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우리 혀가 4가지 맛(단맛 짠맛 신맛 쓴맛)을 감지한다고 알고있지만 우리 혀에는 감칠맛을 느끼는 영역이 훨씬 넓게 분포되어 있다는 것이 지금의 정설입니다. 이 감칠맛에는 토속적 맛도 포함되어 어렸을 때 접한 내가 속한 지역의 고유음식 맛에 길들여지기 마련입니다.
사람의 입맛은 5세 전에 선호도가 이미 길들여져서 익숙하고 친숙한 맛에 중독되기 마련입니다. 어렸을 때 해외에 입양된 아이들이 무의식적으로 김치를 그리워하는 것도 다 그런 배경입니다.
5세 전에 입맛이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일반인들은 새로운 음식에 꾸준히 도전하고 좋아하는 음식의 종류를 늘려가지만 문제는 우리 아이들입니다. 어렸을 때 많이 접촉한 음식의 종류에 따라 아이의 음식기호도가 거의 고정되곤 하기 때문입니다.
정말 아토피증세가 심한 준이는 함께한 세월이 10년 다 되었지만 결코 입맛이 바뀌질 않습니다. 야채 과일 해물 계란 유제품 견과류 완전 사절, 몸에 좋은 건 다 사절입니다. 실제로 견과류에는 심각한 알러지 증세가 있어 먹이면 절대 안되지만 야채나 과일, 생선, 계란 등은 전혀 문제없는데도 완벽히 사절입니다. 그러고는 밥과 햄, 고기, 라면, 피자, 중국요리라고 하면 엄청 좋아합니다. 생선도 거의 먹질 않으니 준이식탁은 늘 고기 아니면 인스턴트 식품입니다. 준이의 어렸을 적 식단을 충분히 짐작케합니다.
지금은 없지만 예전 안이 입맛은 완전 토속이었죠. 할머니가 주양육자였기에 할머니표 입맛, 청국장, 김치찌개, 순댓국 등 이런 음식을 엄청 좋아하고 오히려 피자나 햄버거 등은 아예 먹을 줄을 몰랐죠. 청국장을 그렇게 좋아하는 아이는 정말 처음 보았습니다. 단 감자튀김은 미치도록 좋아해서 안이를 위해 감자튀김 엄청 해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리틀준이의 입맛은 한식편애가 짙습니다. 밥과 김치, 고기, 생선, 나물, 두부, 과일 가리지않고 잘 먹습니다. 한식은 정말 잘먹고 많이 먹습니다. 아토피가 있어서 그런지 엄마가 과자 빵 밀가루음식 아이스크림 계란 등은 많이 제한을 했거나 접촉기회가 거의 없었는지 줘도 사절합니다. 중국요리는 손도 안댑니다. 기특한 식성입니다.
완이의 편식은 맞추기가 아주 까다롭습니다. 완이는 평범한 맛의 음식에는 흥미가 없습니다. 밥은 늘 거부하고 반찬 위주로 먹는데 가장 좋아하는 건 김치, 김치는 항상 한그릇비우고 그 다음에 매콤하게 만든 콩나물과 나물류, 빨간 떡볶이 그리고 해물입니다. 해물은 어찌 좋아하는지 어떤 방식의 해물요리든 아주 잘 먹습니다. 과일도 사과와 바나나는 그 먹는 양이 거의 밥대신일 정도입니다.
태균이? 뭐든 잘 먹습니다. 살찌는데는 다 이유가 있죠. 뭐든지 가리지않고 다 먹습니다. 태균이는 나이가 있다보니 먹는 문제는 상당히 사회적이 되었죠. 라면먹을 때는 꼭 김치달라고 하고, 설렁탕집에서는 깎두기 먹어야하고, 치킨먹을 때 무절임을. 고기먹을 때는 상추 쌈장 마늘이 꼭 필요한 음식구색 경험이 제법 갖추어진 연령입니다.
