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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참빛학교 열린교육강좌2 – 기질론 “기질을 이해하면 아이를 이해할 수 있다.”
2강. 인간을 이해하는 네 가지 기질 (2022.09.28.)
지난주에는 ‘왜 기질을 공부하는가?’라는 주제로, 아이의 기질을 규정해서 지도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이해하고 행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서 ‘인간을 이해하는 네 가지 기질’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먼저 지난주에 과제로 냈던, 아이들과 본인의 기질을 일상적인 언어로 표현해보면서 아이와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그러한 표현을 통해서 내가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강좌의 후반부에 본격적으로 슈타이너가 말하는 네 가지의 기질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각 기질별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1) 내 아이와 내 기질 돌아보고 묘사해보기
먼저, 아이들 기질 이야기부터 나눠볼까요?
사례1: 초등5학년 남자아이입니다. 지난주에 기질이란 타고난 것으로 변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했는데, 타고난 것도 있지만 부모와 함께 12년 동안 살면서 바뀐 것도 있을 거라고 생각 합니다. 복합적으로 지금, 제가 보는 아이의 모습을 나열해보겠습니다.
우리 아이는 호기심이 많고, 충동적인 행동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위험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어릴 때는 더 심했습니다. 예를 들면, 양초 불이나 뜨거운 물에 스스럼없이 충동적으로 손을 댑니다. 그래서 아이 옆에 있을 때면 언제나 조건반사처럼 아이를 주시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언어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지금은 외국어에 관심이 많고 말장난도 아주 좋아합니다. 곤충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오늘도 하교하면서 커다란 사마귀를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저녁을 먹고는 사마귀 먹이를 잡겠다고 나갔습니다. 자연에 관한 관찰력이 좋은 것 같고 창의적인 것 같습니다. 또 수학이나 영어 같은 것을 가르쳐보려고 시도를 해봤는데, 스스로 마음을 내지 않으면 잘 안되지만, 조금씩 해보니 학습 습득력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기가 좀 불편한 것을 잘 참지 못합니다. 그럴 때는 주변 사람을 잘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기 싫다는 내색을 강하게 하면서 아기처럼 행동하기도 합니다.
사례2: 초등 3학년 남자아이입니다. 모든 것에 조심스러운 아이입니다. 새로운 일을 대하면 두려움이 앞서고, 실패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서야 시도하는 편입니다. 규칙을 지키는 것에 좀 강박적입니다.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주변이 지저분하거나 산만하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습니다. 자유분방보다는 틀 안에 있을 때 편안해 합니다. 책을 읽거나 피아노를 치거나 주로 정해진 동선으로 움직이는 편입니다. 그런 걸 좀 깨보려고 시도해보았는데 별로 반응이 없습니다. 엄마에게 공감을 잘해주는 아들입니다. 정적이고 실내에서 쉬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불안도 높고, 외부에 나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합니다. 너무 조심스러워서 뭔가를 발산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사례3: 아이가 세 명입니다. 첫째와 둘째는 외향적이라 자기를 잘 들어내서, 키울 때 어떻게 키우면 좋을지 방향이 좀 정확하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야기하고 싶은)막내는 자기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아이라서 유심히 살펴도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속내를 잘 표현을 안 합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잘하고, 학습적인 부분에서도 문제가 없기 때문에 예민하게 보지 않으면, 아이에 대해서 놓치고 가는 것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아이를 키우면서 놓치고 이해를 못했던 것도 많을 것 같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차이가 있을텐데, 그냥 외면적인 것만 보고 그것을 잣대로 오해도 많이 해서 상처도 줬을 것 같습니다. 다루기 어려운 아이는 아닌데, 잘 모르겠고, 파악이 안 되니까 어려움이 좀 많은 편입니다.
