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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9월 11일 토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911토] 전기차 시대 반갑지만 해결 과제 많다
국산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현대차와 44개 부품업체가 공동 제작해 엊그제 청와대에서 시승회를 가진 '블루온(BlueOn)'이 그 효시다. 블루온은 일본 미쓰비시의 '아이미브(i-MiEV)'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된 순수 고속 전기차이지만, 충전시간 주행거리 최고출력 등 주요 성능은 아이미브를 앞선다고 한다. 그러나 소형차인데도 대당 가격이 5,000만원을 넘는 등 가격 기술 시장 인프라 측면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현대차가 유럽에서 판매해온 소형 해치백 모델 'i10'을 기반으로 제작한 블루온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 한 번 충전으로 140km를 갈 수 있으며 최고속도는 시속 130km다. 시속 60km 이하의 저속 전기차는 이미 개발됐고 컨셉트카 형태의 고속 전기차도 있었지만, 블루온은 시속 100km가 넘는 양산형 전기차여서 의미가 각별하다. SK에너지 만도 효성 경신공업 등 부품업체들이 힘을 보태 대ㆍ중소기업 상생모델을 보여준 것도 의미있다.
정부는 블루온 개발에 때맞춰 2020년까지 전기차 100만대, 충전기 220만대를 보급한다는 내용의 고속전기차 육성계획을 내놓았다. 올해 30대, 내년 250대를 시작으로 2014년까지 국내 소형차 시장의 10%, 2020년까지 승용차 시장의 20%를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또 양산체제에 필요한 시장 창출을 위해 중형 전기차 생산을 앞당기고 개발 구매보조금 지급, 취득세 등록세 감면 등 각종 인센티브도 제공할 계획이다.
전기차가 차세대 자동차로 급속히 부상하고,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치열한 시장선점 경쟁을 벌이는 것은 익히 아는 바다. 일본 미쓰미시의 '아이미브' 닛산의 '리프', 미국 GM의 '시보레볼트' 포드의 '포커스'등은 연말이나 내년 초 양산체제를 갖춰 시판할 예정이고 중국의 BYD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술 개발에서 뒤지고 내수시장도 좁은 우리로선 결코 유리한 환경이 아니다. 블루온의 개가는 반갑지만, 가격 기술 인프라 등 초기시장 조성을 위한 민과 관의 과제는 더욱 커졌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911토] 저출산·고령화 대책, 알맹이가 쏙 빠졌다
정부가 내년부터 2015년까지 추진할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시안’을 어제 공개했다. 지난 5년 동안 진행한 1차 계획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미비점을 보완했다지만 내용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특히 저출산 대책에서는 출산 기피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이번 시안의 강조점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통한 출산 장려, 급속한 고령화에 대비한 복지 대상 확대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육아휴직 급여를 월 50만원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꾸면서 50만~100만원으로 높이고, 내년 이후 출생자에 한해 둘째 아이부터 고교 수업료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세 자녀 이상 가정이나 신혼부부에 대한 주택 관련 지원도 확대된다. 고령화 대책으로는 임금피크제와 노령연금 활성화, 농민을 대상으로 한 농지연금 시행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방안들은 개별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저출산을 해소하고 고령화에 대처하는 획기적인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세부적인 시행상 문제도 적지 않다. 육아휴직 급여를 높이는 건 환영할 일이지만, 정률제를 도입하면 임금이 많은 이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가는 차별이 생긴다. 다자녀 가구에 대한 고교 수업료 지원은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 15년 뒤에나 시행되는데다, 그 사이에 고교교육 의무화가 도입되면 무의미해진다. 전업주부들에 대한 배려는 아예 없다.
더 근본적인 결함은 출산 기피의 핵심 원인인 고용불안과 주거비·교육비 부담 관련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정부가 몰라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정부의 해설 자료는, 소득·고용 불안정과 결혼 비용 때문에 젊은이들이 결혼을 늦추고 결혼하더라도 양육 비용과 사교육비 때문에 출산을 기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원인 분석에 걸맞은 대책이라곤 눈을 씻고 뒤져도 찾을 수 없다.
