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644
천자문233
동봉
0841낮 주晝Day
0842졸 면眠Dormancy
0843저녁 석夕Evening
0844잘 매寐Sleep
저우미엔쓰메이昼眠夕寐zhoumianximei
-낮에졸고 저녁이면 깊은잠자니-
(대자리에 상아박은 침상이로다)
0841낮 주晝Day
낮 주晝 자는
날일日 부수에 뜻모음 문자입니다
간체자인 낮 주昼 자의 본자夲字입니다
하루 종일一 해日가 떠 있어
책書을 읽을 수 있는 동안이라는 뜻이 만나
'낮'을 뜻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재미있습니다
낮晝에는 태양日이 중심이기에
날일日 자를 부수로 쓴다 하겠으나
'책書'은 날 일日이 아닌 가로 왈曰이 맞습니다
일설에서는 한 일一 위에 책 서書가 아니라
한 일一 자 위에 그림 화畫 자라 하는데
그림畫/畵/画이든 책書/书이든
붓聿으로 그리고, 붓聿으로 썼다는 것입니다
말씀曰을 붓聿으로 쓴 게 책書이듯이
붓聿으로 종이一 위에 그림田을 그린 것이
책書과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른 그림畫입니다
그림畵의 시초는 그래프田Graph였습니다
그래프에는 기초로 막대 그래프가 있고
비주기非週期 그래프가 있고
인구 분포 그래프가 있고
코로나 그래프가 있고
이분二分 그래프가 있고
대수학代數學 그래프 따위가 있습니다
그래프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이
바로 이 그림画이고 이 그림畫/畵입니다
셋 다 그림 화畵 자는 맞는데
지금은 기본이 이 그림 화畫 자입니다
이 그림 화畵 자는 캘리그라피에 가깝고
간단한 그림 화画 자는 간체자일 따름입니다
이 그림 화畫 자는 위에서 이미 설명했지요
이 그림 화畵 자는 그림田을 그리되
그림에는 무엇보다 입체감凵이 중요합니다
여기에 크기와 원근과 각도가 있어야 하고
빛의 대비와 밝기와 채도가 있어야 하고
색조와 짜임새가 어우러져야 합니다
이러한 그림의 기하학적 예술세계를
한자에서는 입벌릴 감凵으로 표현했습니다
왜 낮 주晝 자를 설명하면서
엉뚱하게도 책 서/글 서/쓸 서書 자와
그림 화畵 자를 가지고 왔느냐고요
글쓰기와 그림과 낮은 광학光學인 까닭입니다
낮은 태양이 지구를 비추고 있으니
낮Day에 대한 학문은 으레 광학이겠으나
책書과 공부書와 글쓰기書 따위와
그림畫/畵/画 따위는 광학과 무슨 상관일까요
예전에는 전등불이 없었던 까닭에
밤이 되면 글을 읽고 쓰기가 불편했습니다
하물며 그림이야 말할 나위조차 없었지요
낮晝에 글書을 읽고
낮晝에 책書을 쓰고
낮晝에 간단한 그림畫을 그리고
낮晝에 간단한 그림画을 그리고
낮晝에 복잡한 그림畵을 그렸습니다
이 낮 주晝 자에 담긴 뜻으로는
1. 낮
2. 정오
3. 땅의 이름 따위가 있습니다
낮 주晝 자와 관련된 한자로는
昼 : 낮 주의 간체자와
夜 : 밤 야/고을 이름 액
宵 : 밤 소/닮을 초 자 등이 있고
劃 : 그을 획
書 : 글 서
畵 : 그림 화/그을 획
盡 : 다할 진 자 등이 있습니다
0842졸 면眠Dormancy
잘 면/볼 민眠
눈목目 부수에 꼴소리 문자입니다
'눈'과 '보다'의 뜻을 지닌 눈 목目 부수와
소릿값 백성 민民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눈 감고 가볍게 잔다는 뜻입니다
1. 잠자다, 누워서 쉬다, 휴식하다
2. 시들다
3. 누에가 잠자다
4. 죽은 시늉을 하다
5. 뉘다, 가로 놓다
6. 잠
7. 빛깔이 진津하다
8. 중독되다
볼 민眠 자로 볼 경우
'보다'이나 대체적으로는 '잠'입니다
이 졸 면眠 자와 관련된 한자로는
宿 : 잘 숙/별자리 수
寐 : 잘 매
寢 : 잘 침
睡 : 졸음 수