늘 고민하고 생각하는 아이입니다. 밖에 나가서 보내는 것보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이입니다. 자기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만 에너지를 쓸 수 있는 아이입니다. 그제, 아이의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했는데, 내가 내 자식에 대해 많이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아이와 학교에서의 아이 모습이 많이 다른 것 같아서 놀랐습니다. 집에서는 자기표현을 잘 안 하는데, 학교에서는 발표도 잘하고 자기 관심 분야에는 적극성도 보인다고 합니다. 관심있고 좋아하는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의 경계가 명확한 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러 명과 사귀기보다 한 두명 소수인원과 관계 맺는 것을 더 편안하게 여기고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전에는 태권도를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안하고 있습니다. 움직이는 것을 너무 싫어해서 코로나 이후로 십킬로그램 이상 몸무게가 늘었습니다. 그전에는 체중도 많이 나가지 않았고 밖에 나가서 노는 것도 좋아했었는데, 코로나 이후로 성격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자신의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부모가 다른 사람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도 너무 싫어합니다. 점점 내향적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사례4: 이 아이는 초중고 과정을 거치면서 성격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성공 경험도 많이 갖고, 남들에게 인정도 많이 받았습니다. 지금은 자기가 살아갈 위치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전에는 다소 낮았던 자존감도 높아지고 욕심이나 애살도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자기가 가진 에너지보다 더 많이 써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가 감당할 만큼만 하고 못 하는 것은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지친 기색이 역력해서 내가 브레이크를 걸어 주기도 하지만 그 브레이크가 잘 작동되지 않는 편입니다. 재충전할 시기니까 좀 쉬라고 해도 잘 듣지 않습니다.
초등까지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별로 없는, 좀 자기만 아는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담임과 상담도 많이 했습니다. 담임은 이렇게 계속 가면 중고등에서 왕따를 당할지도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엄마인 저와도 많이 부딪혔습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그런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자기중심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타인을 대할 때와 가족을 대할 때 모습이 굉장히 다릅니다. 집에서는 짜증을 많이 내지만 밖에서는 열정적이고 부드럽게 사람을 대합니다. 사회생활을 잘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
사례5: 이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따뜻하고 착하고 배려심이 많은 아이입니다. 그리고 인정할 줄 아는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식과 부모 사이에도 잘 맞는 관계가 있다고 하지요.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는데, 제 경우에는 더 좋은 손가락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아이가 이 아이입니다. 이 아이는 양보도 잘하고, 화를 낼 타이밍에도 부드럽게 순화해서 타인이 기분 나쁘지 않게 합니다. 힘들거나 분위기가 안 좋아지면 웃으면서 분위기 전환도 잘 시킵니다.
반면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자신있게 치고 나가면 좋겠는데, 그런 힘이 좀 부족한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데 주저하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는 편입니다. 자기감정보다 타인의 감정을 더 배려합니다. 이런 게 버겁거나 힘들겠다 싶을 때가 많습니다. 뭔가 파고들거나 과감하게 치고나가는 모험심도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이나 상상 때문에 밀고 나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스스로 (한계를 짓고) 제어를 하는 것 같습니다. 남자아이라 모험심도 리더십도 과감함도 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점이 좀 부족합니다. 그래도 바라만 봐도 좋습니다.
기질을 표현할 때, 대략 세 패턴으로 나눠 볼 수 있는데, ‘행동패턴’, ‘감정패턴’ 그리고 ‘사고패턴’입니다. 호기심이 많다는 것은 사고의 영역이지요. 충동적이라는 것은 행동의 영역인데, 사고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호기심이 많으니까 충동이 생기는 것이겠지요. 호기심은 가득한데 행동은 못하고 조심스러운 경우도 있지요. 기질적 특징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 즉 오늘 이야기할 슈타이너의 네 가지 기질 중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행동패턴, 감정패턴, 사고패턴이 각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이의 특성을 표현하는 관찰자의 입장과 감정이 많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표현이나 서술에 감정이 개입되면 아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좀 전에 여러분들이 자기 아이의 행동과 특성을 표현하는 데에도 아이를 객관적으로 있는 그대로 보고 있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이나 관점을 개입시켜서 아이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지난주에도 말한 것처럼) ‘내 아이가 이런 기질이다’라고 규정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됩니다. 아이의 행동과 특성에 대한 관찰을 통해서 아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오늘 아이들에 대해 표현된 사항을 보면서도 ‘좋고’ ‘나쁨’으로 규정하기보다, 한 사람 안에 다양한 특성들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모험심이 없다’는 표현을 예로 들어봅시다. 보통 부모의 입장에서 모험심이 많아도 걱정 없어도 걱정이잖아요. 모험심이 많으면 끊임없이 분란이 일어날 수 있지요. 모험심이 많은 아이는 충동적인 경우가 많아서, 냇가를 갔을 때, 깊이를 가늠하지도 않고 무조건 뛰어들어요. 나쁜 특성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모험심이 많다는 것은 몸으로 직접 체험해서 세상을 적극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모험심이 없다는 것도 섬세하게 상황을 판단할 힘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고요. 모험심이 많아도 걱정, 없어도 걱정이지요.