기본적인 삶을 보장할 일자리를 제공하고 집 걱정과 교육비 걱정 덜어주면, 젊은이들이 결혼을 멀리하고 출산을 기피할 리 없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 낳아 단란하게 살고픈 젊은이들의 소박한 희망이 실현되도록 돕는 것만큼 확실한 저출산 대책은 없다. 물론 이런 문제를 하루아침에 모두 풀 수는 없다. 하지만 중·장기적 해결 의지만큼은 분명히 담겨야 정부의 대책이 신뢰를 얻고 효과도 낼 것이다.
[동아일보 사설-20100911토] 軍복무 가산점과 둘째 아이 무상교육의 시사점
국가의 3대 요소가 주권 영토 국민이다. 국방이 튼튼하지 못하면 20세기 초 대한제국처럼 주권과 영토를 잃는 비극을 겪게 된다. 합계출산율 1.19명의 세계 최저 출산율이 계속되면 10년 뒤부터 국민의 수가 줄어든다. 군복무 가산점제나 저출산 문제 해결 대책은 대한민국의 보전과 지속적 발전 차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999년 위헌결정으로 군 가산점제가 폐지됐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천안함 폭침(爆沈) 이후 안보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됐고, 군 복무자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사회에 널리 확산되는 추세다. 젊은 날의 귀중한 2년을 국가안보에 바친 군필자(軍畢者)들이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배려해줄 사회적 환경이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될 병역법 개정안은 가산점 비율을 자기 득점의 2.5%로 내리고, 가산점 합격자 상한선도 20%로 묶었다. 이 정도면 여성의 사회진출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군대 가는 남성들은 바로 어머니의 아들이고, 여성의 동료이며 애인이다. 기득권층의 병역 기피를 엄격히 다스려 병역 의무의 공정성을 지켜나가는 일도 중요하다.
어제 정부가 확정한 제2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안(2011∼2015년)은 내년부터 출생하는 둘째 자녀의 고교 무상(無償)교육, 보육비 교육비 지급 확대, 다자녀 공무원 정년 뒤 3년 재고용 보장 같은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당장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육아휴직 급여 확대, 근무시간 단축 확대 등 검증되지 않은 선심성 규제를 새로 만들거나 강화해 기업의 인력운용을 제약하고 고용창출 능력마저 저해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경제적 부담을 기업에 떠맡기기만 해서도 안 될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최소한 80조 원 이상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으면 생산 가능한 인구가 줄어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세수(稅收), 복지재정에 병역자원까지 줄어드는 재앙을 맞을 수 있다. 출산 지원은 국가를 지키는 일이고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라는 인식전환을 할 때다. 미래 인력을 낳아 기르는 국가 대사에서 여성의 희생만 요구할 수는 없다. 군필자에 대한 보상처럼 출산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 전문가들이 실효성 있는 저출산 대책을 마련해 14일 공청회에 내놓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20100911토] 줄 잇는 特採 의혹 앞에 멈춰 선 대한민국 외교기사
전윤철 전 감사원장의 딸(40)이 지난 6월 외교통상부가 실시한 프랑스어(語) 전문인력 특채(特採)에서 17명의 응시자 중 단독 합격한 것으로 밝혀졌다. 외교부는 작년 하반기에 이미 프랑스어 특채를 실시해 정원이 꽉 찬 상태에서 추가로 정원을 한 명 더 늘려 전씨를 특채했다. 전 전 감사원장은 자신의 딸을 외교관으로 특채했다가 최근 사임한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의 고교·대학 직계 선배다. 당사자들이나 외교부는 "공정한 심사 과정을 거쳐 선발한 것으로 특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친구 딸이 2006년 통상분야 계약직으로 특채된 것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밖에도 외교부는 2006년 5월 5급 특채시험에 탈락한 전직 대사의 딸을 두 달 뒤 다른 직종의 5급 특채로 뽑았고, 이어 2007년 이 딸의 남편을 4급으로 특채했다고 한다. 전직 외교부장관은 차관 재직 시절 아들을 외무고시에 합격시키기 위해 시험 과목을 바꿨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다른 전직 장관은 장관 재직 시 자신의 아들을 외무고시에 합격시키기 위해 현직 외교관들로 과외공부팀을 만들었고, 이렇게 해서 외교관이 된 아들을 미국에 연수 보내기 위해 외교관 연수 규정을 바꿨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 외교부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왔다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 줄을 잇고 있다. 