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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을 가는데 송아지 두마리가 어미를 따라간다
'대지'의 작가로 미국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펄벅(Pearl Buck, 1892.6.26 ~ 1973.3.6)은 한국의 6.25전쟁 수난사를 그린 《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 The Living Reed》(1963)와 한국의 혼혈아를 소재로 한 소설 《새해》(1968)를 출간한 바 있다.
1960년 처음 한국을 방문한 펄벅은 경주를 방문하던 중, 그녀의 눈에 아주 진기한 풍경을 목격하였다. 황혼 무렵, 소달구지에 볏단을 싣고 가던 농부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당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신선했던 모양이었다. 귀국 후 그녀는《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를 쓰면서 세상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회고하였다. "서양의 농부라면 누구나 당연하게 소달구지 위에 짐을 모두 싣고 자신도 올라타 편하게 집으로 향했을 것입니다.하지만 한국의 농부는 소의 짐을 덜어주고자, 자신의 지게에 볏단을 한 짐 지고 소와 함께 귀가하는 모습을 보면서 전 온 몸에 전율을 느꼈습니다."
윤석중 시인의 [소]란 시가 있다.
아무리 배 고파도 느릿느릿 먹는 소
비가 쏟아질 때도 느릿느릿 걷는 소
기쁜 일이 있어도 한참 있다 웃는소
슬픈 일이 있어도 한참있다 우는 소
산업화가 되어 경운기 등 농기계가 보급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국민의 정서에는 소는 가족과 같았다.
논 100~200마지기(한마지기는 200평)를 농사 지으면 부농 축에 들었는데 이런 경우 대개 소 두마리 정도는 키웠다.
1960년대까지는 비료라든지 벼 품종, 농약, 재배기술의 낙후로 논 한마지기에 벼 두 가마니 (지금은 네 가마니)정도의 소출을 거두었다. 이를 도정하면 쌀 한 가마가 된다. 따라서 논 100마지기가 있으면 쌀 100가마니를 수확할 수있었다. 부식비는 밭이 있으므로 자급자족하였다
논 20마지기 정도만 있어도 생계는 유지하는데 이 경우도 소는 반드시 키운다.
요즘은 소 먹이로 옥수수 사료를 주지만 당시는 여름에는 풀, 겨울에는 여물죽이라고 짚이나 꽁깍지로 쑨 죽을 주어 소먹이로 별도의 돈이 들지 않았다.
여름 방학이면 꼴을 먹인다고 소를 풀 밭에 데리고 가서 풀을 뜯게 하였는데 이것은 대개 농가의 아이들 몫이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과 소와의 우정이 싹 터 여러 사연이 생긴다.
그런데 그 아이가 성장하여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 소농(小農)은 등록금을 마련 할 수 없어 소를 팔게 되는데, 이래서 60년대 급성장한 대학들을 상아탑(象牙塔)이 아닌 우골탑(牛骨塔)이라는 자조석인 유행어가 나왔다.
소가 우리 민족 생활의 한 부분이 되어 이에 대한 속담도 많다.
-소같이 벌어서 쥐같이 먹어라. (쉬지 않고 애써 일하여 저축한 것을 조금씩 절약해서 쓰라는 뜻)
-소더러 한 말은 안 나도 처(妻)더러 한 말은 난다. (여자의 입이 가벼워 소만도 못하다는 뜻)
-소 닭 보듯한다.(서로 아무 관계없이 지내는 것을 이르는 말)
-소는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 (누구나 성공하려면 의지할 데가 있어야 한다는 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이미 일을 그르친 뒤에 뉘우쳐 봤자 소용이 없다는 뜻)
-소 잡은 터전은 없어도 밤 벗긴 자리는 있다. (크게 벌여 놓은 일은 별로 들어나지 않는데 오히려 대단치 않은 일이 잘 드러나서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소한테 물렸다. (상대로 여기지도 않던 사람으로부터 뜻밖의 손해를 입게 되었을 때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쇠귀신 같다.(씩씩거리기만 하고 말 없는 사람을 이름)
-쇠 고집 닭 고집(고집이 센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
-쇠귀에 경(經)읽기(牛耳讀經, 둔한 사람은 아무리 가르치고 일러 주어도 알아듣지 못한다는 말)
-쇠똥에 미끄러져 개똥에 코 박은 셈이다. (연거푸 실수만 하여 더 수렁텅이에 빠지는 기막히고 어이가 없다는 말)
-쇠똥에 미끄러져 개똥에 코 박을 일이다. (매우 억울하여 못 견딜 노릇이라는 뜻)
-쇠말뚝도 꾸미기 탓이라. (못생긴 사람도 잘 꾸며 놓으면 볼품있게 된다는 뜻)
-쇠 먹은 똥은 삭지 않는다. (뇌물을 먹으면 반드시 효과가 있다는 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날)
-쇠불알 떨어지면 구어 먹기 (언제 될지도 모를 일을 한없이 기다린다는 뜻)
-쇠뿔은 단 김에 빼라.(무슨 일이나 시작하여 한창 열이 달아올라랐을 때 해치우는 것이 좋다는 말)
-쇠뿔 잡다가 소 죽인다 .(矯角殺人, 조그만 일을 하다가 큰 일을 낭패 본다는 뜻)
-쇠 힘은 쇠 힘이요, 새 힘은 새 힘이다. (소와 새의 힘이 각각 다른 것 같이 빈부의 세력도 서로 다르다는 뜻)
-쇠 힘줄 같다. (고집이 세고 융통성이 없다는 뜻)
-송아지 못된 것은 엉덩이에 뿔이 난다. (사람도 좋지 못한 놈이 못된 행동을 먼저 한다는 뜻
淸閑
늙어서 기운이 없고 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소이지만 할아버지가 탄 수레는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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