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 人터뷰] 꾸준함의 대명사, 코리의 형 카일 시거2017.10.30 오후 04:42
해외야구 이영미 헤럴드스포츠 대표기자, 네이버 '이영미의 스포츠 인 스토리' 칼럼 연재. 추신수&류현진 MLB일기 담당자
<올시즌 바뀐 타격폼에 적응하느라 뜬공 비율이 높았던 카일 시거. 변화를 통해 더 큰 선수로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매김한 카일 시거를 시즌 마지막 원정을 떠나기 직전 세이프코필드에서 만났다.(사진=이영미)> 2017 월드시리즈 5차전이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연장 역전승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3승2패로 휴스턴이 앞선 가운데 LA 다저스는 남은 2경기에서 모두 이겨야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월드시리즈 경기를 숨죽이며 지켜보는 수많은 야구인들 중 한 명의 선수를 소개한다. 소속은 다저스가 아닌 시애틀 매리너스이고, 다저스 유격수 코리 시거(23)를 뜨겁게 응원하고 있는 형, 카일 시거(30)이다.
메이저리그 7년차인 카일 시거는 코리 시거의 형이기 전에 그가 갖고 있는 커리어만으로도 훌륭한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누구보다 꾸준했고, 누구보다 많은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2009년 드래프트 3라운드(전체 82번)에서 시애틀 매리너스에 지명된 후 2년 후인 2011년 7월, 빅리그에 데뷔한 그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2014 올스타에 선정되었고 그 해 골드글러브까지 차지했다(2014년 아메리칸리그 MVP 20위, 2016년 아메리칸리그 MVP 12위).
카일 시거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풀타임을 보낸 2012년 20홈런을 시작으로 해마다 2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이 기록은 현역 3루수 중에선 가장 긴 기록이다. 3000안타를 달성한 애드리안 벨트레도 6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한 적이 없다. 2012년부터 기복 없는 경기 출장과 홈런을 날리며 시애틀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매김한 카일 시거.
카일 시거는 2014년 11월, 시애틀과 7년 1억 달러의 장기 계약을 맺었다. 2021년 계약이 끝나면 2022년은 팀 옵션이다. 시애틀 프랜차이즈 역대 최고의 3루수가 되기 위해 올시즌 시거는 ‘뜬공혁명’의 흐름에 맞춰 타구 각도를 의도적으로 올렸다. 지난해까지 타구 각도가 16.5도였다면 올해는 20도가 넘어갔다. 스윙 궤적이 어퍼컷 스윙으로 바뀌면서 높은 공에 헛스윙하는 빈도가 증가했다. 지난해보다 더 많은 공을 띄우면서도 홈런이 증가하지 못한 건(2016년 30개, 2017년 27개)바뀐 타격폼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다는 걸 의미한다.
지금까지 시거가 걸어온 길은 비슷한 나이 때의 애드리안 벨트레와 상당히 흡사하다. 풀타임으로 뛰기 시작한 24~29세 시즌만 놓고서 비교를 해보면 더욱 그렇다.
24~29세 시즌 비교 시거 .264 .333 .450 OPS .783 148홈런 40도루 WAR 25.5 벨트레 .274 .326 .479 OPS .805 166홈런 45도루 WAR 26.8
카일 시거와의 인터뷰는 정규시즌 마지막 원정을 앞두고 시애틀의 세이프코필드에서 진행됐다. 와일드카드 진출을 다투다 텍사스 레인저스에 스윕패를 당하며 티켓 확보가 무산되자 그는 “올시즌이 좋게 마무리되길 희망했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었다는 게 아쉽다”는 말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로빈슨 카노와 카일 시거.>
6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하는 카일 시거의 비결이 궁금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현역 3루수 중에선 가장 긴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그의 꾸준함에는 어떤 배경이 자리하는지도 알고 싶었다. 카일 시거는 그 대답으로 자신보다는 코칭스태프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먼저 그 기록을 좋게 평가해줘서 고맙다. 꾸준한 모습을 보이려면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부상이 없어야 다양한 부문에서 기록을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상은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팀 코치들, 트레이너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카일 시거에게 올해 뜬공 비율이 증가한 이유에 대해서도 물었다. 타구 각도의 상승과 뜬공 비율의 연관성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스윙을 자주 바꿔보는 편이다. 그것이 꼭 좋다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 최적의 스윙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올시즌 바뀐 타격폼으로 인해 뜬공이 늘어난 건 사실이다. 그 또한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였다. 선수라면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설령 실패를 하더라도 그 과정 속에 배움이 있기 때문에 난 어떤 형태로든 변화를 추구하는 편이다.”
카일 시거는 홈과 원정 경기에서 장타율 격차가 큰 편이다. 통산 기록으론 홈 경기에서 .408을, 원정에서 .482의 장타율을 나타냈다. 홈과 원정에서 장타율의 격차를 보이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카일 시거는 그 배경으로 홈구장인 세이프코필드를 꼽았다.
