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득록; 정조대왕의 어록＞을 읽고.

[김은행]

-

일득록을 읽고_20054806_김은혜.hwp

20054806 주거학과 김은혜

 드라마<이산>, <성균관 스캔들> 최근 영화 <역린>까지 정조와 관련된 이야기는 여러 콘텐츠들에서 반복되어 이야기돼 왔다. 선왕인 영조와 아버지인 사도세자이야기부터 정조가 조선 후기에 펼친 정책들 업적들과 맞물려 이야기들은 재해석됐다. 본인은 이러한 정조의 이야기들 중 역사적 사실에서 멀어 질 수 있지만, 어떻게 해석을 하여 지금 우리 사회 현실을 반성하고 되짚어보는 가가 반복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正祖정조, 조선의 제22대 왕(재위 1776~1800)으로, 이름은 祘, 자는 형운亨運, 호는 홍재弘齋∙탕탕평평실蕩蕩平平室∙만천명월주인옹 萬川明月主人翁∙홍우일인재 弘于一人齎이다. 정조에게는 호학군주, 계몽군주, 애민군주, 실용군주, 문화군주, 개혁군주 등의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어려서부터 책 읽는 것을 매우 좋아하여, 안 본 책이 없을 정도로 독서광이었다 한다. 황위에 오른 뒤에는 평범한 군주가 되는 것을 거부하여, 당쟁을 혁파하고 인재를 고루 등용함으로써 정국을 일신하는 데 힘을 기울였으며, 경제를 안정시키고 문예를 부흥시키는 정책을 써서 조선을 민생이 안정된 문화 국가로 만들려 하였다. 또한 군사君師(임금이면서 스승)로 자처하여 정치적으로나 학문적으로 주도권을 행사하였으며, 효성도 매우 지극하여 이에관해 많은 일화를 남기고 있다. 능호는 건릉 建陵이며, 시호는 문성무열성인장효 文成武烈聖仁莊孝이다. 고조 광무 3년에 다시 ‘경천명도흥덕현모’라는 존호로 추상하고, ‘선황제’로 추존하였다. ¹⁾

  <일득록>은 신하들의 눈에 비친 정조의 언행을 기록한 책이다. 정조 7년 규장각 직제학 정지검의 건의로 처음 시작 되었는데, 사관의 기록과는 별도로 규장각 신하들이 평소 보고 들었던 것을 기록해 주었다가, 연말에 그 기록을 모으고 편집하여 규장각에 보관하도록 하였다.

 “이것은 반성의 자료로 삼기 위한 것이며, 또한 그 기록을 통해 신료들의 문장과 논의도 살펴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지금 만약 지나치게 좋은 점만 강조하여 포장하려 한다면, 그저 덕을 칭송하는 하나의 글이 될 뿐이니, 어찌 내가 이 책을 편집하게 한 본 뜻을 어긴 정도일 뿐이겠으며, 뒷날 이 책을 보는 이들이 지금 이 시대를 어떻다 할 것이며, 규장각 신료들을 또 어떻다 하겠는가? 이러한 의미를 규장각 신하들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다” (일득록서)

 위 설명으로 정조가 이 책을 편집하게 한 의도를 알 수 있다.  

<본인이 읽은 역서에는 ‘성심省心, 처기處己, 학문學問, 독서讀書, 처사處事, 사절士節, 시폐 時弊, 절용節用, 애민愛民, 정사政事, 형정刑政, 훈어訓語’의 12항목으로 재편돼 있다.>

성심省心, 뜻은 ‘마음을 살피다’이다. 이 항목의 첫 장은 ‘마음이 좋은 뒤라야 사람이 좋고, 사람이 좋은 뒤라야 말이 좋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이는 사람의 모든 행위와 지각의 주체를 마음으로 보고, 마음가짐을 잘 다듬어 행동과 언행에 대해 경계하는 것이라 느꼈다.

