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상지의 옥좌 꼬미씨움 간부들의 소개로 서낙원 베드로(81세) 형제를 만나러 대한민국 최고의 해맞이 명소 속초 동명동성당(주임신부 김학수 베드로)을 찾았다. 언덕위에 위치한 작고 아담한 성당과 시야가 확 트여 속초 앞바다와 속초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해맞이 명소답게 잘 정돈된 성당에서 미사 참례를 한 후 베드로 형제를 만났다.
신앙을 갖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제가 신앙을 가지게 된 동기는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열네 살 먹던 해 6.25를 만나 어머니와 단둘이 부산으로 피난을 왔습니다. 북한에서는 영어를 안배우고 러시아어를 배우기 때문에 부산에 와서 영어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돈이 없어서 돈을 벌기위해 경향신문을 찾아가서 신문 배달을 하게해 달라고 하니 천주교 신자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해서 성당에 나가기로 약속하고 신문 배달을 하면서 성당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의정부성당에서 영세를 받고 혼배를 하고 성당에 열심히 나갔지만 뭔가 허전하고 부족한 자신을 돌아보며 신앙에 갈증을 느껴 냉담을 하게 되고 방황하면서 서울에 있는 교회는 다 가보았을 정도로 방황하다 결국에는 천주교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첫아이를 임신했을 무렵 저는 병명도 알 수 없는 폐가 말라가는 병이라며 시한부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 말을 들었을 타향에서 가정도 꾸리고 행복한 일만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 힘들고 억울해서 괴로워하다 이왕 죽을 거 고향(함경남도 이원)에 가서 죽을 생각으로 처에게 일리지도 않고 무작정 속초로 갔습니다. 속초에서 배를 얻어 타고 고향으로 갈려고 했으나 배를 구하지 못해 귀향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속초에서 막노동도 하고, 오징어 배를 타면서 지내는데 아내가 수소문 끝에 찾아와 속초에서 터전을 잡고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경기도 파주에서 잠시 교편을 잡았던 경험으로 아이들 과외를 하면서 어렵게 생계를 꾸려갔습니다.
이런 생활 속에서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미사에 참례하였는데 어쩌다 미사에 빠지면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겁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성당에서 행사를 마치고 귀가 하던 중 넘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쳐 의식을 잃고 일주일을 사경을 헤매다 깨어났는데 어린 딸아이가 아빠가 죽은 줄 알고 울고 있었습니다.
이 일주일 동안 저는 주님을 만났습니다. 뭐라고 말로 표현 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주님을 만났고 주님께서 저를 살려주신 것입니다. 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말라간다던 폐도 치유되어 있었습니다. 주님께서 두 번이나 저를 살려 주신 것입니다.
봉사 활동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까지는 몸만 왔다 갔다 하면서 주님께 대한 특별한 믿음이나 확신도 없이 습관적으로 신앙생활을 했었다는 것을 깨닫고 두 번이나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목숨을 살려 주셨으니 주님의 은총에 조금이나마 보답하자는 생각으로 무엇이든 해야 하겠다고 다짐하며 성당 주변 담배꽁초 줍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이것저것 열심히 하다 보니 신부님들께서 잘 보셔서 사목회장, 빈첸시오 회장, 쁘레시디움 단장, 꾸리아 단장, 속초 상지의 옥좌 꼬미씨움 초대 단장을 역임하게 되었습니다. 그밖에 요아킴 회장을 했었고 지금은 연령회 회장과 쁘레시디움 서기를 하고 있는데 지금이 제일 보람되고 행복합니다.
영북 지역 천주교 공동묘지인 “성모동산”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는데 고인을 예를 다해 정중히 안장하고 유족들에게는 천주교 상장례에 대해 설명을 해주면서 그들을 위로하고 나름 보람을 느끼며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고령이시라 묘지관리가 힘드실 텐데
무릎이 좀 안 좋기는 해도 이런 일은 제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주님께서 늘 함께하시니 힘든 줄 모르고 하고 있습니다. 한 달 전에 같이 일하던 형제가 갑자기 선종을 하였습니다. 그 형제를 보내고 나니 그 형제에게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요즘에는 저녁에 하루를 돌아보면서 남에게 안 해준 것이 무엇인가를 성찰하게 됩니다. 이제부터라도 남에게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남에게 안 해준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보며 남에게 베푸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같이 고생했던 그 형제를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을 말씀은?
남들은 저를 보고 많은 일을 하고 열심히 봉사 한다고들 하시는데 제가 받은 주님의 사랑에 몇 만분의 일도 안 됩니다. 주님께서 늘 너무나 큰사랑을 주시기에 이제는 주님이 두렵고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할 수 있고 또 하고 있는 일을 했을 뿐인데 주변에서 저를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 부끄러울 뿐입니다. 사실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이런 내용을 보시면 저를 아시는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까 걱정이 됩니다. 우리 성당이 언덕에 있어 해맞이 명소로 유명한데 바로 앞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온다고 해서 걱정입니다. 이것은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고 공공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반대 서명을 받고 있는데 잘 되게 해달라고 기도할 뿐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겸손한 모습을 잃지 않으시는 베드로 형제님은 자신이 하는 일이 아니고 주님께서 해 주시는 것이라며 주님께서 덤으로 주신 목숨 주님만 믿고 주님께 감사를 드리며 산다고 하시는 베드로 형제님의 영육 간에 건강을 주시라고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