瞑 : 눈 감을 명/잘 면 자 등이며
모양이 비슷한 한자로는
民 : 백성 민 자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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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수면의 과학》에서 남자 주인공인
스테판이 부르는 노래가 일품입니다
"당신이 날 구해준다면"
ㅡIf you rescue meㅡ
날 구해준다면
평생 당신의 친구가 될게요
당신의 침대에 넣어주세요
겨울에 따뜻하게 해 줄게요
즐겁게 장난치는 새끼 고양이들처럼
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당신이 날 구해주면
난 다시 외톨이가 될 필요 없겠죠
차들은 빨리 지나다니고 사람들은 못살게 굴고
가끔은 먹을 걸 구하기 힘들어요
당신의 세계에 넣어주세요
당신을 따뜻하고 즐겁게 해 줄게요
비가 올 때 우린 뭘하고 놀까요
당신이 날 구해주면
평생 친구가 될게요
침대에 넣어주면
겨울에 따뜻하게 해 줄게요
언젠가 누군가 내 눈을 보며
'안녕, 넌 나의 정말 특별한 고양이야'
라고 할 거라는 거 알아요
그러니 당신이 날 구해주면
난 다시 외로워질 필요 없어요
난 다시 외로워질 필요 없어요
난 다시 외로워질 필요 없어요
한국 개봉일이 2006년 12월 21일이었으니
앞으로 49일이면 꼭 10년이 됩니다
나는 2007년 이맘때 탄자니아에 있으면서
교민이 다운로드 받아온 것을 빌려 보았으니
어느새 9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이《수면의 과학》만큼은 아주 또렷합니다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남자 주인공이고
샤를로트 갱스부르가 여자 주인공이며
이미《이터널 선샤인》으로 유명세를 탄
미셸 공드리Michelle Gondry(1963)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105분간의 영화입니다
남자 주인공 이름은 스테판이고
여자 주인공 이름은 스테파니입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스테판은 꿈을 얘기합니다
TV로 공부하는 TV 계몽시간 MC로 말입니다
"오늘은 꿈은 어떻게 해서 꾸게 되는 것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꿈은 간단하고
단순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알고보면 꿈이란
그렇게 간단한 일만은 아니랍니다
꿈은 아주 복잡한 요인들이 섬세하게 얽힌
그런 일이라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꿈을 요리에 비유합니다
조리기구 앞에서 큰 가마솥에 물을 끓이고
거기에 갖가지 재료를 집어넣습니다
어떤 재료는 오늘이 되고
어떤 재료는 지난 과거의 추억이 되고
"우선 생각나는 모든 것들을 다 집어넣고
여기에 오늘 있었던 일을 추가합니다
거기에 과거에 있었던 일도 약간 추가하고요
지금 두 명분 요리를 만드는 거예요
사랑했던 일
좋아했던 일
즐거웠던 그런 일들을
이 가마솥에 모두 집어넣습니다"
"그리고 오늘 무심코 들었던 노래들도 함께요
오늘 보았던 것들 하고.....
개인적인 일들.....
잠깐만요 .....이제 된 거 같아요
맞아요. 이렇게 잘 되고 있어요
됐다. 이제 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이제 조심스럽게 조용히 얘기해야 해요
제가 잠에서 깨어버리면 안 되거든요
저는 지금 아버지랑 같이 있습니다."
