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 이런 학생 뽑았다] 한국외대편
조선일보 원문 기사전송 2010-03-18 06:43
동기·목표 뚜렷하고 꾸준히 노력하면 좋은 평가
한국외대는 2010학년도 입시에서 전체 정원의 19.8%인 674명을 입학사정관제로 뽑았다. 전형별 모집인원은 글로벌인재 전형 222명, U-PEACE 국제전문가 전형 20명, 리더십 및 사회통합 전형 47명, 자기추천자 전형 16명 등이다. 수시뿐 아니라 정시에서도 농어촌학생 특별전형, 전문계고교출신자 특별전형, 생활보호대상자 및 차상위계층 특별전형 등에서 입학사정관이 서류심사에 참여했다.
◆언론정보학부 김진강
자기추천자 전형으로 합격한 김진강(계원예고 졸)군은 입학사정관들로부터 영상물 제작이라는 한 가지 분야에 꾸준히 노력한 점과 우수성을 높게 평가받았다.
초등학교 시절 우연히 방송국에서 드라마 촬영현장을 본 뒤 "영상물을 직접 내 손으로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됐다.
" '여인천하'라는 드라마가 재미있어서, 어머니와 함께 방송국을 찾았죠. 화면에 나오는 모습과 실제 촬영 모습이 너무나 다른 모습이 신기했어요. 스태프들이 갖가지 장비를 가지고 촬영하는 모습이 너무나 멋있어 보였죠. 이후 직접 영상물은 만들겠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영상물 제작에 대한 전문적인 공부를 좀 더 일찍 시작하기 위해 일부러 계원예고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연출은 물론 편집, 촬영 등 스태프로 참여하며 협동심을 키우기도 했고, 친구들과 함께 10여편의 영상물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첫 작품은 고1 겨울방학 때 만든 '재회'라는 영상물이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다는 내용이었어요. 6mm 테이프로 10분 분량으로 만들었죠. 저는 연출과 편집을 맡았어요. 이 작품을 만들고 나서 '내가 진로를 잘 선택한 것 같다'라는 만족감이 들었어요."
이후 고2 1년간 8편 정도의 영상물을 만들었다. 특히 장애인 목욕봉사를 한 경험을 살려 만든 'Tell Me'라는 영화로 부천영상제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귀가 안 들리고, 말도 못하지만 원더걸스가 되고 싶어 한 소녀의 이야기예요. 6mm 테이프로 15분 분량이었죠. 제가 봉사활동을 하며 느낀 장애인들의 좌절과 희망을 담아보고 싶었어요."
이외에도 청소년 영상페스티벌에서 금빛대상, 은빛작품상을 받고, 금강청소년영상예술제에서 대상을 타기도 했다.
평소 영화를 많이 보는데도 노력했다. 고교때 하루에 거의 한 편씩 영화를 봤다. 고 1,2학년 때는 흥행작들 위주로, 고3 때는 우게츠이야기, 400번의 구타 등 고전영화를 주로 봤다.
"보통 밤 11시쯤 영화를 봤어요. 고3부터는 영화를 볼 때마다 항상 감상문을 썼죠. 적어도 A4지 한 장에서 두 장 가량을 썼습니다."
김군은 "앞으로 영화를 통해서 이 사회의 잘못된 점을 개선해 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벨기에에서 다르덴 형제가 '로제타'라는 영화를 만들었어요. 청년 실업문제를 다룬 영화였죠. 이 영화를 계기로 벨기에에 '로제타 플랜'이라는 청년실업해소 대책방안이 나오게 됐어요. 이처럼 영화 하나로 세상이 바뀐 것처럼, 저도 영상물을 통해서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바꿔나가고 싶어요."
◆국제학부 유다영
유다영(대일외고 졸)양은 국제기구에서 홍보전문가로 일하고 싶다는 동기와 목표가 뚜렷하고, 이를 위해 일관되게 노력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U-PEACE 국제전문가 전형으로 합격했다.
유양의 목표는 국제기구 홍보전문가다. 유양은 "UN재해 구조기관인 UNDRO에서 홍보전문가가 돼 재해의 심각성을 알리고, 피해 국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촉구하는 홍보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유양의 초등학교 때부터 홍보라는 분야에 흥미를 가졌다. 자신이 가진 생각을 남에게 보여주고, 남들도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홍보동아리장을 맡아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고3 3월에는 세계인권문제와 관련해 여성의 날 행사에서 통역 자원봉사를 했다. 또, 아이티에서 여성들의 인권을 높이기 위해 대통령에게 편지쓰기 캠페인을 홍보하고,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또 국제사회의 빈곤문제 해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제3세계 아동들을 후원하는 컴패션의 수혜국 편지 번역 메이트로도 활동했다.
"제3세계에서 도움을 받는 아이들이 편지를 쓰면, 이를 한국에서 도움을 주는 분께 번역해 드리는 작업이었어요. 보통 일주일에 1~2건의 편지를 번역했죠. 대학생이 된 지금도 이 활동을 계속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유양은 영어에 대한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국제기구에서, 그것도 홍보전문가로 일하려면 유창한 영어실력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유양은 외국에서 산 경험도 없고, 어학연수를 갔다 온 적도 없었다. 그러나 한국외대의 영어면접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 정도로 영어실력이 뛰어나다.
