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식·의·주(食衣住) 생활문화우주는 밤에는 음으로 이완되고, 낮에는 양으로 긴장되어 운행한다. 식물은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여 유기물을 만들고 흙으로부터 무기질을 흡수한다. 식물이 생산한 물질을 동물이 먹고 살아가고, 동물의 죽은 시체를 미생물이 다시 분해하여 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토양을 만든다. 이것이 자연의 순환 원리이다.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로서 생태계에서 빠질 수 없다. 대지와 인체는 비슷한 얼개로 되어 있다. 바위는 곧 뼈요, 흙은 살이다. 강줄기는 핏줄이며 물은 피, 풀뿌리, 나무뿌리는 모세혈관에 해당한다.
그런데 인간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 자연을 무참히 파괴하고 더럽히고 있다. 하늘은 매연과 먼지로 가득하고 땅은 깎이고 잘리어 상처투성이며, 물은 썩어 코를 틀어쥐게 한다. 인간이야말로 지구의 이단자요, 자연을 갉아먹는 해충과 같은 존재이다. 농약과 비료, 세제 등의 무분별한 사용, 함부로 쏟아 붓는 음식찌꺼기, 사치와 낭비로 인해 늘어가는 공산품 쓰레기, 공장 폐수, 쉴 새 없이 뿜어대는 자동차와 공장의 매연 등은 인간의 게으름과 물질 만능주의가 낳은 것이다.
삶의 터전인 공기와 땅과 물이 썩고 있는데 나 혼자 건강하기를 바라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일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생태계를 지키고 자연을 아끼는 일이야 말로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1. 풍토에 합일하는 삶사람은 그가 발 딛고 선 자리에서 살아간다. 따라서 삶을 규정하는 근본 요인은 그가 서 있는 땅 자체이다. 추우면 두꺼운 옷을 입어야 하고 더우면 몸을 식혀야 한다. 러시아에서는 독한 보드카가 맞고, 베트남에서는 찬 과일이 좋다. 지구의 기후는 매우 다양한데, 기후의 다양성이야말로 인류의 신체나 문화의 다양성을 가져오게 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게으름, 더운 지방의 생존 조건사람은 정상 체온보다 약 3~4℃만 높아져도 단백질이 굳어 목숨이 위험하다. 따라서 더위에서 살아남으려면 체온이 올라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40℃를 오르내리는 열대지방에 살기 위해서는 첫째, 뜨거운 햇볕을 차단하고 몸의 열을 공기 중으로 빨리 내보내야 한다. 또 몸에 열이 많이 생기지 않도록 대사량도 낮춰야 한다. 그래서 흑인들은 햇볕을 가장 많이 받는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곱슬머리가 된 것이다. 곱슬머리는 스펀지처럼 단열재 구실을 하며, 햇볕이 직접 머리 피부에 닿지 않도록 한다. 또 공기가 잘 통하므로 피부에서 나오는 땀을 잘 증발시켜 빨리 식혀준다.
피부의 땀샘도 약 5백만 개로 온대지방 사람의 두 배나 된다. 뿐만 아니라 땀을 잘 내보내기 위해서 팔다리의 길이가 몸에 비해 훨씬 길다. 피부도 멜라닌 색소가 많은 검은 색으로 강한 자외선이 몸의 열을 올리는 것을 막아준다.
둘째, 기질(심성)적으로도 순화되는데, 지나친 열은 몸을 너무 이완시킨다. 움직이거나 긴장하거나 생각하는 것은 심장을 뛰게 해 혈류를 몸 깊숙이 전달하면서 온도를 올린다. 따라서 열대지방에서 열심히 활동하면 몸에 무리를 준다. 우리가 여름에 밥맛이 떨어지듯 열대지방 사람들은 먹는 것을 탐하지 않으며, 일에 대한 생각도 게으르다. 열대기후에서 부지런히 일하고 재산을 쌓는다는 것은 죽음을 재촉하는 길이다. 가만히 앉아 명상하고 때가 되면 최소한의 먹을거리로 끼니만 해결하면 된다. 열대 지방에서 문명이 꽃피지 못한 것도 이 같은 자연조건의 탓이 클 것이다.