“세이프코필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10위 안에 드는 큰 규모를 자랑한다(관중석 1위 다저스타디움(56,000석), 세이프코필드(47,860석) 8위). 개인적으론 장타율 면에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시애틀이 속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의 다른 팀 구장들은 타자 친화적인 구장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텍사스 레인저스를 제외한 LA 에인절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구장 규모가 적은 편이다).그렇다고 해서 환경적인 요인만 탓하고 싶진 않다. 이 또한 내가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경기장을 찾은 야구 꿈나무들.(사진=이영미)>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카일 시거는 2009년 드래프트를 통해 시애틀 입단 후 2011년 7월 빅리그에 데뷔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굉장히 빠른 상승세를 보인 셈이다. 그는 “운이 좋았다”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내가 이 팀에 오기 전에도, 또 오고 난 후에도 수많은 신인 선수들이 시애틀 유니폼을 입었고, 또 벗었다. 그들이 마이너리그의 단계를 거치는 동안 부상이나 개인적인 이유로 야구를 그만두는 모습을 봤었다. 내 라커 옆의 동료가, 나랑 한 팀에서 뛰었던 선수가 팀을 떠나는 장면들은 내게 큰 자극을 줬다. 건강하게 야구하는 것, 건강한 몸으로 꾸준히 경기에 나서는 게 선수한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난 운 좋게도 부상 없이 경기에 나섰고, 내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 까지 올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이유 외엔 다른 게 없는 것 같다.”
2014년 11월, 시애틀 매리너스는 카일 시거와 7년 1억 달러 연장 계약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8년째는 2,000만 달러의 구단 옵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약이 카일 시거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이었을까.
“먼저 야구 선수로 인정받았다는 기쁨이 컸다. 시애틀 유니폼을 입으며 이 도시를, 팀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가능하다면 계속 이 곳에 머물고 싶었는데 팀에서 장기 계약을 제안했다. 누구보다 가족들이 가장 기뻐했던 것 같다. 아마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때문이리라(웃음). 야구를 하면서 팀을 옮기지 않고 한 팀에 머물 수 있다는 건 행운이나 마찬가지다. 내게 주어진 그 행운을 오랫동안 이어가면서 시애틀 매리너스의 미래를 공유하고 싶다.”
카일 시거는 야구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언제였느냐는 질문에 보이지 않는 경쟁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걸 깨달았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솔직한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빅리그에서 생활하는 건 매우 영광스런 일이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이곳에서 경쟁을 경험하는 건 밖에서 보는 것처럼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사회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나이에 동료들과 경쟁을 벌이며 다양한 감정들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당시엔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슬기롭게 대처했기 때문에 꾸준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경험들이 야구와 인생을 배우게 했던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다저스의 뜨거운 유격수, 코리 시거. 시거 형제 중 막내이다. 카일 시거는 코리의 드래프트 당일을 떠올리며 가슴 벅찼던 순간을 회상했다.(사진=이영미)>
카일 시거의 형제들은 모두 야구 선수로 활약 중이다. 그는 3형제가 야구 선수가 된 건 부모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시거의 동생 코리 시거는 LA 다저스, 저스틴 시거는 시애틀 산하 더블 A팀 알칸사스 트레블러스 소속).
“아버지가 대학 때까지 야구 선수로 활약하셨고 어머니도 체육 교사로 일하셨다. 아버지는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취미로 야구를 배우게 했고, 같이 야구 경기를 관람했으며, 우리에게 야구를 가르쳐주셨다. 자연스레 야구는 우리 가족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서로 다른 지역에 있어 자주 볼 수는 없지만 비시즌에는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카일 시거는 동생 코리 시거가 2012년 드래프트 전체 18위로 다저스에 지명됐던 순간을 떠올렸다. 카일 시거는 경기 전 팀 훈련에 앞서 클럽하우스에서 당시 드래프트 생중계를 지켜봤었고, 타격 훈련이 끝난 후 코리 시거의 드래프트 확정 소식을 듣고 동생과 통화하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데릭 지터를 보며 야구 선수를 꿈꿨다는 카일 시거. 빅리그 데뷔 후에는 마이클 영과 라울 이바네즈가 자신의 야구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는 그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당신이 생각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3루수는 누구인가.
“두 말 할 필요 없이 애드리안 벨트레이다. 그는 내 롤모델이다. 그의 플레이를 보는 게 즐겁다. 애드리안이 오랫동안 야구선수로 뛰어주길 바랄 뿐이다.”
<2017 시즌은 아쉬움 속에 막을 내린 카일 시거(154경기 출전, 타율 .249 27홈런 88타점 72득점). 내년 시즌, 변화된 타격폼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지켜봐야겠다.(사진=이영미)> <미국 시애틀에서 만나고 한국에서 기사 작성=이영미 기자, 통역 황상철>
기사제공 이영미 칼럼
헤럴드스포츠 대표기자, 네이버 '이영미의 스포츠 인 스토리' 칼럼 연재. 추신수&류현진 MLB일기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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