‘당신 아이는 이런 기질이네요.’라는 말을 들으면, 그 부모는 주로 그 기질의 장단점을 파악해서 부족한 면을 채우는 데에 급급하기 쉽지요. 부족한 면을 채운다고 하지만, 결국 그 기질을 다르게 바꿔보려고 애를 쓰는 것이지요. 그러기보다는, 그 기질을 문제로 보지 않고 드러나는 특성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그런 기질이기 때문에 온전히 사랑스럽고, 그래서 기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아이의 기질적 특성을 대할 때 내가 좋은 것이나 내가 싫은 것을 기준으로 보지 말아야겠지요. 그렇게 해서 내 아이가 그런 기질 안에서 대단하고 소중해 보이면 기질 공부가 성공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기질은 객관적으로 보기가 좀 어려우니까, 이번에는 자기 기질에 대해서 나눠보지요. 가능하면 긍정적으로 자기 기질을 표현해보면 좋겠습니다.
사례1: 아이에 대해서는 줄줄 나오는데, 정작 내 모습은 잘 모르겠네요. 아이에게 비춰 지는 내 모습을 생각해보니 아이와 내가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뭔가 하자고 하면 무조건 손을 드는 편입니다. 충동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공부에 대한 학구열도 크고, 소수라도 내가 믿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꺾이지 않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공정하게 대하는 것, 그것이 항상 내 삶의 태도의 중심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도 감정적으로 합이 맞는 아이가 있을 수 있지만, 내 모습으로 누구에게나 한결 같으려는 마음이 큰 것 같아요. 마음 깊은 곳에서는 불안이 높고 겁도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까봐 조심스러워하는 편입니다.
사례2: 환경이 어떤가에 따라 제 긴장도의 크기가 다른 것 같아요. 새로운 모임이라 하더라도 편안한 상황에서라면 유머스럽고 쾌활하고 말도 잘하고 긴장도도 낮은 편입니다. 그런데 내가 모임의 중요한 위치에 있거나, 직업적인 일에서는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긴장도가 높아지고 말도 적어지고, 본래의 내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눈물이 많은 편입니다. 사람을 이성보다는 감성적으로 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나보다는 타인을 더 생각합니다. 다수가 편하다면 나를 죽이고 들어가는 편입니다. 그리고 체면깎이는 것에 많은 의미를 두지 않는 편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어려움을 먼저 캐치하는 편입니다. 요구나 도움을 요청받으면 거절을 잘못합니다. 원래 그런 것을 잘 못하다보니, 내가 도울 수 없는 상황에서도 억지로 상황을 만들어서 돕기도 합니다. 해야할 일이라고 판단되면 몸이 부셔져도 하는 편입니다. 굳이 내가 아니어도 되는 일도 나서서 해야 마음이 편합니다. 그래서 솔직히 너무 힘들기도 합니다. 참 힘들고 피곤하게 사는 편인 것 같습니다.