셋째, 먹을거리는 과일(열대 과일은 대개 차다.) 이나 곡물, 채소가 주를 이룬다. 살균을 위해 맵고 짜게 먹으며 강한 향신료를 많이 넣는다. 인도사람들이 명상과 요가를 하고 카레를 많이 먹고 소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자신들의 풍토에 꼭 맞는 생활인 것이다.
집은 바람이 잘 통하게 얼기설기 엮어 산다.
추운 지방, 육식문화 발달가장 따뜻한 달의 평균기온이 10℃를 넘지 않는 한대지방에서 몸은 일 년 내내 추위로 인한 긴장을 느낀다. 얼어죽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따뜻한 기운이 몸에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야 하고, 고열량 음식을 먹어 대사에너지를 높여야 한다. 몸의 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체형도 몸통이 짧아야 하고, 머리털은 보온을 위해 자신의 키만큼 자랄 수 있는 굵은 갈기머리가 적당한 것이다. 피부색은 얼핏 생각하기에 열대와 반대로 흰색이 좋을 것 같지만, 흰 눈(얼음)에서 반사되는 자외선 양이 많으므로 황갈색계통이 맞다.
추운지방에서 체온을 유지하는 법은 몸의 혈류량은 크게 하고 피부에 흐르는 혈류량은 최소화시키고 몸의 표면적을 체적에 비해 가능한 적게 만들어야 한다. 추운 지방에는 식물성 식품이 거의 없다. 유목이나 수렵으로 얻은 육류 중심의 음식을 먹어왔다. 자연 자체가 저장고 역할을 하게 돼 특별히 음식을 저장할 필요가 없고, 그럴 수도 없다. 음식이 담백하고 가공을 하지 않은 날 것으로 먹는 경우가 많고, 잡곡이나 생선, 순록, 소금에 절인 생선이나 생선의 알, 요구르트, 치즈 등으로 음식의 종류가 적으며, 체온을 높이기 위해 독한 술을 마신다.
따라서 열대지방과 같이 잉여 생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집도 밀폐식으로 두껍게 지었다. 한대지방 역시 도시를 이룰 수 없었다.
온대지방 문명을 세우다온대지방은 열대와 한대의 특징이 모두 나타난다. 즉 여름에는 '이완', 겨울에는 '긴장' 상태가 된다. 사계절은 몸과 정신활동에 적절한 자극을 주어 문명을 꽃피우게 하였다. 땅에 뿌리내리고 살면서 벼, 밀, 보리 등 저장이 가능한 곡식을 재배하고 가축을 기름으로써 재산을 쌓을 수 있었다. 잉여의 축적이 있었기에 문명과 도시가 생겨났고, 지배-피지배, 가진 자-못 가진 자의 불평등한 사회가 되었고, 지배를 위한 국가가 만들어졌다.
음식의 종류가 많고, 향료를 쓰기는 하나 조금만 쓰고, 조림이나 발효음식이 발달했다. 옷은 농경생활의 부산물로 지어 입었으며, 집은 개방적인 '일(一)자형'으로 겨울 북풍은 막고 여름 태양은 조절하는 방식으로 터를 잡고 지었다.
기후의 특성에 맞게 오랜 세월 적응하며 이어 온 것이 각 민족의 문화와 생활습성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그 이치를 잊고 살아가고 있다. 조상들이 몸으로 깨쳐온 생활 습성을 버리고 추운지방에서 들어온 문화를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따라하니 어찌 온전한 삶이 되겠는가? 풍토에 합일되지 않는 생활은 몸과 정신을 병들게 한다. 풍토에 맞는 생활이야말로 생명을 온전히 할 수 있는 지혜의 결정(結晶)이라 할 수 있다. 조상들이 세계를 해석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보면 우주와 자연을 해석하는 지혜에 감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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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행 상응 일람표. 상대적 경향성을 나타낸 것일 뿐 절대적인 기준은 아님 |
/장두석 한민족생활문화연구회 이사장
자료원: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