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축제, 또 축제. 세계적인 관광지답게 하와이에는 황홀한 축제가 연이어 열린다.
그중에서도 볼거리, 즐길 거리, 먹을거리 가득한 축제, 물어 물어 찾아가도 후회 없는 다섯 축제를 모았으니, 영광의 주인공은 다음과 같다.
알로하 페스티벌은 하와이 원주민이 만드는 축제다. 1947년 알로하 위크(Aloha Week)라는 이름으로 일주일간 진행되었던 축제가 오늘날 약 100만 명이 참여하는 하와이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다.
하와이 전통 놀이와 음악, 춤을 소재로 하는 공연과 퍼레이드 등 100여 개 이벤트가 무려 두 달여에 걸쳐 오아후, 마우이, 빅아일랜드, 카우아이, 몰로카이, 그리고 라나이 섬 곳곳에서 펼쳐진다. 하와이 사람들에게 이 날은 그저 즐기기만 하는 날은 아니다.
하와이가 미국의 쉰 번째 주(州)로 종속되어 있고, 외국계 거대 자본과 투기꾼들이 엄청난 속도로 그들의 살 땅과 집을 앗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하와이는 원주민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며 그들의 숨결 안에서 건재하다는 것을 과시하는 날이다.
축제인 동시에 절절한 생존의 몸부림으로 보인다면 여행자의 어설픈 감상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하와이 원주민들이 만드는 축제, 알로하 페스티벌에 가면 ‘진짜 하와이’를 만날 수 있다. ⓒAloha Festival
2. 태평양 최대의 영화 축제! 하와이국제영화제(Hawaii International Film Festival)
www.hiff.ofg 시기: 10월 중순부터 약 2주간
조용한 섬 하와이를 1년에 한 번 떠들썩하게 흔들어 놓는 축제가 있으니, 바로 태평양 지역 최대의 영화 축제인 ‘루이비통 하와이 국제영화제’다.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하와이 사람들이건만 열흘 이상 이어지는 영화제 기간에는 상기된 얼굴로 영화와 감독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고풍스런 하와이 극장도 네온사인으로 불을 밝히고 손님 맞을 채비를 한다.
영화광이라면 태평양지역 최대 영화 축제인 하와이 국제영화제를 놓치지 말 것. ⓒ한경리
하와이 국제영화제는 서구의 다른 영화제와 달리 40여 개국에서 출품된 200여 편에 이르는 영화 중 아시아 영화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곽경택 감독의 <사랑>과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100% 관객의 투표로 선발되는 관객상을 받기도 했다. 하와이는 미국령이면서도 동양적인 색채가 굉장히 짙은 곳이다.
미국 어느 주보다 아시아계 비율이 높고 아시아 문화에 대한 관심도 지대하다. 그러니 아시아권 영화에 관심이 많은 미국의 저명한 동아시아 문화 연구가나 영화 평론가들은 하와이 영화제가 열리는 10월이면 하와이를 찾아온다.
3. 맛과 멋의 향연! 하와이 푸드 앤 와인 페스티벌(Hawaii Food and Wine Festival)
시기: 매년 9월
www.hawaiifoodandwinefestival.com
세계적인 휴양지인 하와이 그중에서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섬 오아후에는 전 세계에서 날아온 수많은 여행객들의 명민한 입맛을 만족시키는 수많은 레스토랑들이 입지를 굳히고 있다.
20여 년 전만해도 하와이 여행 중 가장 맛있는 음식은 ‘기내식’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하와이 음식은 맛이 없는 걸로 악명을 떨쳤지만 앨런 웡(Alan Wong), 로이 야마구치(Roy Yamaguchi) 등 세계적인 요리사들이 1990년 전후로 동서양의 중심에 있는 하와이로 날아와 하와이의 탱탱한 해산물과 파릇파릇한 식물에 세계 여러 나라의 향신료와 소스를 첨가해가며 구슬 같은 땀방울을 흘린 결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었다.
하와이 요리와 그에 딱 맞는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맛 축제. ⓒHawaii Food and Wine Festival
세계 곳곳의 잘나가는 퓨전요리사들도 주기적으로 하와이에 와서 새로운 영감을 얻어갈 정도다.