그러고보니 일 년남짓 데리고 있던 혁이 생각도 납니다. 양육자가 지나치게 자주 바뀌고 그 수도 많았던 아이인지라 과자와 빵, 사탕류만 찾고 한식은 엄청 손을 대지않아서 식사 때마다 애를 태우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입맛의 아이들이다보니 한 음식으로 여러 명이 만족할만한 음식만드는 것에 아주 능숙해졌습니다. 아이들과 소통을 원활히 하고 아이들의 감정이 녹아드는 것은 역시 좋아하는 음식을 누가 주느냐가 참으로 중요합니다. 리틀준이는 저만 보면 먹을 걸 달라고해서 문제지만 자기들 입맛에 맞는 음식을 주는 건 정말 큰 감정 소통방식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5세가 지나면 그 입맛을 바꾸어주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선호하는 음식은 대체적으로 맛과 양념이 강하고 간이 센 음식들입니다. 사실 아이들 대부분 촉각적 둔감 문제가 있기에 간이 센 음식을 탐닉할 수 밖에 없고 또 실제로 강한 음식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어제 저녁메뉴는 돼지불고기와 굴전(완이때문에 늘 해산물을 합니다), 매콤 콩나물무침, 파김치 였는데... 저녁주고나서 1층에서 태균이와 준이 밥주고 올라가보니... 정말 너무 깨끗해서 웃음이 납니다. 꽤 많은 양이었는데도 거의 늘 그렇습니다. 왼손으로 밥먹는 리틀준이는 숟가락도 왼손 그대로, 오른손잡이인 완이는 오른쪽으로 얌전히 놓여있습니다. 물론 물컵과 물통은 늘 여기저기 춤추고 쏟아져있기도 하지만 이 녀석들과의 소통은 역시 밥힘입니다.
또 한가지 확실히 비복합 마그네슘 보충은 신진대사를 높여줘서 식욕을 돋게하고 더욱 먹는 걸 좋아하게 합니다. 영양보충제 먹이고나니 리틀준이의 식탐은 더 왕성해졌고 완이도 확실히 먹는 양이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새로운 것도 조금씩 시도해보고 있어 긍정적 측면이 많습니다.
먹는 문제는 역시 사람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마음을 풀어놓게 하는 좋은 매개체입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는 반드시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음식믿음을 갖게한 후 비슷한 음식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김치 야채 해산물이라고 하면 거들떠도 보지않는 준이도 김치전이나 굴넣은 파전, 호박전 등으로 둔갑을 시키면 잘 먹습니다. 튀김류를 워낙 좋아해서 부침개형태로 해주면 잘 먹습니다. 국종류를 좋아하기에 해장국같은 걸 만들 때 무나 신김치를 듬뿍넣어서 형태가 없어질 때까지 끓인다음 다 으깨서 국물에 섞어주면 뭔지모르고 먹습니다. 그렇게라도 하지않으면 생전 야채는 손도 안댈것 같습니다.
5세 전에 굳어지는 선호음식들, 엄청 까다로운 아이들 입맛에 따라가기보다 힘들더라도 엄마가 주관적으로 끌고나가는 것이 참으로 필요할 듯 합니다.
첫댓글 저도 발달학교에 잠시 있을때 대표님이 해주신 총각김치 생각이 나네요~ 손도 어찌나 빠르신지 뭐든 금방 뚝딱 만드시고 정말 맛있었어요~
그때 먹으면서 대표님은 참 감각통합이 잘되는분이구나 생각했네요ㅎㅎ
ㅋㅋ 조리사들이 하도 속썩혀서 제가 조리까지 나서 직접 하다보니 요령이 더 늘었지요. 발달학교 운영이 저를 여러가지로 키워주었네요. 아, 다들 보고싶네요^^
또 많이 배웁니다.이미 입맛을 버린 그림이 마음이 찔리네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