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2년 이사벨라 여왕에게 함락되기 전까지 그라나다는 이슬람 세력의 이베리아 반도에서의 마지막 근거지였다. 아랍인들이 남긴 알함브라 궁전이 그라나다의 대표 관광지이다.
# 2023년 1월 15일
9시에 말라가를 출발하는 알사 버스를 예약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버스가 오지 않는다. 설명해 주는 사람도 아무도 없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 10분쯤 지나서 다른 회사 버스가 와서 손님을 태우기 시작했다. 예정보다 20분 늦은 11시 50분에 그라나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 33번 버스를 타고 그라나다 대성당 앞에서 내렸다.
말라가에서 오는 도중에 버스 안에서 여행 카페를 훑어보다가 대성당 건너편 정류장 전봇대에 그라나다 교통카드를 숨겨 두었다는 글을 보았었기에, 혹시나 하면서 길을 건너가 찾아보니 정말로 카드가 있다. 이거 뭐, 간첩 접선도 아니고, 보물찾기라고 해야 하나? 큰 돈은 아니지만 일단 이득이고 그보다도 재미가 있잖아. 얻은 카드로 둘이서 세 차례 버스를 탔다.
대성당 바로 맞은편에 있는 숙소 잉글라테라 호텔은 1920년에 개업한 오래된 호텔인데, (당연히 여러 번 리모델링을 했겠지) 내부 시설은 깔끔하다. 친절한 직원이 얼리 체크인을 해 줘서 방에 들어가 잠시 쉬고 나왔다. 2박 80유로, 가성비 최고다.
호텔 뒷 골목에 있는 모로코 음식점 Teteria Riad Elvira, 나이먹은 사장님이 대추야자를 권하더니 러브샷을 강요(?)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를 로마자와 아랍 글자로 적어 놓은 판을 들고 나와서 읽는 적극적인 사장님, 식당 내부에는 아랍어 캘리그라피가 잔뜩 걸려 있다. 모로코식 tajin 요리를 시켰는데 살짝 낯설긴 하지만 괜찮은 맛이다. 애피타이저로 시킨 스튜는 짜서 빵을 찍어 먹음.
알카이세리아 재래시장이란 곳을 찾아갔는데 장터 같은 데가 아니고, 주로 기념품 종류를 파는 골목형 시장이다. 그런데 문을 닫은 가게가 더 많아서, 잠깐 돌아보고 바로 나왔다. 오늘이 일요일이라? 아님 낮잠 시간이라?
대성당 근처를 둘러보며 버스킹도 감상하고 왔다갔다 하다가 문 열린 성당이 있어 들어가 봤는데 겉보기와 달리 내부가 크고 화려했다. 그 옆에 있는 왕실 예배당은 입장료가 5유로, 이사벨라 여왕과 페르난도 2세의 무덤이 있다. 물론 왕실 어쩌구답게 내부에 고급 장식물들과 그림들로 매우 화려하다.
대성당 내부는 생략하고 전망이 기가막히다는 니콜라스 전망대를 찾아갔다. (공짜로 얻은 교통카드로) 32번 버스를 타고 올라가 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명불허전 아름다운 전망이었다. 야경을 보러 올라가는 사람도 많다고 하는데 우리는 (체력이 딸려서?) 일몰까지만 보고 골목길을 걸어 내려왔다.
# 2023년 1월 16일
두 달 전에 미리 예약해 두었던 알함브라 궁전, 하도 유명한 곳이라 기대가 크다. 오늘도 어제처럼 갈 때는 버스, 올 때는 도보.
크고 화려한 이 건물은 카를로스 5세 궁전. 알함브라를 망치고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일단 처음 봤을 땐 이쪽이 더 크고 멋져보였다.
알함브라의 핵심인 나사리에스 궁전은 겉모습이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 (전체 모습이 보이지 않기도 하고).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 보면 과연 왜 알함브라 알함브라 하는지 저절로 알게된다.
알카사바에 올라가 전망을 즐기고 내려와서
인생샷 포인트라고들 하는 곳에서 사진을 찍고
헤네랄리페 저택으로 건너갔는데, 여기도 대단한 정원이다.
누에바 광장까지 걸어 내려와 두리번거리다가 두 번째 식당을 찍었는데, 자리가 없어서 문앞에서 10분쯤 기다렸다. 우리 뒤에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니 유명 맛집인가? 채소 튀김을 한 접시 시키려고 하니 직원이 "무이 그란데"라며 말린다. 반 접시만 시켜도 된단다. 이렇게 친절한 직원이? 감동하면서 문어 반 접시를 추가해 잘 먹었다. (문어는 양이 많지 않았지만, 과연 채소 튀김은 반 접시로도 충분했다.) Bar Los Diaman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