자기 기질의 좋은 면을 이야기하라고 했는데, 그렇게 한 것이 맞나요? 지금 표현하는 제 이야기가 신뢰를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들어보니, 모두 참 대단한 분인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처럼 자신의 기질을 백프로 좋은 면으로 받아들이면 삶을 더 멋지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들어보니, 오늘 이야기하려는 네 가지 기질 중 하나를 뚜렷하게 보이는 분도 있고, 주 기질은 이런 것 같은데 보조기질도 강력해서 전체적인 기질을 보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분도 있네요. 지금부터 하게 될 기질 이야기를 들으면 각자 자신의 기질이 어디에 속하는지 스스로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설명에서는 부정적인 용어도 나오겠지만, 누군가가 들려주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바꿔서 들을 수 있으면 기질공부가 엄청 잘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아이가 아니라, 오로지 자기 기질에 대해서만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2) 슈타이너가 말하는 네 가지 기질 – 우울질, 담즙질, 다혈질, 점액질
제가 전해드리는 네 가지 기질에 대해서 들어보시고 각자 자신이 어느 기질에 가까운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이 이야기의 대전제는 주 기질이 있을 뿐이지, 누구나 네 가지 기질 모두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네 가지 기질을 좀 더 성숙하게 발현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슈타이너가 말하는 기질은 라틴어로는 ‘섞는다’, ‘혼합한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깊이 있게 공부하려면 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물질과 기질의 관계까지 알면 좋겠지만, 그것까지 알려고 하다 보면, 지적으로 판단하려고 하기 쉽고, 그래서 저는 거기까지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래도 슈타이너 기질론의 원리를 알고 싶다면 책은 소개해주겠습니다.
심리적 신체적 특징으로 드러나는 기질을 슈타이너는 ‘우울질’ ‘점액질’ ‘다혈질’ ‘담즙질’이라는 네 가지 개념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슈타이너는 좋은 기질이나 나쁜 기질은 없다는 것을 전제로, 어떤 기질이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는 시기 혹은 상황이 있다고 봅니다. 말하자면, 내 기질이 그냥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시기 혹은 어떤 상황에 있을 때 대표적인 기질이 드러난다는 말입니다. 지난주에 말했던 긴 줄넘기에서 살펴본 것처럼, 그 때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기질이 표현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 경험치를 모아서 연구한다면, 대체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예상되는 신체적 심리적 발현을 알 수 있게 되겠지요.
기질은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게만 설명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자아의 성숙도에 따라서 변형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모든 인간은 네 가지 기질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자아를 통해서 기질을 조화롭게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한 가지 기질만 계속되면 삶이 힘들 수 있잖아요. 내 안에 유머도 있고 고지식도 있어서, 그때그때 적절한 기질이 나와 주면 좋겠지요. 내 안에 있는 것을 드러내게 하는 것이지, 없는 것을 계속 소망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 좀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내 기질은 고지식으로 드러나겠지만, 내 안에는 유머도 있으니, 그것도 발휘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없는 것으로하려고 하면 어색해지고 불안해지고 긴장하지만, 내 속에 있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하는 게 좋은 대처방법이 아닐까요?
앞에서 했던 아이에 대한, 자신에 대한 표현들이 지금 말하려는 기질을 이해하고 적용해보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과제로 냈었습니다.
① 우울질
이 기질을 가진 사람의 태도는 대체로 걱정, 근심, 연민입니다. 연민은 무엇에 대한 연민인 것 같은가요? 자기 삶에 대한 연민을 말합니다. ‘나는 뭘 해도 안 되고, 뭐라도 되게 하려면 엄청 애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이 기질을 가진 아이의 대표적인 모습은, 지난번 긴 줄넘기에서도 말한 것처럼, 새로운 상황에서 언제나 걱정과 근심이 앞서는 것이지요.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과제가 주어지면 실패를 우선적으로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감정과 감각이 아주 예민합니다. 예를 들면, 옷이 물에 젖는 것을 싫어해서, 물놀이 같은 것은 가능하면 피하려고 합니다. 감각적으로 별로 안 좋은 것에 아주 민감하지요. 까칠까칠하거나 불편한 감촉에 예민합니다. 사람과의 터치에도 과민합니다. 대체로 피부감각이 예민하다고 하지요. 만약 손가락이라도 조금 칼에 베이면, 엄청 많이 아파합니다. 원래 말이 없던 아이도 자기가 얼마나 아픈지에 대한 자기 연민에 공감해주기를 강하게 요청합니다. 자기의 힘듦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거지요. 두통이나 복통도 많이 호소합니다. 만약 내일 학교에 새로운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면, 집에서부터 걱정과 근심이 생겨서 아프다는 핑계를 대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른은 핑계라고 하지만 아이는 정말로 아픈 거지요.
