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시스트(Exorcist)
최용현(수필가)
‘엑소시스트(Exorcist, 1973년)’는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쓴 미국작가 윌리엄 피터 블래티가 각색과 제작까지 맡고, ‘프렌치 커넥션’(1971년)으로 유명한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이 연출한 오컬트영화이다. 원제 ‘Exorcist’는 악령(귀신)을 쫓아내거나 제거하는 사람, 즉 퇴마사를 의미한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에서 각색상과 음향상을 수상했고, 골든 글로브에서는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조연상(린다 블레어), 각색상을 수상했다. 2010년부터 미국 의회도서관의 국립영화등기부에서 영구보존하는 영화가 되었다. 이 영화는 2012년 타임아웃런던과 2015년 히트픽스가 조사한 전문가 여론조사에서 공포영화 1위로 뽑혔다.
‘엑소시스트’는 개봉 당시 세계적으로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으며, 역대 R등급 영화중에서 흥행 성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 1천만 달러의 제작비로 미국에서만 1억 9천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고, 다른 나라에서도 2억 달러 이상의 추가수익을 올려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우리나라에서는 1975년에 개봉하여 서울관객 31만 명을 기록하였다.
미국의 노신부(老神父) 메린(막스 본 시도우 扮)은 이라크 북부 유적지에서 고분을 발굴하다가 이상한 형상의 조그만 조각상을 발견한다. 악마를 상징하는 그 조각상을 보며 노신부는 악마의 부활에 대한 불길한 기운을 느끼며 귀국한다.
미국 워싱턴D.C. 조지타운 주택가의 고급저택. 인기 여배우이자 이혼녀인 크리스 맥닐(엘렌 버스틴 扮)의 딸인 12살 소녀 레건(린다 블레어 扮)이 자는 2층 방으로 올라가는 계단 위 다락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맥닐은 다락에 쥐가 있는 것 같다며 운전기사에게 쥐덫을 놓게 하지만 아무 효과가 없다.
어느 날, 레건이 침대가 흔들려서 못자겠다며 내려와서 맥닐의 침대에서 잔다. 며칠 뒤에는 레건이 손님들이 많이 와있는 방으로 내려와 ‘너 그러다 뒈질 거야!’ 하면서 욕설을 내뱉으며 서서 오줌을 싸는 것이 아닌가. 그날 밤, 레건이 자는 침대가 통째로 흔들리며 요동을 치자, 맥닐이 레건을 안고 침대를 눌렀지만 마찬가지였다.
병원을 찾았더니 레건의 뇌에 문제가 있어서 발작을 일으키는 거란다. 며칠 뒤, 레건이 발작을 일으켰다는 급한 연락을 받고 의사가 집으로 왕진을 왔는데, 조그맣고 귀엽던 레건의 얼굴이 무섭고 흉측한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그러면서 ‘네가 날 가져.’ ‘예수가 나를 범하고 있다.’고 외치며 자해(自害)를 한다. 의사는 진정제를 주사하고 돌아간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레건이 입에서 피를 흘리며 누운 채 네 발로 계단을 내려온다. 다시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해봐도 몸에는 이상이 없단다. 악령에 씐 것 같다며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보라고 한다. 그날 밤, 맥닐의 남자친구가 레건 곁을 지키다가 창문에서 떨어져 추락사한 시체로 발견된다. 머리가 180도 돌아간 채. 또, 레건이 침대에서 칼로 자해를 하다가 말리는 엄마 맥닐을 찌르려고도 하고, 목이 180도 돌아가서 괴상한 목소리로 악담을 퍼붓기도 한다.
맥닐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카라스 신부(제이슨 밀러 扮)를 찾아가 악령을 내쫓는 엑소시즘(exorcism)을 부탁한다. 혼자 사는 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보냈다가 임종(臨終)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으로 고뇌하던 정신과 의사이며 카톨릭 사제인 카라스 신부가 찾아오자, 괴물로 변해버린 레건이 괴성을 지르며 카라스 신부의 얼굴과 셔츠에 토사물을 쏟아낸다. 카라스 신부는 엑소시즘의 경험이 있는 노신부 메린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메린 신부와 카라스 신부가 레건의 집으로 찾아와 ‘예수의 이름으로 악령을 추방한다.’며 구마(驅魔) 의식을 행하는데, 악령은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레건의 몸이 공중에 한동안 떠 있다가 내려온다. 악령과 두 신부간의 처절한 사투가 이어지고, 심장에 지병이 있던 메린 신부는 좀 쉬었다 계속하다가 레건의 침대에 엎드린 채 숨지고 만다.
이에 격분한 카라스 신부가 레건의 목을 조르며 악령에게 자기 몸으로 들어오라고 소리를 지른다. 드디어 악령이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오자, 카라스 신부는 스스로 창밖으로 몸을 던진다. 카라스 신부가 죽고 레건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레건 가족이 이사를 가면서 영화가 끝난다.
‘엑소시스트’는 악령에 부마(付魔)된 소녀와 그 소녀의 몸에서 악령을 쫓아내려는 신부들의 사투를 다룬 영화이다. 이 영화는 악령의 존재에서 비롯된 긴장감을 점진적으로 극대화시키는 공포영화의 기본 틀과 해법을 세미다큐멘터리처럼 시현하고 있다. 이후에 나온 공포영화들은 대부분 이 영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독교에서는 의견이 나눠진다. 개신교에서는 악마를 묘사했다는 이유로 극장 앞에서 개봉을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카톨릭에서는 악에 대한 선의 승리를 보여준다며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두 신부가 희생되었기 때문에 선의 승리라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으나, 희생은 종교인의 본분 아닌가. 그리고 레건이 회복되었으니 분명히 해피엔딩이다.
악령은 논리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존재이므로 악령에 부마된 레건이 보여준 괴기스런 모습과 혐오스런 행동은 설명이 불가능한 것이다. 구마의식 때 두 신부가 부르짖던 대사 ‘The Power of Christ compels you!(주 예수 크리스트의 권능으로 너를 추방하노라!)’는 한때 유행어처럼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기도 했다.
‘엑소시스트’는 엑소시즘이라는 개념을 전 세계에 알린, 공포영화의 새 역사를 쓴 불멸의 걸작이다.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를 5번 봤다며, 자신이 가장 많이 본 영화라고 했다. ‘펄프 픽션’(1994년)과 ‘킬 빌’(2003년)의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는 이보다 더 잘 만들 수 없는 완벽한 영화라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