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남정맥 2구간
*목감사거리-수리산-지지대고개-백운산-광교산-버들치고개-수지 아파트단지-88cc-할미산-석성산-효자고개-부아산-학고개-함박산-무너미고개-굴암산-문수봉-사암리(78.5㎞, 2017.7.15.~16.)
주말 내내 장맛비 예보가 있은 터라 여벌의 옷과 신발을 준비해서 한남정맥 두 번째 길에 나섰다. 토요일 오전 8시 반, 시흥 목감에서 산행을 시작할 때는 다행히 비가 그쳐 있었다. 낮은 산에서 길은 습작처럼 어지러웠고, 비를 머금은 관목 수풀은 혈기가 뻗쳐 있다. 수리산 올라가는 군데군데 바위구간이 이어졌다. 비구름을 잔뜩 품은 하늘은 물풍선처럼 부풀어 아슬하다. 숲은 곧 내릴 비들을 음모하며 수런대기 시작했다.
수암봉에는 중부지부 오서산 대장님, 알라딘 대장님, 지니님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잘 닦인 산길은 비가 쏟아지기 전 서둘러 산행을 나선 등산객들로 붐볐다. 수리산에서 삼성마을로 내려오면 안양CC가 나온다. 골프장 둘레길을 걷는데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담벼락을 타고 내려온 능소화 꽃잎에 송골송골 빗방울이 맺혔다.
당정역을 지나 과천의왕 고속도로를 넘어서면 잡목들이 뒤엉켜 정맥길은 낙서하듯 함부로 이어진다. 지지대고개에서 김밥 한 줄로 허기를 때우고 젖은 양말을 갈아 신었다. 비가 멎은 숲에는 거무끄름한 비안개가 어둠처럼 내려앉았다. 지원 나온 일행이 기다리는 백운산 쪽으로 서둘렀다. 광교에서 올라와 노루목대피소에서 2시간째 떨며 기다리고 있단다. 내 마음을 아는지 송림대장이 먼저 백운산으로 뛰어 올라갔다. 차려 놓은 맥주와 수박으로 요기를 하고 나서 일행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지원조는 고기리 쪽으로 하산하다 길을 잃고 고생을 했다는데, 이래저래 미안하고 고맙다.
버들치고개에 내려오고 나면 한남정맥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수지 성복동, 상현동 시내로 이어져 포장도로를 오랫동안 걸어야 한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 허기가 밀려오는데 예약한 식당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몇 ㎞인지 한참을 걸어 법무연수원 삼거리 용인토종순대국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옷을 말리고 밤 11시쯤 출발할 때는 다시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우비를 걸쳐 입고 88CC 옆길을 걸어 할미산에 올랐다. 마성IC를 지나 1㎞ 남짓 가파르게 오르면 석성산이다. 산의 서쪽에는 동백지구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고, 동쪽으로는 마성터널과 영동고속국도가 지나고 있다. 북서쪽 능선에 조선시대 봉수대가 있는데, 현재는 토석단 일부만 남아 있다고 한다.
비박을 하는 팀들이 정자를 차지하고 있어 나무의자에 앉아 잠깐 졸았다. 정상석조차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안개가 짙게 깔렸다. 대장이 재촉해 서둘러 산을 내려가는데, 갑자기 천둥번개와 함께 물동이를 들이붓듯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산길에는 금세 빗물이 넘쳐흘렀고, 바로 옆에서는 계곡물 떠내려가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빈틈없이 부딪치는 격렬함과 심연으로 침몰하는 소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적요가 되었다. 세상과의 교신이 끊어지겠다는 불안은 멸망을 눈앞에 둔 평등의 안도감이 되어 불현듯 희열이 찾아왔다.
피난민처럼 효자고개 주유소로 기어들었다. 시멘트 바닥에 빗물이 흥건했다. 배낭 속까지 다 젖어서 안경 닦을 마른 천조각 하나 없었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잠을 청하는데 추위가 몰려왔다. 자는 둥 마는 둥 한 시간 남짓 지나자 천둥번개가 잦아들었다. 젖은 양말을 쥐어짜서 신고 다시 출발했다. 비는 여전히 줄기차게 내린다. 부르튼 발바닥에 통증이 왔다. 빗줄기 너머 먹장 같은 새벽안개가 먼동을 휩싸고 있었다.
부아산(負兒山)은 봉우리 위에 작은 봉우리가 더 있어 마치 어린아이를 업은 형상 같다고 한다. 남쪽에는 코리아CC가 있고, 동남쪽 학고개 아래에는 서울공원묘지가, 북쪽에는 용인대학교가 있다. 멀리 용인시 위로 비안개가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비는 이제 거의 다 내렸다는 신호다.