외교부는 10일 외교관 특채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특별조사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특혜채용 파문으로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 상태에서 다음 주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訪韓)을 맞아 북핵 문제 6자회의 대책을 논의하고, 열흘 뒤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과 함께 북핵과 천안함 사태 등을 놓고 외교전(戰)을 펼쳐야 한다. 후임 총리 인선이 늦춰지면서 후임 외교부 장관 임명까지 덩달아 지연돼 외교부 1차관이 장관 대행으로 유엔 총회에 참석할 계획이지만, 다른 나라 장관들과의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가 두 달여 앞으로 닥쳤는데도 외교부 직원들이 일손을 놓고 있다고 한다.
지금 사태는 외교부의 비상(非常)이 아니라 대한민국 외교의 비상사태다. 상황을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외교의 포기다. 외교의 포기는 국익(國益)을 내동댕이치는 행위다. 외교관 특채 의혹을 최단 시간 내에 한 점 의혹 없이 밝혀내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개선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 외교를 하루빨리 제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대통령은 하루가 급하다는 마음으로 일을 서둘러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20100911토] ‘동성애 영화’ 판결, 성적 소수자 보호 계기 돼야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동성애를 다룬 영화 <친구사이?>에 대해 청소년 관람불가 결정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영상물등급위는 신체 노출과 성적 접촉 등의 묘사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봤지만, 재판부는 표현 방법과 의미 등에서 청소년이 봐도 괜찮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동성애를 유해한 것으로 취급해 정보 유통을 규제하면 성적 소수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 영화가 청소년들에게 성적 소수자 이해와 성적 자기정체성 성찰 등의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적 효과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이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적 소수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과 부정적 인식을 바로잡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방송인 홍석천씨가 2000년 커밍아웃을 하면서 논란거리로 등장한 동성애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거부감을 갖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온라인상에는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이 상당히 개선됐다고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동성애는 비정상적이요,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부정적 인식이 만연해 있는 것이다. 영상물등급위가 영화 <친구사이?>를 청소년 관람불가로 결정한 것도 이 같은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동성애를 정면으로 다룬 TV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 대해 보수단체 등이 “며느리가 남자라니…” 운운하며 동성애에 노골적인 혐오감을 드러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1990년대부터 동성애자 차별금지와 인권보장이 보편적인 인권 기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의학적으로도 동성애는 이성애, 양성애와 다르지 않은 것으로 분류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도 성적 정체성을 둘러싸고 변화의 조짐을 보여 왔다. 동성애자들이 커밍아웃을 통해 스스로 가슴에 주홍글씨를 새겨가며 “다수의 성적 취향과는 다르지만 우리도 인간으로서 사랑할 권리를 인정해달라”고 적극 나선 결과다. 2004년에는 동성애를 변태적 성행위로 보고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 기준으로 삼은 청소년보호법 시행령도 개정됐다.