"영어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어요. 앞으로 제가 일하려는 분야에서 꼭 필요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공부했죠. 특히 고3 때 각종 통번역 봉사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영어실력이 확 올라갔어요. 고3 8월에는 토플 iBT에서 116점을 받았어요. 한마디로 일석이조인 셈이었죠."
U-PEACE 국제전문가 전형은 영어면접을 실시한다. 유양은 "주어지는 지문에 대해서 자신의 견해를 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G20, 기후변화, 경제위기 등 국제사회의 모습에 대한 지문이 나왔어요. 전 각 이슈에 대해서 요약을 하고, 제가 생각하는 바를 다 말하고 나왔어요. 아마 자신감 있게 제 견해를 밝힌 모습이 면접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요."
◆영문학과 이승규
리더십 및 사회통합 전형으로 합격한 이승규(울산 학성고 졸)군은 고교시절 모범적인 리더십을 보여준 점을 좋게 평가받았다.
이군은 고1 때 학급반장을 맡으며 반 친구들과 함께 동영상을 만든 특별한 추억이 있다.
"축제기간에 음악 선생님께서 뮤직비디오를 만들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당시 인기가 컸던 텔미 동영상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친구들과 함께 안무도 넣고, 재밌는 효과도 넣으면 반응이 좋겠다 싶었어요."
처음에는 반 친구들이 꺼리며 참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억지로 참가를 강요할 수도 없었다.
이군은 "내가 먼저 솔선수범하면 친구들도 따를 것이라 생각하고 스스로 적극적인 자세로 임했다"고 말했다. 점점 학급 친구들이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고,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참가자가 늘게 됐다. 결국 모든 학급 구성원들이 동영상 제작에 참여했다.
이후 국어교사이던 담임선생님이 문학 연구수업에 시각적 자료가 필요하다고 해서, 친구들과 함께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시를 영상으로 만들기도 했다. 반 친구들이 각자 나래이션, 대본, 촬영 등 역할을 나눠 진행했다.
"텔미 동영상 제작은 일주일, 연구수업 자료는 4일 가량 걸린 것 같아요. 단순히 친구들과 단합해서 일을 해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친구들이 각자 맡은 역할을 하면서 자신도 몰랐던 능력을 발견하는 과정이 더 놀라웠던 것 같습니다."
이군의 꿈은 영어교육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영어교육자가 돼 문학과 미디어를 통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대학에서 영어와 영문학에 대한 학습 이외에 영어교육 및 강의교재 개발에 대한 연구 및 참여, 온라인 강의기법과 동영상 강의 제작과정을 익히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수립했다.
"서울과 달리 지방의 영어교육 여건은 매우 열악합니다. 이때문에 제 스스로 동영상 강의와 교재를 제작해 교육환경이 나쁜 학생들에게 무료로 공개한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여러가지 버전의 영어강의를 찍어 학생 수준에 맞는 맞춤형 영어를 공부할 수 있도록 앞으로 제가 더 노력할 생각입니다."
[정향재 입학사정관 인터뷰]
각 전형에 맞는 면접준비 필요
한국외대는 2011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로 907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수시에서는 글로벌인재 전형 331명, U-PEACE 국제전문가 전형 35명, 리더십 및 사회통합 전형 141명, 자기추천자 전형 16명 등이며, 미래교사 전형(20명)과 글로벌이공계인재 전형(115명)이 신설됐다. 정시에서는 농어촌학생 특별전형 135명, 전문계고교출신자 특별전형 47명, 생활보호대상자 및 차상위계층 특별전형 67명 등에 입학사정제가 적용된다.
정향재(47) 입학사정관은 "신설 전형은 물론 전형 방법이 바뀐 부분도 있기 때문에 자신이 목표로 하는 전형방법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입시와 달라지는 점
서울캠퍼스 사범대에서 실시하는 미래교사 전형은 교사로서 소양과 역량을 지닌 인재를 선발하는 전형이다. 용인캠퍼스에는 수학과 과학에 열의를 가진 인재를 선발하는 글로벌이공계인재 전형이 신설된다. U-PEACE 국제전문가 전형은 모집단위를 기존 국제학부에서 국제스포츠레저학부까지 확대·실시한다.
정시전형에서는 농어촌학생특별전형, 전문계고교 졸업자 특별전형, 생활보호대상자 및 차상위계층 특별전형에서 입학사정관이 자격심사와 면접을 담당하게 된다.
◆바람직한 대비법
입학사정관제의 평가는 크게 서류심사와 심층면접으로 나뉜다. 제출서류는 전형에 따라 자기소개서, 자기추천서, 공인외국어성적, 실적증명서 등으로 구성된다. 공통으로 요구되는 자기소개서 혹은 자기추천서는 무엇보다 진실성이 요구된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중심으로 자신을 돋보일 수 있게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면접에서는 우선 서류내용의 확인이 이뤄지므로 제출한 서류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면접시에는 성실함으로 자신에 대해,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야 한다. 전체적으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사항, 자기소개서, 심층면접에서의 일관성을 기본으로 한다. 특히, 자신의 구체적인 미래상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외에 글로벌 인재 전형의 해당 외국어 면접과 U-PEACE 국제전문가 전형의 영어면접은 별도로 대비를 해야 한다.
정 입학사정관은 "미래교사 전형의 경우, 예비교사로서의 자질을 평가하기 위한 모의강의 등의 면접도 실시 가능하므로 이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