우울질의 체형은 대체로 호리호리하고 발걸음이나 행동은 중력에 강하게 영향을 받습니다. 머리도 어깨도 숙이고 다리도 무겁지요. 말을 할 때도 말끝을 흐리고 억눌린 듯한 목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기질의 친구들이 기질적으로 성숙을 하면, 자기중심성에서 이타성으로 승화됩니다. 타인의 상태에 민감해지고 배려심도 커집니다. 자신이 근심과 걱정 안에 있다 보니 주변에 대해서도 그런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반 친구가 선생님에게 혼나면, 성숙한 우울질 아이는 ‘저 아이 엄청 상처 받아서 힘들겠다’라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자신에 대한 연민이 타인으로 기울어 자기희생으로까지 나아가게 됩니다. 우울질이 성숙하면, 다른 사람은 결코 파악하지 못하는 것도 잘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사려깊고 타인을 배려하고 돌보는 일을 잘하게 됩니다. 미적 감각도 뛰어납니다.
또 한편으로 우울질 아이는 완벽주의자이기도 합니다. 무언가를 하려면 두려움이 앞서지만, 또 완벽하게 하고 싶은 마음도 큽니다. 선생님이 숙제를 내면, 완벽하게 해야 하는데 쉽게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계속하다가 다음 날까지도 완성을 못 하기도 합니다. 이런 기질의 아이를 잘 이해한다는 것은, 이 기질의 (만족할 때까지 계속 노력하는) 좋은 면을 봐주고, 이 아이의 노력과 애씀에 공감해주는 것이겠지요. 아이가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오더라도 아이의 노력을 인정해주면 아이의 완벽주의를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 아이의 노력은 경쟁이나 잘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잘하는데, 아이 스스로는 늘 못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혼이 날거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런 아이에게는 무엇을 하든지 그 노력을 인정해주면서 힘을 북돋아 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도 아이 스스로는 잘 인정하지 않지만 그런 과정이 쌓여가면 조금씩 좋아집니다. 그런데 실패감이 교사나 주변인으로부터 공인되어 버리면, 예를 들면, “왜 숙제를 안 했어?”라거나 “하는 것 마다 왜 이 모양이야?”와 같은 소리를 들으면 아예 처음부터 시도를 안 해버리는 성향으로 가기가 쉽다.
그래서 기질을 공부하고 아이를 이해한다고 하는 것은, 우울질의 기질적 특성을 걱정이나 근심으로 치부하지 말고, 아이가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에너지로 봐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해 속에서 더 세심하게 자신을 이루어나가고 바꾸어나가면서 성숙한 모습으로 이어지면 ‘성자’와 같은 인류의 빛과 소금이 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중년기에 들면 대체적으로 누구나, 우울질이 아니던 사람도 우울질의 특성을 보인다고 합니다.