동성애는 이성애처럼 하나의 성적 취향이다. 좋든 싫든 사회적 금기나 도덕적 터부로 볼 이유가 전혀 없다. 성적 취향에 대한 개개인의 생각이 어떻든, 동성애자의 인권을 무시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가 ‘차이와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할 줄 아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200911토] 장·차관 ‘혈세 과외’ 국민이 납득하겠나
장·차관을 비롯한 정부 고위관리들이 국민 혈세로 인터뷰 실습이며 영어 고액과외를 받고 있다고 한다. 한나라당 정해걸 의원이 문화부, 국무총리실에서 제출받아 그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만도 장·차관 11명과 대변인 18명이 미디어트레이닝 명목의 개인 과외비로 6564만원을 국고에서 지불한 것으로 돼 있다. 총리실 고위공직자 14명도 영어과외에 시간당 15만원씩 10여차례에 걸쳐 혈세 2400만원을 썼다고 한다. 공사를 가리지 않는 구조조정과 경제회생의 힘겨운 몸짓들이 한창인 때 전해진 고위공직자들의 ‘혈세 과외’ 소식에 허탈할 따름이다.
공무원 개개인의 역량과 실력이 정부와 국가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데 이견이 있을 리 없다. 고위공직자 인터뷰 실습·영어과외에 대해 “정책을 소상히 알려 국민신뢰를 쌓기 위한 것”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해명도 그런 차원일 것이다. 그런데 내역을 들여다 보면 선뜻 납득이 되질 않는다. 전직 아나운서들로부터 고작 발성·호흡훈련이나 대담·인터뷰 실습을 받는 데 한 회당 수백만원씩, 최고 543만원까지 쓴 것이다. 미디어트레이닝이라면 대변인이 더 필요할 터인데 정작 대변인들은 전체예산 6564만원 중 고작 1540만원을 지불한 것을 보면 의문이 더한다. 예비비까지 끌어다 쓸 만큼 장·차관의 개인 발성·인터뷰 연습이 화급하고 중대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 채용의 특혜의혹이 전방위로 뻗치고 있다. 서민들의 박탈감과 원성도 사뭇 다르다. 고위공직자라면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을 고쳐쓰지 않는다는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의 교훈을 솔선해야 마땅하다. 국민들의 피땀어린 혈세의 씀씀이라면 더욱 신중하고 고민해야 할 게 아닌가. 국민들의 사기진작과 공정사회를 말하자면 고위공직자들부터 자리와 권한에 기운 일탈과 시빗거리를 없애야 한다. 솔선수범이 빠진 구호만의 실패를 우리는 충분히 겪지 않았는가.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911토] 日 `독도 영유권 망발` 언제까지 되풀이 할 건가
일본 정부가 또 '독도 도발'을 자행하고 나섰다. 일본 방위성은 어제 발표한 방위백서를 통해 "일본 고유의 영토인 북방영토 및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명칭) 영토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며 독도가 일본 영토임을 다시 주장했다.
참으로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 9월 민주당 정권 출범 후 처음 나온 방위백서인 만큼 자민당 정권 시절과는 다소나마 달라질 것이란 예상을 깨고 2005년부터의 기술을 그대로 되풀이한 것이다. 불과 한 달 전 간 나오토 총리가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발표한 사과 성명에서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해 이뤄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했던 것은 입발림에 불과했던 셈이다.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일본이 대한제국의 손발을 묶어놓은 뒤 1905년 임의로 자국 영토로 편입했고, 이를 근거로 영유권을 주장하는데 지나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물론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터무니없는 억지를 부리는 것은 간 총리의 사과 성명과는 달리 과거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로 밖에는 보기 어렵다.
일본 정부는 이런 도발이 불필요한 외교 마찰을 야기하고 양국 관계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방위백서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당장 삭제돼야 마땅하다. 우리 정부 또한 단호하고도 강력한 외교적 대응을 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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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911토] 경제 지원 대폭 늘린 '2차 저출산' 대책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다자녀 가정을 우대하고 중산층에도 출산지원 혜택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2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이 마련됐다. 1차 계획(2006~2010년)이 저소득층과 노령층에 대책이 집중됐던 것과 달리 이번 2차 계획은 중산층과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에 대한 혜택을 확대함으로써 현재 1.15%인 출산율을 1.6%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1차 계획기간 동안 저출산ㆍ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2조원의 예산을 퍼부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05년 1.08명이던 출산율은 2007년 1.25명으로 조금 늘었다가 2008년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지난해는 1.15명에 그쳤다.