학고개를 지나 2㎞ 남짓 오르면 함박산이다. 용인시 처인구 남동과 이동면 천리에 걸쳐 있는 산인데, 천지개벽할 때 온 세상이 물에 잠겼어도 이 산 봉우리만 함지박만큼 물 위에 솟아 있어서 함박산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간밤에 내린 빗물이 정상석 옆 물웅덩이에 찰랑거렸다.
함박산에서 무너미고개로 내려가는 길에 개벽처럼 풍경이 열렸다. 밤새 퍼붓던 비는 대지로 스며들거나 튕겨져 산기슭으로 흘러내렸다. 송전탑이 지나가는 건너편 산에서는 삼굿하듯 몽글몽글 김이 피어오른다.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밤새 쭈뼛대던 나무들은 놀이터의 아이들처럼 싱그러웠고, 한바탕 소요가 지나간 숲은 멱을 감은 듯 정갈했다. 한꺼번에 쏟아낸 절창의 허무를 수습하는 것인지 구름들이 짐짓 근엄한 낯빛이다. 자상처럼 깊이 파인 산길을 따라 빗물이 미끄러져 내리고, 흐르다 만 숲의 부유물들은 여기저기 어지럽게 나뒹굴었다. 범람의 꿈에서 깨어난 숲은 일상으로 다시 부산해졌다.
무너미고개에서 날머리 사암리까지는 14㎞쯤 된다. 청국장으로 아침을 먹고 은화삼, 신원CC 옆 산길을 따라 걷는데, 발바닥은 물집이 잡히고 사타구니는 짓물러 걷는 폼이 가관이다. 김대건 신부 유적지인 애덕고개 표지석을 지나 산길에 드러누워 후미를 기다렸다. 문수봉까지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용인농촌테마파크를 왼쪽으로 끼고 내려오면 용인시 사암리가 나온다. 오후 2시쯤 긴 우중산행이 끝났다. 마지막 장 앞에서 책장은 느리게 넘어가듯 졸업이 내일모레니 뻔한 길에서도 멈칫거린다. 폭우에 떠내려간 한남의 길들은 또 어느 시간 속을 걸어서 올까.
첫댓글 우중산행
멀고먼길
수고만땅
졸업축하
짝짝짝짝
네, 응원과 졸업축하 감사합니다 ~~~
졸업을 앞두고 흠뻑 비를 맞으셨군요. 잔잔한 나레이션같은 글귀가 아름답습니다. 수고하셨구요, 졸업때 축하 드리러 가겠습니다^^
그동안 응원 감사했습니다. 와 주시면 저희야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겠습니다~~
손변님,
풍경에 은유와 비유가 절묘하게 어울려져
단숨에 한문장을 내리 읽지못하고 꼽씹어 나름의 상상속에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어내려가며
대리만족을 느끼던 이 '명품산행기'는 정맥6차 졸업과 함께 만나지 못하는것은 저의 기우겠죠..
잠시 쉬으셨다 그 여정을 이어가주시길 바라며
졸업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로제님과 함께 걸음하던 이 길도 벌써 끝이 보입니다. 지나온 길은 이미 희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ㅎ 축하 감사합니다. 졸업 때는 뵙겠지요?
같은공간 다른 느낌이네요.
저희보다 훨 고도가 높은곳에서 찍은 사진처럼 보여집니다.
장고의 시간 고생많으셨는데 감회가 남다르시겠어유.
담주 뵙겠습니다.
대장님과 함께한 한남 두 구간 모두 우중산행이었네유. ㅎㅎ
비를 몰고 오신 거 아니유?
양말도 안 신고 샌달로 산행하시느라 고생 엄청 많았어유.
대장님은 언제 봐도 멋지셔유. 항상 감사하구유.
이번 주말에 봬유~~
손변님 산행기 보는 재미가 솔솔했는데....
벌써 정맥도 졸업이군요.
미리 축하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동안 항상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안전사고 하나 없이 무사히 마치는가 봅니다.
별 재미없는 산행기도 늘 읽어주시고요. ㅎ
고맙습니다.
지난 흔적보고 있으니
이직도 빗소리가 귓전에
맴도는구만요
수고했습니다
그러게요. 근디 하도 많이 맞아서 비가 싫어질 법도 한데,
비가 오면 왜 또 그렇게 좋은지 모르겄어요. ㅎㅎ
고생하셨고, 졸업 때 또 봅시다요~~~
장대빗속에 한남정맥길 2구간 산행하시느라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다음산행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바쁘신 대대로 대장님,
우리 6차팀 챙기시랴 또 고생 많으십니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졸업 때 뵙겠습니다.
사인암님 어쩔겨..ㅍㅎㅎㅎ.
ㅋㅋㅋ 백구의 기도는 또 어쩔겨..