② 담즙질
담즙질의 신체적 특징은 체격이 다부지고 근육으로 단단한 느낌을 줍니다. 행동도 아주 민첩합니다. 이 기질의 삶의 태도는 ‘일의 성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제를 성취하는 것에 삶의 중심이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긴 줄넘기를 한다면, 도전해서 성취하고 자신의 잘남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싶어 합니다. 실패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요. 이 기질은 성취하려는 의지와 그에 대한 에너지가 엄청나게 큽니다. 솟아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월감과 자신감으로 가득합니다. 자신을 세상의 중심으로 여깁니다. 추진력과 권력욕이 크고 스스로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심리적 상태에 있습니다. 당당하고 거침이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부정적으로 발현되기도 합니다. 실패했을 때 스스로 용납하지 못합니다. 그럴 때의 모습이 남들에게 밥맛없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남들이 볼 때 객관적으로 무엇이든 잘하느냐 하면, 꼭 그렇지도 못합니다. 이런 모습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담즙질은 대체적으로 리더십있는 오너나 정치인의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담즙질이 성숙하면, 지금까지의 자기중심적인 태도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태도로 나아갑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점검해보려는 태도도 갖게 됩니다. 조직의 우두머리라면 아랫사람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는 모습으로 변화하겠지요. 성숙한 담즙질의 당당함, 추진력, 자신감은 개인의 성취뿐 아니라 조직의 성취, 관계 안에서의 성취를 더 깊이 있게 추구하는 모습으로 이어집니다.
대체적으로 청년기를 담즙질의 시기라고 합니다. 성취를 위한 비전을 세워서 저돌적으로 도전하는 시기이지요. 담즙질적 특징이 청년기에 대부분 드러납니다.
아이가 이런 기질을 갖고 있다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인정을 주어야 합니다. 성취하려는 욕구를 보였을 때, 시도하게 해주고, 담즙질적 성향을 인정해주는 것입니다. ‘일의 성취’가 이 기질의 성장 에너지이므로, 그것을 격려하고 인정해주는 것이 아이의 성숙을돕는 길입니다.
담즙질의 부정적인 유형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겠지요? 실패했을 때 주저앉거나 드러눕는 것이고, 성공했을 때도 별로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지요. 안하무인이고, 자기 기준에 실패한 사람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습니다. 담즙질의 특징은 미션을 성취하려는 욕구입니다. 사고패턴 과정에서 좀 더 치밀한 계획과 설계가 보완되면 좋겠지요. 그 자체로는 아주 긍정적인 에너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담즙질이 성숙하면 매 순간 신나게 살 수 있는 기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③ 다혈질
다혈질은 호리호리하고 균형잡힌 체형을 갖춘 경우가 많습니다. 발걸음은 마치 하늘에 떠다니는 듯합니다. 발 뒷꿈치가 바닥에 닿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나비처럼 걷는 어린아이를 상상하면 이해가 쉽겠습니다. 말도 빠르고 높낮이도 화려합니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아이 같아서 사람들이 무척 좋아합니다. 아동기에는 대체적으로 다혈질적 특징을 갖습니다.
다혈질의 삶의 태도는 ‘모험’입니다. 모든 것이 신비롭고 모든 것에 도전하고 싶은 욕구로 가득합니다. 생각하고 행동하기보다 행동하고 생각하는 식입니다. 밝고 티 없이 맑지만, 보는 눈에 따라서는 산만하고 쉽게 잃어버리고 정리정돈 못 하고 집중력도 떨어져 보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집중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생각, 새로운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도 많이 제안하지만, 매듭은 잘 못 짓습니다. 일은 벌이지만 수습할 사람이 따로 있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과장이나 변명, 거짓말을 많이 하는데, 스스로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세상을 아주 즐겁게 사는 기질입니다. 아동기 아이들은 대부분 다혈질 특징을 보입니다.
성숙한 다혈질은 사교적이고 밝은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환대받습니다. 행동하기 전에 생각을 먼저 하려는 노력도 하게 됩니다. 그로 인해 다혈질이 있는 공간은 활발하고 편안하고 신나는 공간이 됩니다. 집도 정돈이 안 되어 어질러져 있지만, 그래서 가는 사람마다 몸을 경건하게 할 필요가 없는 편한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줍니다.
대체로 학교에서 교사가 다혈질 아동을 대할 때 힘이 많이 들 수 있습니다. 정리정돈을 시켜야 하고, 자리에 앉아있도록 해야 하고, 규칙이나 규율을 지키도록 계속 지도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속에서는 다혈질은 자기 기질대로 살기 어렵습니다. 그러다보면 아이의 밝고 활달한 좋은 면도 억압되어 없어지게 됩니다. (자신의 기질이 인정되지 못하고) 자기 속에 없는 기질로 살기를 강요당하니 삶이 힘들겠지요. 그래서 게임이나 약물 중독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기질 안에는 그런 중독 경향이 없는데, 자기 모습대로 살 수 없다 보니까, 억압받는 상황에서 중독으로 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지요.