전세계 평균 2.54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더구나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 증가율은 0.3%에 불과해 국가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필요선인 1.0%의 3분의1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면에서 출산지원 대상을 중산층까지 확대하기로 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저소득층 지원만으로는 저출산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육아휴직 급여를 최고 100만원까지 늘리고 보육료 지원 대상도 소득 하위계층의 70%까지 확대하는 한편 근무시간 유연제를 도입하기로 함으로써 젊은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지원 대상을 상위 소득계층을 제외한 모든 계층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 2차 계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둘째 자녀에 대해 고교까지 학비를 지원하는 것인데 내년 이후 출생자부터 해당된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1차 계획이 투입예산에 비해 성과를 내지 못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정책이 수요자 입장이 아니라 집행자 입장에서 마련되고 집행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행착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가임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데 따른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정책의 중복을 피하고 책임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추진체계를 단순화하고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출산율은 경제적 요인뿐 아니라 의식과 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예산만 퍼부으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다양한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송원섭(JES 선임기자)-20100911 ] 에밀레
국립경주박물관은 1998년, 국보 29호 성덕대왕신종의 구성 성분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밝혀진 주재료는 구리(85%)와 주석(14%). 뼈의 성분인 인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유명한 ‘에밀레종’ 설화는 어찌 된 것일까. 많은 사람의 생각과는 달리 이 전설은 20세기 이전의 어떤 기록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삼국유사』에는 ‘경덕왕이 성덕왕을 위해 구리 12만 근을 들여 종을 주조하다 완성을 보지 못했고, 아들 혜공왕이 771년 완성해 봉덕사에 안치했다’는 내용뿐이다. 신종을 기술한 고려·조선시대의 문건에서도 아기의 희생을 암시하는 구절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 전설이 실린 가장 오래된 기록은 미국인 호머 헐버트가 1906년 쓴 『대한제국 멸망사(The Passing of Korea)』인 것으로 추정된다. 헐버트는 “조선 사람들은 어린아이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종에서 ‘에미, 에밀레(Emmi, Emmille)’라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이 말은 ‘엄마, 엄마 때문에’라는 뜻이다”고 정확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문제의 종이 있는 곳은 경주가 아니라 서울 한복판이다.
성덕대왕신종이 곧 에밀레종이라는 주장은 192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함세훈의 친일 희곡 ‘어밀레종’(1942)의 소재로 쓰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에밀레종 전설은 한민족의 유산을 폄하하려는 일제의 조작이란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반면 역사소설가 문영은 중국 당나라에도 유사한 설화가 있음을 지목한다. 인명을 경시하는 학정에 대한 고발의 메시지가 인신공양 설화로 바뀌었을 거란 추정이다. 그만한 역사(役事)라면 피는 몰라도 눈물은 수없이 흘렀을 테니, 종소리가 원망하듯 슬프게 들렸을 것도 당연한 일이다.
지난 7일 충남 당진에서 한 젊은이가 섭씨 1400도의 용광로에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뒤, 한 무명 네티즌이 쓴 조시가 인터넷을 타고 사람들의 마음을 적시고 있다. ‘그 쇳물 쓰지 마라/광온(狂溫)에 청년이 사그라졌다/그 쇳물은 쓰지 마라/(중략)/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정성으로 다듬어/정문 앞에 세워 주게/가끔 엄마 찾아와/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 보자 하게’. 종소리처럼 퍼지며 눈물을 자아내는 이 조시가 부디 생명 존중과 사고 방지의 뜻을 널리 널리 전파했으면 한다.
