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16박 17일 간의 황홀함 - 2015년 4월 6일 부터 4월 22일 까지 전 구간 완주-
첫날의 설렘과 두려움 속에 16 박 17 일은 황홀한 꿈속을 헤매다 현실로 돌아온 듯합니다.
따뜻한 봄 날의 가벼운 걸음 .
해풍. 파도, 하얀 구름 ,수평선, 호젓한 해변 길.
가을 하늘보다 더 파란 바닷물의 쪽 빛이 내 눈까지도 파랗게 물들이고
자연의 위대함에 눈을 감고 온몸으로 경이로움을 받아들였던 황홀함.
용암의 처절했던 몸부림이 가라앉고
신이 아니면 표현 할 수 없는
감미로운 율동으로 다시 태어난 현무암의 자태는
바다에서 불끈 솟아올라 용두암이 되고
해안가 좋은 곳에 아름답게 자리한 미소와 슬픔의 해녀상이 되고
용머리 해안의 거대한 작품도 되고
먼 바다 한가운데 가파도 마라도가 되고
높고 높은 봉 한라산 백록담의 병풍돌이 되고
올레길 한 귀퉁이 쉼 돌도 되어 오가는 이 우러릅니다.
내 거친 숨결로 대결했던 오름길의 고통과 환희.
희미한 기억 속으로 사라져버린 힘들었던 자갈길.
바닷바람의 속삭임이 귀 간지러워 콧노래를 부르게 했던 해변 길,
등 쪽의 흐르는 땀을 한 웅큼씩 덜어내던 해풍이 어머니 손길 같았던 부드러운 길
으스스한 숲 속에서 들려오던 재선충 소나무들의 신음 소리 가득 찬 곶자왈 길.
송화 가루 노랗게 옷 소매 물들이던 오솔길.
부서지는 파도, 밀려왔다 밀려가는 조약돌길.
팽목 항에 휘날리던 노란 리본을 닮은 유채 밭길, 감귤밭길.
감귤 밭 보다 더 넓은 양파 밭 사이 길.
6.25 의 상흔이 여물지 않은 비행장 길.
4.3 현장의 처절한 울음소리에 내 발걸음까지 몸부림치다 얼어붙은 고개 숙여 걷던 길.
버려진 무우가 너무 탐스러워 손톱으로 껍질 벗겨 배 불리던 무우밭 길.
아하!
너무도 아름다워 나 혼자 가지려던 바다 목장 길.
제주 아니면 찾을 곳 없는 것들입니다.
이름도 어여쁜 새 섬, 문섬, 차귀도, 섭섬, 가파도 ....광치기, 곤내골, 쇠소깍, 외돌개, 아왜낭목, 절부암, 모슬봉, 통오름. 거슨새미
가는개. 종달바당.......큰엉.
옵데강.
식당 이름조차도 멋들어진 고불락, 큰물. 순례자.......
제주 사람 아니면 표현 할 수 없는 고운 향기 가득한 말.
청자 빛 바닷물 속에서 이리 예쁜 소리 나는 말들만 골라왔는가?
정이 가득한 무인 쉼터, 무인 숙소.
내 모든 서러움을 토해낼 수 있게 했던 길가 가장 작은 교회의 열려진 방.
조그만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온 한줄기 햇빛이 준 포근함.
바람만 오고 갈 수 있게 쌓아 올린 거친 손의 한이 맺힌 돌담길.
밭 가에 길게 늘어선 돌 담은 선조들의 부르튼 손가락 피가 서렸으리.
한 포기의 생명을 심기 위해 저 많은 돌들을 고르고 걷어내어 쌓고...
무덤가 둘러 쳐진 저 돌들은 바람 결 고운 노래로 할망의 힘들었던 슬픈 넋을 달래고
돌 집에서 태어나 돌에서 살다가 돌 속으로 가버린 삶이 묘비석을 울립니다.
재선충이 온몸을 파 먹는 고통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다 기계 톱날에 무참히 베어져 나 뒹굴던 소나무의 애처로움.
표 딱지가 붙여진 밑둥치엔 아직도 진한 송진 향내 풍기며 제주 숲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다
제자리에서 맴도는 바닷가 조약돌의 아픔은 몽돌의 노래로 승화 되고.
성난 파도를 어루만지다 찢기고 찢긴 상처투성이의 해안가 절벽......
그러나 지금도 절벽은 성난 파도를 품에 안고 토닥 거립니다.
돼지고기 국수. 성게 미역국. 오메기 떡. 우럭 매운탕. 추자도 청국장 먹으러 반드시 또 가겠습니다..