다혈질이 성숙된 형태로 가면 세상을 아주 밝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성숙도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다른 사람이 참고 인내해주기가 어려워 폭발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주된 기질 외에 보조 기질들로 보완이 잘되어 직면한 상황을 푸는 방식을 전환 시킬 수 있게 되면, 다혈질 친구로 인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에너지를 발산하게 됩니다. 북유럽신화에 빛과 아름다움을 주는 발데르라는 신이 나옵니다. 그 신과 함께 있으면 행복해지기 때문에 신들의 우상입니다. 그 신의 죽음으로 신의 세계가 종말을 맞습니다. 다혈질 친구가 성숙하면 발데르처럼 될 수도 있습니다.
④ 점액질
점액질을 마지막으로 살피는 이유는 점액질의 사람들이 아주 많기 때문입니다. 끼리끼리 만나서 그런지, 우리 학교 교사나 부모들 중에도 점액질이 많습니다. 점액질과 우울질이 섞여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점액질은 인생으로 보면, 노년기에 잘 드러나는 기질입니다. 체형은 둥글둥글한 편이고, 체중도 좀 나가며 움직임이 신중하고 느린 편입니다. 걸음걸이도 느리고 말도 어조변화가 적으며 무언가를 물으면 대답을 길게 하는 편입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말을 끊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점액질의 삶의 태도는 편안함입니다. 불편한 것을 너무 싫어해서 언제나 편안함을 추구합니다. 만약 하기 싫은 과제를 해야 하면, 자기 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억지로 하는 마음이 큽니다. 우울질의 경우라면, 자기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도 완벽하게 하려고 하니 힘들지만, 점액질은 (그런 것 없이) 자기를 건들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기를 바랍니다. 그런 마음의 티를 많이 냅니다. 점액질 아이는 아침에 잠을 잘 못깨는 편입니다. 잠 깨우는 것을 제일 싫어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보기에 무지 게으르고 말도 행동도 느려서 답답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관심 분야에서는 계획도 잘 세우고 집중하면서 온전히 빠져듭니다. 그래서 모두가 감탄하는 결과를 내기도 합니다. 자기 안에서 관심만 일으키면 다른 사람의 평가와 상관없이 잘 해내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습니다.
점액질 아이가 공부에 집중해서 열심히 한다면, 진심으로 공부에 관심이 가서라기보다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부모나 교사가 자신을 힘들게 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가 편해지려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지요. 늘 편안하고 안락한 상태를 추구하는 점액질은 원래는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안 쓰는 편이지만, (다른 사람의 억압이나 간섭에서) 자유롭고 편안해지려고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쓰는 스타일로 발현되기도 하는 것이지요. 먹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고, 점액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자기 시간표’가 중요합니다. 자기 계획대로 하면 잘할 것을 재촉하면 더 안 되는 그런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가 편해지려고 억지로 부모나 교사가 원하는 대로 한다고 했지요. 그래서 속으로는 병들면서 겉으로는 모범생으로 보일 수가 있습니다. 계획이 있어야 안정감을 얻고 불안정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변화를 싫어합니다. 변화보다는 단순 반복에서 안정감을 느낍니다. 정해진 리듬대로 하루를 편안하게 보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점액질 아이가 성장해서 어른이 되면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는 ‘고지식하다’거나 ‘융통성이 없다’는 말입니다. 성숙한 점액질은 세상을 이끄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점액질 기질의 사람이 없으면 세상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다혈질이 대책 없이 벌여놓은 일을 뒤에서 다 정리하고, 담즙질이 성취에 대한 욕구로 추진하는 일이 잘 이루어지도록 계획을 세워서 차근차근 진행하는 것도 점액질입니다.