스테판은 꿈속에서 꿈을 얘기한 것입니다
쭈앙즈莊子가 꿈에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지요
그러나 쭈앙즈는 꿈을 깨고 난 뒤에
비로소 꿈속의 나비가 나일까
내가 꿈속의 나비일까를 생각한 것으로
현실과 꿈이 일원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이《수면의 과학》에서는 차원이 다릅니다
실제 우리는 꿈속에서 그게 꿈인 줄 알고
꿈에서 꿈 얘기를 신나게 풀어놓지요
그리고 꿈에서도 좋은 꿈은 깰까 염려하고
무섭고 고통스러운 꿈을 꿀 때는
꿈에서 그 꿈으로부터 벗어나기를 꿈꾸지요
하지만 현실처럼 꿈도 생각대로는 안 됩니다
졸 면/잠잘 면眠 자를 보면
나는《수면의 과학》을 떠올리곤 합니다
영화 매니아들은《이터널 선샤인》을 더 치지만
나는《수면의 과학》에 점수를 더 주고 싶습니다
현실 세계는 인연으로 생겨나고
인연에 의해 유지되다가 인연에 의해 소멸됩니다
수면도 마찬가지고 꿈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이라는 시간 속에
어제가 있고
어제의 추억이 있고
꿈이 있고
노래가 있고
사랑이 있고
아픔이 있고
미움이 있고 아쉬움이 있습니다
나는 잠보입니다
스와힐리어의 '안녕'이란 잠보가 아닙니다
나는 낮이고 밤이고 잠을 즐깁니다
아침이고 저녁이고 틈만 나면 잠을 잡니다
깨어 있음의 잠이 아닌 어둠無明의 잠입니다
언제 깰지 모르는 잠을 자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나는 잠을 잡니다
그래요, 꿈 속에서 나는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0843저녁 석夕Evening
저녁 석, 한 움큼 사夕
저녁 석夕 자체 부수로 그림象形 문자입니다
일설에는 '일 가리킴指事 문자'라고도 합니다
저녁 석夕은 달의 모양을 본떴지요
달 중에서도 작은 달입니다
온달月에 비해 획이 하나 없는 데다
비스듬히 누워있는 까닭에 작은 달입니다
옛날엔 월月과 석夕의 구별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달은 그냥 달月이고
달 뜨는 어스름은 저녁夕이 되었습니다
해 질 녘이 저녁 석夕으로 굳어지면서
밤은 밤 야夜 자로 구별해서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움큼 사夕 자로 새길 경우
한 줌으로 쥘 만한 분량을 세는 단위입니다
저녁 석夕 자를 보면 죽음死이 떠오릅니다
죽을사변歺 때문일 것입니다
죽을사변歺이 붙은 글자들은
한결같이 죽음과 관련된 글자들입니다
죽을사변의 글자가 자그마치 96자나 되므로
여기에 다 실을 수는 없습니다
저녁夕이 되면 작은 달夕이 뜨지만
저녁은 작은 죽음, 절반의 죽음夕입니다
이는 온 죽음死에 대한 절반의 죽음夕입니다
다시 말해서 죽음이 긴 잠이라면
잠은 짧은 죽음으로서 절반 죽음이지요
한문의 저녁 석夕자와 마찬가지로
우리말 '저녁'의 '저'의 뜻도 심상치 않습니다
'저'가 다른 공간 다른 시간을 가리키니까요
이승과 저승을 얘기할 때 승은 곳입니다
이 세상이 이승이고 저 세상이 저승입니다
이녁은 앞에 있는 사람을 지칭하듯이
저녁도 멀리 있는 사람이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저녁은 사람이 아니라 시간이고
그 시간은 잠자는 시간이고
잠은 짧은 죽음의 시간이지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행복을 느끼며
"내쳐 잠들지 않고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는 분도 있다 했습니다
낮 주晝의 상대자字는 밤 야夜인데
왜 저녁 석夕 자를 두었을까요
이《千字文》앞쪽에 밤 야夜 자가 있었거든요
게다가 저녁夕에 밤夜의 뜻이 들어 있습니다
0844잘 매寐Sleep
잘 매寐
갓머리宀 부수에 꼴소리 문자입니다
집, 집 안의 뜻을 나타내는 갓머리宀 부수와
소릿값 아닐 미未가 합하여 이루어졌습니다
1. 잠을 자다
2. 죽다
3. 아무 소리없이 적적하다
4. 곤들매기, 연어과의 민물고기
잘 매寐 자와 관련된 한자로는
宿 : 잘 숙/별자리 수
寢 : 잘 침
眠 : 잘 면/볼 민
睡 : 졸음 수
瞑 : 눈 감을 명/잘 면 자가 있고
寤 : 잠 깰 오 자 등이 있습니다
졸 면眠 자에는 갓머리宀가 없습니다
갓머리가 없다면 침실의 침대가 아니고
놓인 장소와 상관없는 평상입니다
평상에서는 오수午睡를 즐길 뿐입니다
눈까풀이 내려오는 것이 수睡 자의 뜻이라면
면眠 자는 눈目을 어둡게民 한다는 뜻입니다
예로부터 백성民은 눈 먼 자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무지렁이無知--라는 말입니다
어둠民을 눈目에 붙여 졸음으로 표현했지요
이에 비해 잘 매寐 자는 다릅니다
우선 지붕宀을 이고 있는 집안 침실이고
침실에는 침대爿가 잘 놓여 있습니다
소릿값 미未는 어두울 매昧의 생략형입니다
눈목변目 어두울 매眛의 생략형이기도 합니다
이는 잠을 잘 때는 불을 끄고
침실을 어둡게 한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깊은 잠을 잔다는 뜻입니다
아!
졸려!
한숨 자야지!
10/12/2016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