너무 많은 아름다움이, 17일 간의 황홀했던 추억들이 이제 가물 가물 해지는 저편 망각 속으로 흩어져 가지만
씻어지지 않는, 씻어지지 않을 기억 .----걸을 때의 행복감, 황홀함----
발바닥의 고통도, 짓누르는 배낭의 무게도, 목 마름도, 갈림 길에서의 갈등도, 고독함도
걷고 난 후의 밀려 드는 피로감 속에 슬며시 스며드는 황홀함과 행복감은 모든 것을 웃음으로 마무리 짓게 합니다.
그래서 제주 올레 길 16 박 17 일은 황홀한 꿈속이었습니다.--제주 올레 완주를 마치고....
충주 이 종 범
내 블로그 이름--daum "걷 기 좋 아"
첫댓글 ^___^
맛난 꿈을 드셨네요~^^~
저는 오늘도 북한산 둘레길을 걸었읍니다만~ ~!
올레길을 걷던 그때의 감흥에 비하면 천분의 일 ~ ~!
^___^ 한동안~ㅎㅎ
감사합니다. 그리고 부럽습니다. 열심히 걷겠습니다.
대단하십니다.
벅찬 일정이었을텐데 만나는 것마다 아낌없이 느끼셨네요.
폭발적인 열정에 감탄합니다.
멋지십니다.
감사합니다. 소나무 재선충에 분통이 터져 소름이 돋습니다. 어찌하면 좋을지.ᆢ
제주올레 길 을오밀조밀 하면서도 아름다움 그리고 고통스럽게 내가 몸소느끼는것처럼 생동있게 표현 하였네요~
17일간의 황홀한 올레길 의 완주라면 또 느림의 미학으로 올레길을 본다면 황홀함 그 자체를 넘어 신비의 세계로 인도 할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서귀포에 사시는 님이 무척 부럽습니다.꼭 한번더 신비의 세계로 빠져들고 싶습니다.
5월에 완주했는데 자꾸 생각납니다 비오는날의 환상적인 곶자왈과 쨍한날의 오름! 언젠가 놀멍쉬멍 다시한번완주하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여유를 가지고 꼭 한번 더 걸을랍니다.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긴~~여운의 끝자락에서 이리 좋은글 올려주어서 감사합니다~~! 또다른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이젠 놀멍,쉬멍,걸으멍, 역방향 올레도 생각해보셔도 좋을듯합니다~~^전 이곳서 살면서 약3년여에걸쳐서 3번의 완주를하였고 4번째 올레길을 걷고있습니다~~ 보아도 보아도~~ 아름다운 이곳 제주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제주에사시는 님이 부럽습니다. 꼭 다시 걷겠습니다.
제주의 구석구석
제주만의 멋을 느끼시고 담으셨네요~^^
감사합니다. 더 많은 멋이 숨겨진 제주. 다시 찾겠습니다.
16박17일의 황홀한 꿈, 잘 보았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거라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영원한 추억입니다
축하드립니다..글에 가슴에 확 와닿네요.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걷겠습니다
말씀처럼제주 아니면 찾을수 없는 곳들.
같은 국경안에서도 외지의 느낌으로 설레이게
다가오는 땅
그래서 계속 다시 찾게되는 묘한 감정으로 맞닥드리게 되는 곳 같습니다.
글을 읽다보니 또 빠져듭니다..
감사합니다. 구석구석 다시한번 찾을수밖에 없는 매력의 섬입니다.
글에서 멋진 제주 풍경화를 감상했습니다
제주에 머무는 동안 만땅 에코 힐링 하시고
무사히 귀가하셧다니 _()_를 보냅니다^^~
박수에 감사 드립니다. 힘들었던 기억보다 훨씬 더 큰 줄거움의 기억이 아직도 전율을 느끼게합니다.
님의 제주여정이 한편의 수채화처럼 파노라마로 밀려옵니다*^^
발걸음 닿는 곳마다 느끼셨던 감흥이
글을 보는 내내 교감이 됩니다
저도 올레길 시작을 하였는데
또한번 재촉하여 그 감동을 느끼고 싶어집니다
감사합니다. 올레길의 멋스러움을 마음껏 즐기실 수있는 기회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이슬님이 오히려 부럽습니다. 천천히 여유로운 여행이 되시기 바랍니다
잘보았습니다 멋져요 ~~
감사드립니다. 더 멋진건 영원히 그대로 제주에 머물러있습니다. 더 맛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