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경우에도 보존 되어야 할 지역입니다. 생태적 자원의 가치를 무시하는 마구잡이식 개발을 지양하고, 예산이 수반되더라도 보존에 무게를 두어야 합니다.”
전주시 덕진동 전주지방법원 옆 ‘자라목 산’이 잘려 나갈 위기에 처했다.
여름철 기온이 전국 최고를 기록하면서 열섬현상 저감이 전주시의 최대 현안으로 대두한 가운데 한쪽에서는 심고, 다른 한쪽에서는 녹지대를 파괴하는 모순이 벌어지고 있다.
(주)롯데건설이 서신동과 덕진동을 연결하는 사평교와 연결되는 접속도로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전주지법 옆 산자락을 절개하도록 도로 선형이 설계됐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은 도로 편입부지 절개는 물론 성토용 흙으로 사용하기 위해 인접한 자라목 산 녹지대를 절토할 계획이다.
이 마을 주민들은 현 계획대로 도로를 개설할 경우 정신적 지주나 다름없는 100∼200년된 당산나무(느티나무)는 물론 풍수지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자라목’의 해체가 불보듯하다며 대안을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 자라의 머리에 해당하는 녹지대를 훼손할 경우 정서적인 문제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9일 현장을 답사한 김창환 익산대학 교수(조경학)은 “열섬 현상 저감을 위해 수목 식재 및 친수공간 확보가 절실한 마당에 심지는 못할망정 있는 있는 나무마저 도로 개설을 이유로 베는 것은 안일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또 “자라목 산에 식재된 느티나무는 수령 100∼200년으로 수형이 좋고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면서 “인근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쌈지공원으로 조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역시 현장에 동행한 풍수지리 전문가 김상휘 전주시의원(효자4동)도 “이 일대는 물과 육지의 접점 지역이며, 자라가 알을 낳기 위해 물로 향하는 형국을 띠고 있어 풍수지리적으로는 최후의 녹지공간을 훼손하지 말라는 의미다”면서 “들사평(전라중학교 일원)과 연계된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 관계자는 “지금 상태에서 선형 변경은 곤란하다”고 답했다.
한편 대구시는 1995년부터 시가지 곳곳에 1,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친수공간을 확대하는 등 노력에 힘입어 한여름 낮 최고 기온이 96년 38.3도에서 97년 36.6도, 98년 35.3도, 99년 35.5 등으로 낮췄다.
[자라목은 어떤 곳]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전주지방법원 뒷 산은 자라형상을 하고 있다. 비전문가가 보더라도 자라를 연상케 한다. 지방법원은 자라의 왼쪽 옆구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머리는 도로를 향하고 있다.
자세히 보면 자라의 머리는 전라중학교와 전주종합경기장을 바라보고 막 헤엄을 치려는 형국이다. 그래서 이 일대는 전주시의 새주소사업에도 ‘자라목 1, 2길’로 명명됐다.
풍수지리 전문가인 김상휘 전주시의원은 자라는 알을 낳기 위해 강가의 모래밭을 향해 전진하며, 꼬리 부근은 항상 찰랑찰랑 물이 차있어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래서 자라의 머리가 향하는 전라중학교 일대의 옛 이름이 ‘넓은 모래밭’이라는 의미의 ‘들사평’이다. 넓은 평지에는 학교나 경기장 같은 시설물이 들어서는 게 적합하기에 조상들의 풍수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또한 모래밭은 지대가 낮기에 물이 차고, 바람을 안는 곳이다. 지난해 전주지방법원 일대가 수해 피해를 겪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풍수전문가들은 자라 머리를 훼손할 경우 들사평과 연계된 바람길이 끊기며, 복을 가져다 주는 기운이 쇠퇴하면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며 무분별한 파괴를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