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댓글 1 다른 공유 찾기
전자점자 다운로드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정신장애 커밍아웃은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자기낙인을 감소시키고 자존감을 향상하며 사회적 지지를 증가시키는 등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나 무분별한 커밍아웃은 오히려 부정적 반응을 초래한다.
이에 커밍아웃으로 인한 이득과 손실을 충분히 평가해 커밍아웃을 결정하고 이때 어떤 정보를, 얼마나, 어떤 방법으로 커밍아웃할 것인지를 세밀하게 계획해야 하며, 이를 위해 커밍아웃을 잘 계획하고 연습해 볼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사회연구에는 최근 ‘정신장애인의 커밍아웃이 자기낙인에 미치는 영향 : 상대방의 반응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지지의 매개효과’(연구책임자 경상국립대학교 서미경 교수)가 게재됐다.
사회로부터 배제되고 격리된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팔을 묶은 채 행진하고 있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활동가의 모습. ©에이블뉴스DB
사회적 낙인을 내면화하는 정신장애인의 자기낙인
정신장애는 임상적으로는 행동적・심리적 증후군이지만 질병 경과가 사회・문화적 요인에 의해 심각하게 영향받는 사회적 장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신장애의 특성상 질병 경과가 순환적이고 만성적이어서 적극적 통합노력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적 낙인은 그들을 직업, 주거, 결혼, 교육 등의 전반적인 사회적 기회에서 배제하고 있다. 또한 정신장애에 대한 대중의 잘못된 신념은 당사자들의 자유권을 침해하는 강제 치료와 다양한 법적 제한 등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사회적 낙인이 더 심각한 것은 정신장애인 자신이 이를 내면화해 자기낙인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대중의 편견을 내면화하고 자신을 사회에 수용되기 어려운 존재로 인식하여 차별이 예상되는 상황을 피해 사회적으로 위축되는 것이다.
자기낙인으로 인해 정신장애인의 자존감과 자기효능감이 손상되고 삶의 질이 현저히 저하되며 전문적 도움 요청을 회피하거나 낮은 치료 순응으로 증상이 악화돼 이것이 다시 대중의 낙인을 강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정신장애인은 HIV 환자나 성소수자와 같이 비가시성 정체성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정체성을 숨겨서 차별을 피할 것인지, 아니면 차별을 감당하면서라도 커밍아웃해 사회적 관계망을 넓히고, 적극적으로 삶을 통제할 것인지를 갈등하게 된다.
정신장애인의 커밍아웃은 자기낙인을 감소시키고 자존감을 향상하며 사회적 지지를 증가시키고 직장에서의 적응력을 높이는 긍정적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커밍아웃으로 부정적 결과를 경험하게 되면 미래의 커밍아웃은 감소하고 삶의 질도 저하된다.
정신장애 커밍아웃의 가설적 연구모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적 낙인·자기낙인 효과적으로 감소시키는 커밍아웃 “잘 계획해야”
정신장애인의 커밍아웃이 그들의 사회적 낙인과 자기낙인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고 회복을 의미 있게 향상시키는 핵심적 전략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거의 논의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이번 연구는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정신장애인 236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커밍아웃 수준을 탐색하고 커밍아웃이 자기낙인을 감소시키는 경로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커밍아웃을 누구를 대상으로, 어느 정도 하는지 질문했을 때 의료서비스 제공자에게 커밍아웃하는 수준이 가장 높았고 그다음 친척, 친구와 연인 순이었다. 직장동료와 고용주, 이웃이나 종교모임에서의 커밍아웃 수준이 가장 낮았다.
이처럼 관계유형에 따라 커밍아웃하는 수준에 차이가 나는 결과는 대부분 조사 대상자가 커밍아웃하는 대상을 선택적으로 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커밍아웃하는 상대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그들과의 관계가 얼마나 밀접한가임을 알 수 있다. 이는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 많은 지지적 반응을 예상하기 때문이다.
커밍아웃 후 상대방의 반응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 반응과 부정적 반응으로 분류해 측정한 결과, 긍정적 반응을 부정적 반응보다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높게 인식했다.
긍정적 반응 중 가장 높게 인식한 항목은 ‘회복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이고 그다음이 ‘정신장애나 증상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이다. 부정적 반응으로는 ‘정신장애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가 가장 높고, ‘정신장애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가 그다음이다. 더이상 친구로 여기지 않거나 단둘이 있는 것을 꺼리는 거부반응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커밍아웃이 상대방의 긍정적, 부정적 반응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지지를 매개로 자기낙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커밍아웃이 상대방의 긍정적 반응에 대한 인식을 증가시키고 이것이 사회적 지지를 향상시켜 자기낙인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신장애 커밍아웃 계획·연습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확산’ 필요
이에 보고서는 “연구를 통해 정신장애인의 커밍아웃이 사회적 지지를 증가시키고 자기낙인을 감소시킬 수 있는 유용한 전략임을 확인했으므로, 커밍아웃을 잘 계획하고 필요한 경우 이를 연습해 볼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커밍아웃 프로그램이 개발・확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신건강서비스 제공자의 커밍아웃에 대한 인식의 제고가 선행돼야 한다”며, “정신장애인이 사회적 낙인과 자기낙인을 극복하고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에서 자신의 장애를 커밍아웃하고 적극적으로 사회적 기회를 추구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제공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신장애 유형에 따라 사회적 낙인과 자기낙인의 내용이 다르므로 커밍아웃 연구가 조현병과 정동장애에 국한되지 않고 약물이나 도박중독과 같은 다양한 정신장애 유형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번 연구에서는 커밍아웃의 긍정적 결과를 예측했으나 다른 연구에서는 일부 정신장애인들이 커밍아웃 후 차별과 ‘너와 나는 다르다’는 반응을 경험했고 이로 인해 더 위축되고 절망을 느꼈다고 보고했다”며 “자신의 정체성을 전혀 알지 못하는 대상에게 커밍아웃하는 과정은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 커밍아웃으로 인한 이득과 손실을 충분히 평가해 커밍아웃을 결정하고 이때 어떤 정보를, 얼마나, 어떤 방법으로 커밍아웃할 것인지를 세밀하게 계획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