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너와 알토,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곡
「시속 250km의 차안에서 말러(1860-1911) 교향곡을 들으며 여행을…」
이것은 최근 일본 자동차회사가 신제품 자동차의 저소음 엔진과 완벽한 방음 을 자랑하며
미국 시장에 내놓은 광고문이다.
근자에 와서 우리나라에서도 말러의 음악이 재조명되고 있는 느낌이지만 말러 음악의 근간이
되는 교향곡과 가곡은 위 광고문처럼 그렇게 ‘안락하게’만 들을 수 있는 작품은 아닌 것 같다.
그의 교향곡은 가장 짧은 곡이 50분정도이고 보통 50분이상 연주 시간이 소요되는 대곡이며
일반적으로 내용도 난해하여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많은 시간과 인내심이 요구된다.
후기 낭만주의 음악의 거장인 그가 남긴 10개의 교향곡은 베토벤과 브루크너. 브람스의 교향곡이
끝나는 시점에서 다시 한번 솟아오른 장대한 음의 구축물로서 말러는 그의 선배들이 이룩해놓은
양식과 정신에서 출발하였지만 내용은 더욱 거창해지고 관현악법은 보다 확대되어 현대음악의
새로운 진로를 제시해 주고 있다.
말러는 유대계 오스트리아인으로 그의 작품의 밑바탕에 흐르고 있는 인생에 대한 회의와
염세주의는 그의 마지막 작품에까지 따라다니고 있다. 어린이의 밝은 웃음소리와 고뇌에 찬
어른의 우울한 탄식, 개인적인 것과 우주적인 것. 소박한 것과 거창한 것, 이러한 이중성은
말러 작품의 한 특성으로 그는 전 생애를 통해서 끊임없이 현세와 죽음과 내세(來世) 사이를
방황하였다
제8교향곡을 작곡한 이듬해인 1907년에 5살이 된 사랑스런 딸의 죽음은 그에게 혹독한 삶의
아픔과 함께 자신의 죽음까지도 예견시켰다. 이러한 상황에서 옛 중국 한시(漢詩)의 독일어 번역판
「중국의 피리」를 본 말러는 동양의 신비감과 세간에 깊이 공명하여 곧 테너와 알토,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곡인 「대지의 노래」 작곡에 착수하였다.
원래 이 작품은 제9교향곡으로 발표할 생각이었으나 베토벤이나 슈베르트, 브루크너가 한결같이
9번 교향곡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 마음에 걸려 끝내 교향곡이란 이름을 붙일 수 없었다.
그러나 말러는 이 작품 후에 제9교향곡을 완성하고 서둘러 10번을 쓰기 시작했으나 결국
미완성으로 남게 되었다.
「대지의 노래」는 6악장으로 구성되며 테너와 알토가 오케스트라의 반주로 각 악장을 교대로
부르게 된다. 6개의 악장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마지막 6악장인 「고별」로서 연주 시간도 전곡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말러 음악의 진수이다.
중국의 광활한 대지와 어두워 오는 텅빈 공간을 연상시키며 「태양은 산 뒤에 숨고, 어느 산골이나
냉랭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어두움이 깔린다」로 시작하는데 알토가 허공에서 울려 퍼지듯이
쓸쓸하게 노래하는 이 악장은 말러의 영혼의 고백이며, 그의 고뇌에 찬, 체념할 수밖에 없었던
현세에 대한 고별의 노래이기도 하였다.
곡은 인생과 작별, 자연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며 흐르다가 마지막에 오케스트라의 어린 반주로
알토가 「사랑하는 대지는 봄이 되면 도시에 꽃이 피고… 그리고 영원히 멀고 먼 땅의 끝까지
청정히 빛나리… 영원히, 영원히...」하고 끊어질 듯 이어지는 가운데 말러만이 표현할 수 있는
맑은 아름다움과 말할 수 없는 감명을 안고 곡은 조용히 끝난다.
- ‘서상중’의 ‘음악이 있는 공간'에서
https://youtu.be/Npy4gjZ81F0?si=Sw8PzCwIWg1sY_e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