점액질은 노년기의 특징과 통합니다. 점액질 기질 자체가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어 경륜이 생기면 어떻게 하는 게 더 편안한지를 알게 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편안함을 삶의 태도로 갖는 점액질의 성숙한 모습은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려는 마음으로 이어집니다. 또 조직의 평안을 위해서 자신의 불편을 감수하고, 논쟁이 일어나면 뒤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유념해야 할 것이 있는데) 점액질 아이들은 너무 평범하게 보이기 때문에 별로 눈에 뜨이지 않고 신경쓰는 사람도 적습니다. 그럼에도 점액질 아이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다 듣고 있고, 그 속에서 본질적인 문제도 잘 집어냅니다.
슈타이너의 네 가지 기질론에 대해서 짧게 설명했습니다. 들으면서 자신의 주된 기질이 무엇인지 가늠이 되시나요?
사례1: 저는 다혈질인 것 같아요. 부차적인 기질은 우울질인 것 같고요. 걱정근심이 보태진 다혈질인 거죠.
사례2: 저는 주된 기질은 우울질인 것 같아요. 부차적인 기질은 두 개인데, 담즙질과 다혈질이에요. 다혈질인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나랑 함께 있으면 즐겁고 재미있고 유쾌하다는 말을 많이 하거든요. 담즙질인 이유는 에너지가 좀 많은 편이기 때문이에요. 아이들과 놀 때도 열정적으로 해서, 다른 사람들이 제가 아이들과 노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고 하거든요. 힘들긴 하지만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제 마음이 아이들과 노는 것이 온전히 즐겁고 재미있어요.
저의 요약된 설명을 통해서, 자신의 기질이 어떤 것인지 짐작되신다면, 그 주된 기질을 정말 온전히 좋고 대단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자기 기질을 설명하는 단어 중에 불편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그 표현에 얽매이지 말기를 바랍니다. 부정적으로 자신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가지 말고, 긍정적인 의미와 에너지로 변환해서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기질 공부를 할 기회가 계속 생긴다면, 내 아이든 나 자신이든 그 특성을 (긍정적으로) 드러내는 더 풍성하고 다양한 표현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기질 테스트를 하기도 하는데요. 내 기질을 아는 것이, 나를 더 이해하게 되고, 자신을 더 칭찬할 수 있게 되는 길로 향해야겠지요. 자신이 멋지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전제로 시작해야 합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아이는 우울질이야’라고 개념적으로 규정해서 적용하면 도움이 안 된다고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이 아이의 주된 기질이 이런 것이라서 이런 모습이 나타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 그 이해를 바탕으로 아이와 대화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아이를 긍정적으로 도울 수 있는 길도 보이게 됩니다. 그런데 보통은 아이에게서 문제를 딱 찾아내서, 그 문제를 깨고 해결하는 데에 집중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으로 접근하면서 하게 되는 표현은 아이에게 감정적인 공감을 얻기 어렵습니다. 교사나 부모가 정답을 가지고 아이와 만나서는 도움을 주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하면 기질 공부가 헛것입니다.
만약 교사가 어떤 기질을 가진 아이든 ‘위대하고 멋진 존재’로 보고 있다면 그 반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오늘 강좌의 초점은 기질공부를 인간에 대한 이해로 보면서, 인간은 위대하고 멋진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문제행동의 원인이 그 기질 때문이라고 보면, 이 문제와 기질을 연관시켜서 보게 되면, 긍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다혈질 아이의 밝음과 신남을 죽인다면 그 아이가 어떻게 인생을 살 수 있겠습니까? 다혈질이기 때문에 아이의 특정 문제행동이 나왔고 그래서 그 기질을 바꿔야 한다는 말은 기질론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기질과 문제행동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문제 행동은 해결해야 하지만 기질을 문제시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다짐이 꼭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아이들이 결대로 자기답게 살아가는 것을 용인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다음 주에는 각 기질별로 성장을 도울 수 있는 방법, 나의 기질과 타인의 기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찾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