그런 세계적인 명성의 셰프 70여 명이 하와이에서 나고 자란 신선한 재료로 선보이는 다채로운 요리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바로 ‘하와이 푸드 앤 와인 페스티벌’이다.
레스토랑의 고급 요리를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어 전 세계 식도락가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4. 내가 아닌 내가 되는 날! 할로윈 데이(Halloween Day)
시기: 10월 31일
지금으로부터 2500여 년 전, 고대 유럽의 켈트 족은 매년 여름이 끝나는 10월 31일이면 요란하게 분장을 하고 목축에 도움을 준 태양신에게 감사를 드리는 의식을 했다고 한다.
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그 전통은 ‘할로윈’이라는 이름으로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 각지에 이어지고 있다. 하와이도 9월 말이 되면 이미 슈퍼마켓이나 월마트 같은 대형 상점에서는 할로윈 분위기가 나는 상품들을 진열해놓는다.
10월 31일, 할로윈 데이가 되면 마녀나 유령으로 분장하고 집집마다 과자를 받으러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할로윈 데이를 맞은 와이키키 거리는 개성 넘치는 파티의 장으로 뜨겁게 달아오른다. ⓒ한경리
여행 일정이 10월, 특히 마지막주와 겹친다면 할로윈 의상을 미리 준비해가자. 만약 준비를 못했다면 와이켈레 아울렛의 파티 소품 전문점(Party City)이나 월마트, K마트 같은 상점에서 저렴하게 구입하거나 대여할 수 있다.
할로윈만큼은 과감하게, 용기 있게 또 다른 내가 되어보자! 와이키키 거리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분장한 사람들 구경도 하고 함께 사진도 찍자. 관건은 누가 더 창의적이고 색다른 의상을 선보이냐는 것.
앙증맞은 드라큘라 망또를 두르거나 만화 캐릭터로 변장한 꼬마들, 깜찍한 바니걸, 피터팬과 해적, 팅커벨도 단골로 등장한다.
해진 후부터 시작되는 할로윈 데이의 열기는 새벽 2~3시까지 이어진다. 오아후에서는 와이키키, 마우이에서는 라하이나, 빅아일랜드에서는 카일루아코나, 카우아이에서는 카파가 할로윈을 즐기기에 가장 좋다.
5. 간절한 그리움을 띄워보내다! 랜던 플로팅 하와이(Lantern Floating Hawaii)
시기: 매년 5월
www.lanternfloatinghawaii.com
오후의 햇살이 감미롭게 반짝이는 알라모아나 비치 공원. 널따란 모래사장에 4만여 명의 주민과 관광객이 모여든다.
‘랜턴 플로팅 하와이(Lantern Floating Hawaii)’는 원래 일본의 유서 깊은 불교 의식이지만 지난 1999년부터 매년 5월 메모리얼 데이를 기념해 하와이에서 열리면서 오늘 날 하와이 행사 중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는 행사가 되었다.
하와이 바다에 띄워 보내는 사랑의 메시지. ⓒLantern Floating Hawaii
행사 규모가 크다 보니 참여하는 자원 봉사자 수만 해도 1000여 명이 넘고, 지역 방송국에서도 생방송으로 중계를 한다.
일본에는 이 연등 행사 참가를 주로 하는 여행 패키지가 있을 정도다. 그 많은 사람들이 해변에 모여 하는 일은 바다에 연등을 띄우는 것이다. 행사 주최측은 이렇게 말한다.
“랜턴 플로팅 하와이는 하와이의 행사도 아니고 일본의 행사도 아니며 또한 불교 행사도 아닙니다. 인종과 종교를 뛰어넘어 함께 세 계 평화를 염원하고 인류애를 깨닫는 자리입니다.”
일찍이 저 세상으로 떠난 부모님을 그리며, 또는 이라크 전에 참전했다가 목숨을 빼앗긴 동생을 그리며 애틋한 마음을 담아 한 자 한 자 글귀를 적고 조심스레 연등에 옮겨 붙인다.
땅거미가 질 때까지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다양한 퍼포먼스가 이어지고 바야흐로 주변이 어둑해지면 연등을 가득 실은 나룻배가 서서히 바다로 나아간다.
해마다 바다에 띄워지는 연등은 2000여 개에 이른다. 애틋하고 애절한 사연을 담은 노란 등불들이 태평양 한가운데로 유유히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