 나
사로를 그토록 사랑하시던 예수께서 오신다는 말을 듣고 곧 맞이하러 나간 마르다는,
예수님을 보는 순간 그 슬픔을 이와 같이 토로하였습니다. "주께서 여기 계셨더라면
내 오라비가 죽지 아니하였겠나이다. 그러나 나는 이제라도 주께서 무엇이든지 하
나님께 구하시는 것을 하나님이 주실 줄을 아나이다." 오라비를 잃은 슬픔과, 주께서
함께 계시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 속에서도, 여전히 주님에 대한 의지와 신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에 예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십니다. "네 오라비가 다시 살리라." 이 말씀에 마르
다는, 자신이 어려서부터 듣고 자란 전통적인 부활신앙으로 답변합니다. "마지막 날
부활에는 다시 살 줄을 내가 아나이다." 마르다는 부활을 의심하지는 않았지만, 먼
훗날 즉 세상 마지막 날에나 일어날 막연한 사건으로만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때
예수께서 하신 말씀을 우리는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
것을 네가 믿느냐?"
이 말씀이 무슨 뜻입니까? 먼 곳을 쳐다보지 말고 나를 보아라. 지금 네 앞에 서 있는
내가 바로 부활이요 생명이다. 지금 여기서, 나를 믿고 거듭나서, 구원의 확신을 가지
고, 감사와 기쁨 속에서 사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살았으면 영원히 죽지 아니할 것이
다. 바로 이것을 너희가 믿느냐 ?!!! 하는 말씀 아닙니까?
"부활"이라는 이름의 열차의 종착역은 천국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역사의 마지막 날,
또는 생을 마감하는 순간 비로소, 이 "부활"의 열차에 탑승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믿
고 거듭나는 지금 이 순간부터 이미, "부활"의 열차에 탑승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
면, 우리 앞에 엄연히 놓여 있는 육신의 죽음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그것은 바로, 현재
타고 있는 "부활"의 열차에서, "영생"의 열차로 갈아타는 중간역일 뿐인 것입니다.
인생 길에는 많은 중간 역들이 있습니다. 젖먹이 생활로부터 시작해서 부모님의 양육
을 받으며 살다가, "성년"이라는 역을 지나면, 독립된 삶을 영위하게 됩니다. "결혼"이
라는 역에 도달하게 되면, 배우자와 자녀를 두게 되고, 그러다가 "노년"이라는 역을 지
나게 되면, 이번에는 자신의 자녀나 타인에 의지하여 살아갑니다. 마침내 "죽음"이라는
역에 다다르면, 육신을 지닌 이생에서의 삶을 마감하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시인은
이것을 가리켜 "인생은 미완성"이라고 노래하는 것입니다. 인생은 "쓰다가 마는 편지"
요, "그리다 마는 그림"이라는 것입니다. 그에게 있어서 "죽음"이란 종착역을 의미합니
다.
하지만 신령과 진리로 거듭난 믿음의 눈으로 이 "죽음"을 바라보게 되면, 그것은 순간
의 삶이 영원의 삶에 잇대어지는 인생의 중간역이요, "부활"의 열차에서 "영생"의 열
차로 갈아타는 환승역인 것입니다. 이 "죽음"이라는 역을 통과할 때, 믿는 자의 삶은,
썩을 것에서 썩지 아니할 것으로, 욕된 것에서 영광스러운 것으로, 약한 것에서 강한
것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고전15:42-43) 즉, "미완성"에서 "완성"으로 연결되는 것입
니다.
이제 우리의 사랑하는 김병준 성도는 육신의 장막 집에, 하늘로부터 오는 영원한 집
을 덧입으셨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지으신 집, 곧 손으로 지은 것이 아니요, 하늘
에 있는 영원한 집입니다.(고후5:1) 그곳에는 눈물도, 사망도,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는 있지 아니할 것입니다.(계21:4)
이 말씀으로 위로함을 받으시는 유족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특히 김선태 성도님께서
성도님이 돌아가시기 직전 “우리 천국에서 다시 만납시다” 라고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
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는 소망이 있습니다. 소망속에 장례를 치르는 유가족
에게 주님 주시는 참된 위로와 평안이 임하시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