 ‘한겨울, 꽃나무는 잎도 없고 꽃도 없어, 언뜻 죽은 듯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생명의 싹이 잠재되어 있다. 이때는 꽃이, 빛깔도 없고, 모양도 없다. 그러다가 따듯한 봄날이 되면, 차츰 꽃눈으로 자라나고, 꽃봉오리로 맺히고, 꽃으로 피어난다. 사람의 선한 본성도 마찬가지라, 평소에는 내면에 잠재해 있다가, 외부의 자극을 받으면 그것이 감정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꽃은 때대로 안개에 가려지기도 하고, 사람의 본성도 때때로 욕망에 가려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안개에 가려진 것이 사람의 본성일 수 없다. 안개가 걷히고 욕망이 제거된 상태, 바로 이 상태가 꽃의 본 모습이요, 사람의 본성인 것이다.’

 마음에 두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으나 행동이나 말로서 보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계절의 꽃에 비유하여 마음가짐을 바로 해야 하는 이유를 말하고자 함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안개나 욕망에 가려진다 하여 그것의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므로 본질에 대한 성찰을 숨겨 말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처사處事’는 일을 처리함이다. ‘일을 시작할 때는 먼저 토대가 되는 근본부터 세워야 한다. 그런 다음 그것을 실현시킬 구체적인 세부 항목을 마련한다. 이것이 일의 순서이다. 근본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세부 항목을 아무리 치밀하게 세워 놓아도 소용없다.’ 앞선 ‘성심’에서도 행동과 말의 근본이 되는 마음가짐을 이야기 하였듯이, 일을 처리함에 있어 정조는 근본을 중요하게 이야기 한다. 예를 들어, 집을 지을 때 기초공사가 부실하면, 기둥과 서까래, 지붕이 제아무리 아름다워도 그런 집이 오래가지 못하는 것과 같다.

현실로 돌아와 보면, 기본과 근본을 무시하여 건물이 붕괴되고, 배가 침몰했다. 작은 일에 정성을 다하는 것이 부족한 사회이다. 그 작은 것이라 함은 <일득록>에서 말하는 성심과 처사라 하겠다. 마음가짐부터 바르게 하여 큰 것을 행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 것은 근본을 다지는 일이고, 일을 시작하는 기본이 되는 것이다. 시작이 있어야 마지막이 있듯이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고 기초를 다지는 것을 중히 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정조는‘정사 政事’ 항목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도는 생각이 반이다. 그러나 말이 어려운 게 아니고, 실행이 어렵다.’라 하였다. 민생과 경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고심했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고심의 전제는 마음가짐과 일을 대하는 자세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정조는 인재를 양성하는데 매우 정성을 들였다고 한다. 즉위하자마자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규장각을 설치하여, 대규모로 도서를 수집하고 간행하게 하였다. 또한 젊고 유능한 인재를 선발하여 규장각에서 학문을 연마하게 하였다. (초계문신 제도라 함.)

 ‘천하의 일은 적임자를 얻어서 맡기면 반 이상은 이루어진 것이다. - 인사가 만사다. 국가를 다스리는 임금은 인재를 신중하게 선발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만일 적당한 인재를 뽑을 수 없다면, 최소한 백성에게 해악을 끼치는 탐욕스런 사람을 선발해서는 안 된다.’

 인재 양성부터 등용까지 고심했던 정조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단편적인 이야기일지는 모르나 앞에서 자신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을 경계하고, 바른 군주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 거창할 수 있는 이야기 이지만, 현재를 살면서 후대에 남겨줄 것에 대해 생각을 한다면 근본과 기본을 무시하는 우리 사회를 고쳐야 하지 않을 까 생각한다. <일득록>을 읽으면서 개인의 반성이 될 수 도 있지만, 개인이 변해야 주변이 변하고, 주변이 변해야 공동체가 변하며, 공동체가 변해야 사회가 변한다고 느꼈다. 지금 시대에는 조금 맞지 않은 항목들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다시 읽고 느껴야할 것들이 많았다.

---

1) 일득록, 남현희 편역, 문지향

[최은서]

군자가 예로서 자신을 수행하고 더 나아가 사람과 천하를 다스린다는 유교적 이상관에 따르면, 끊임없이 공부하고 자기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정조는 군자라고 볼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이른 죽음으로 그의 정치가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네요. 일득록은 처음 들어보는데, 꼭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잘봤습니다.

[김다솜]

세월호 사태와 부산외대 OT사태를 연결해서 생각하니 더 생각하게 되는 글이네요... 한겨울의 꽃에 아직 만개하지 않은 사람의 선한 본성을 비유한 것이 인상깊습니다.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