ㅋㅋㅋ염불은 어쩔껴..
언제 들었댜.. ㅎㅎ
잘~한다요~~이를 어째!
그만들~~혀 웃지마~ㅎㅎ
배꼽 확인은 어쩔껴..ㅎㅎ
이런~된쟝!
미챠!유미야~~거시기 샀잖어 ㅎㅎ
109갈비..담에 갈비 사면 내릴께요ㅎㅎ
점점 초상권침해로 고소한다이~~
얼릉 내려야~
갈비는 내 갈비 때어 줄께!ㅍㅎㅎ
어~~~ 시원타. ㅋㅋ
엉아님,그 날의Real Story는 며칠이 지난 시점에서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몰입해 봅니다.
지나온 추억록 잘~쌓아두고,먼 훗날에 꺼집어
보면 눈물나게 아름다운 울~들의 소중한 보물이겠지요~~
고생 많으셨구요!
마지막 구간,9정맥길 되돌아 보면서 회상의 의미를 두고 걸어 보자요~~
근데,주유소 몰카사진 어카나요!^ㅎㅎ^
눈물나게 아름답고 소중한 우리들의 행진도 이제 끝이 보입니다. 그동안 참말로 고생하셨습니다. 몰카사진? 내리는 방법을 몰러 ㅋㅋ
산행기가 소설읽는 느낌으로 다가 오네요
한걸음한걸음 졸업을 향해 진군하는 전사들의 묵묵한 발걸음속에 힘든 고행길도 끝나겠지요
되돌아보면 힘든 이길도 소중한 추억의 한페이지로 남을듯 합니다 우중속에 긴거리 고생하셨네요
마지막 한구간 남은 길 부러운 맘 으로 바라보며
정맥 6차팀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자세 형이랑 함께 산행한 지도 꽤 오래 된 거 같네요. 오르막은 몸을 앞으로 수그리고..ㅋ 항상 응원 감사했습니다. 또 어느 길에선가 뵙겠지요.
졸업은 다가오는데 취직을 하지 못해 뭘 해야할지 고민이 됩니다.끝나는것은 뭔가 보람있는 일이지요 이장까지 미루면서 개근하느라 수고 많았구요
10월에 있을 본게임 잘 준비해 반드시 완등해서 정맥6차 모임에서 얼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쪼금 정도 들었는데 아쉽지만 또 다른 산정에서 뵐 수 있겠지요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요 조금남은 땜방길 꼭 다녀오세요.
우리 사인암 형은 언제 봐도 에너자이져였어유. 산에서 뼈를 묻어라...ㅋ 정이 많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디 쫌만 들었다고라? 흐미. ㅋㅋ 글고 저는 땜빵 다 했어라우. 주말에 봬유~~~
정맥 팀원중 유일무일 44구간 개근,
개근상 드려얍죠~~
뭘로 드릴까요?
에너자이저 이니까
베터리AA 일년치 어때요 ㅋㅋ
후덥지근한 한여름 빗길에 긴거리
소화하시느라 진땅 고생하셨습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판이 끝나가네요.
졸업날 뵙고 축하주 드리지요.옹
아고, 안 그래도 울 지부장님 보고 싶었어요. 대간 챙기시랴 고생하시죠? 응원 항상 감사하고, 졸업 때 술 한잔 받으면 더 할 기쁨이 없겠습니다.
열정에 박수를 보넵니다.
축하드리러 갑니다.
긴 여정 수고많이하셨습니다.
끝까지 멋진모습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ㅎ 감사합니다. 졸업 때 봬요 ~~~
가끔씩 우중산행이 그리울때도있죠
그동안의 수많은 사연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겠군요 그동안 수고에 수고많으셨다고 전하고싶습니다
남은길 마무리 잘하시구요 좋은 산정에서 반갑게 인시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지나고 보면 모든 길들은 그리움이더군요. 5차팀도 남은 금북길, 좀 더 시원하게 걸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댓글이 늦었네요 ㅎㅎ 우중에 수고 많으셨어요~~ 손변님 졸업때 뵈요 ^^*
ㅋ 세이님도 오셔서 원없이 비를 맞았어야 했는디요. 이래저래 한남길은 비를 몰고 다닐 모양이네요. 졸업 때 가볍게 스쳐갑시다요~~~
지금까지 좋은 날 쉽게 걸었다고
시험을 했던 구간이 아니었을까요 ^^
힘들었지만 다시 경험하지 못할수도 있는 추억의 길 이었죠
지인분들 지원 감사합니다
그러게요. ㅎ 싱거우면 정맥길이 아니겠지요. 땡볕보다 우중이 나을 것 같기도 하구요. 지원 나왔던 분들이 대장님 멋지시다고 다들 난리였어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