[매일경제신문 칼럼-세상사는 이야기/이승우(소설가)-20100914] 거짓말의 효과
지난번 청문회에서 야심만만한 40대의 핸섬하고 세련된 총리 후보자를 떨어뜨린 것은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아니라 그의 거짓말이었다.
누구를 언제부터 알고 지냈느냐는 질문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특정인을 알기 전 일어난 사건은 자기와 상관없는 사건이 되기 때문이다. 사건이 일어난 시기에 이미 알고 지낸 사이였다면 문제의 사건과 자신이 무관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애써야 하지만 그때까지 모르는 사이였다면 그런 수고가 필요없다.
이제 그는 사건 이전에 그 사람과 알고 지내지 않았다는 사실만 증명하고 이해시키면 된다. 그는 그렇게 하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사건 이후의 어떤 시간을 제시했다. 문제는 그것이 거짓말이었다는 데 있다.
그 거짓말은 얼핏 보기에 아주 단순해 보인다.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즉흥적으로 마련된 술자리도 아니고, 나라의 일꾼으로서 자격을 검증받는 청문회 자리다. 그 시점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충분히 알고 있다고 가정해야 하고, 예상되는 이 질문에 충분히 대비했다고 가정해야 한다. 그러니까 표면상으로 단순해 보이는 이 거짓말은 전혀 단순하지 않다.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왔다고 할 수도 없고, 기억이 잘 안 나서라고 하는 말도 거짓말을 지원하기 위해 동원된 또 다른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거짓말에는 적어도 두 가지 정도의 순기능이 있는 것으로 이야기된다. 하나는 창의적 상상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논리력을 키워준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생각이다. 아이들은 현실 속에서 일어나지 않았지만 자기가 원하는 것들을 상상하고 지어냄으로써 창의력을 키워 간다.
그런가 하면 거짓말은 사실에 대한 진술이 아니기 때문에 앞뒤가 맞지 않고 인과관계가 뒤죽박죽이다. 맞지 않는 앞뒤, 뒤죽박죽인 인과관계를 맞추고 바로잡기 위해서는 상당히 정교한 지적 작업이 요구된다. 하나의 거짓말을 완성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거짓말을 동원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 순기능들은 그보다 훨씬 위험하고 치명적인 역효과 때문에 권장되지 않는다. 인격 형성과 사회 적응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말할 것도 없고, 거짓말이 들통났을 때의 결정적인 타격 때문에 창의력과 논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이용하라고 권할 수 없다. 무엇보다 하나의 거짓말을 완성시키기 위해 들여야 하는 수고가 너무 크고 낭비적이다. 당장은 몰라도 영원히 많은 사람을 속일 수는 없기 때문이고, 그 과정에서 대인관계는 물론 정신과 마음이 황폐해지는 경험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청문회에서 총리 후보자는 이 교훈의 생생한 본보기를 보여줬을 뿐 아니라 거짓말을 통해 얻어지는 창의력이나 논리력의 현실 대응력이라는 것이 매우 불완전하다는 사실도 입증해 줬다. 아쉽지만 그의 되풀이되는 거짓말은 전혀 창의적이지 않았고 논리적이지도 않았다. 이를테면 그는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는 자리에서 다시금 부실한 기억을 이 사태의 일부 원인으로 제시했는데, 그 장면은 처음 거짓말의 아귀를 맞추려는 모습 같아 안타깝고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창의력과 논리력에 도움이 된다는 거짓말의 순기능은 실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꾸며서 글을 쓰는 아이들보다 진실하게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글을 쓰는 아이들이 훨씬 좋은 글을 잘 쓴다. 자신에게 솔직한 아이들일수록 자기 내부 감정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게 되고, 그래서 풍부해지고 창의적으로 되고, 일의 시작과 끝, 원인과 결과를 추리할 힘을 얻는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니까 거짓말에는 순기능이라는 것이 전혀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만 못하다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