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만에 가족품 돌아온 6·25 용사
외동아들 임신한 아내 남기고 전사
노석조 기자
입력 2023.07.06. 21:01업데이트 2023.07.07.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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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관수 이등중사의 입대 전 사진.
외동아들을 임신한 아내를 남기고 강원도 백선산 전투에서 북한군과 중공군에 맞서 싸우다 산화한 6·25 용사 고(故) 노관수 이등중사(현 병장 계급)의 유해가 72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전쟁 당시 배 속에 있던 아들 노원근씨는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평생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혹시라도 돌아오실까 대문에 빗장도 안 걸고 학수고대하셨는데 이렇게 유해를 찾게 돼 가슴뭉클하고 꿈만 같다”고 말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2018년 5월 강원 양구군 송현리 백선산 1142고지에서 발굴된 6·25 전사자 유해의 신원을 국군 8사단 소속 노 이등중사로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노 이등중사의 유해는 육군 21사단 장병이 6·25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백선산 1142고지 정상 일대를 발굴하던 중 수습됐다. 유해와 함께 발굴된 유품이 없어 그간 신원을 특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유해를 찾겠다는 심정으로 아들 노 씨가 유전자 시료 채취에 참여한 덕에 유전자 정밀 대조 분석 작업을 통해 가족관계가 확인됐다. 유해 발굴을 통해 수습한 유해의 신원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213번째다.
2018년 5월 경, 6.25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백선산 정상 일대에서 발굴한 고 노관수 이등중사의 유해 발견 모습.
노 이등중사는 1929년 1월 전라남도 함평군 학교면에서 1남 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입대 전 고향에서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짓다가 1950년 결혼했다. 고인은 1951년 5월 아들을 임신한 아내가 있는 가운데 자진 입대했다. 국군 제8사단에 배치됐고, 그해 9월 30일부터 10월 28일까지 강원도 양구 인근에서 벌어진 ‘백선산 전투’에 참전 중 10월 6일 전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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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된 전사자의 신원을 유족에게 알리는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이날 서울 강동구 유가족 자택에서 열렸다. 유족들은 “국가가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이를 끝까지 찾아서 대우를 해줘 고맙다”면서 “앞으로도 군이 많은 유해를 찾아 가족의 품으로 전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국유단은 유족에게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 발굴 경과 등에 관한 설명을 하고, 신원 확인 통지서와 함께 호국영웅 귀환패,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函)」을 전달하고 위로 메시지를 전했다.
노석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