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사용과 관련된 증후군
늘푸른정형외과 원장 조병구집사
1) VDT 증후군이란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사무실의 모습이 컴퓨터를 이용한 사무(OA, Office Automation) 환경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많은 시간을 컴퓨터 입력장치(키보드, 마우스)와 모니터 앞에서 보내게 되면서, 여러 가지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러한 증상의 군을 과거로부터 일명 VDT 증후군이라고 부르고 있다.
또한, 현대사회가 복잡한 정보사회로 변함에 따라 컴퓨터 사용이 보편화되고, 학습 및 일반가정, 교회까지 널리 보급되어 컴퓨터 앞에서 지내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고,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증가하므로, 이러한 VDT 증후군에 관심을 가져야 될 것입니다.
VDT 증후군이란 말뜻 자체는 모니터와 관련된 일련의 증상들을 의미하지만, 실제적으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출력장치의 일종인 모니터만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모니터 외에도 마우스나 키보드와 같은 입력장치를 통해 컴퓨터와 쌍방향 통행이 이루어지며, 이러한 마우스나 키보드와 관련된 증상도 상당하므로, VDT증후군 보다는 차라리 "컴퓨터 사용과 관련된 증후군" (CRS, Computing Related Syndrome)이라 하겠습니다.
2) 눈에 나타나는 증상과 예방방법
모니터와 관련된 증상으로 눈이 침침하거나 뻑뻑한 것, 충혈, 이물감 등은 안구건조증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정상적으로 사람의 눈은 깜박거림을 통해 눈 전체에 눈물을 고르게 분산시켜서, 각막에 영양 공급 및 노폐물을 제거하게 되는데, 건조한 환경 그리고 집중력을 요하는 컴퓨터 작업을 휴식 없이 장시간동안 했을 때 눈물의 증발이 많아져 눈이 건조해질 수 있으며, 대개 오후가 되면 이러한 증상들은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모니터를 집중적으로 응시하는 동안에 눈의 깜박거림이 적어져서 안구가 건조해 지는 것이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라도 눈을 자주 깜박거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모니터의 위치와 관련해서는 눈높이 보다 약간 낮은 것이 좋은데, 만일 눈높이보다 높을 경우에는 눈이 상방을 주시하기 위해서 눈을 더 크게 떠야 하므로 안구 건조증상이 더 잘생길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너무 낮게 설치하는 것은 모니터 화면 응시를 위해 고개를 숙이게 되므로, 목 부분 척추에 부담이 되므로, 약간 낮게 설치하는 것이 좋다. 또한, 모니터의 설치 시 벽쪽으로 설치하는 것은 쉬는 동안에도 계속 근거리에 초점을 두어야 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3) 근골격계에 나타나는 증상들
장시간 컴퓨터의 사용 중 나타나는 근골격계의 증상으로는 두통, 목이 뻣뻣함, 어깨 근육이 뭉침, 팔뒷끔치나 손목 그리고 손의 통증, 손가락의 절임 증상, 요통 등이 있으며, 대부분 장시간 바르지 못 한 자세로 앉아 키보드나 마우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목, 허리, 어깨 등의 통증과 관련해서 의자 및 책상의 높낮이를 자신에게 알맞게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의 척추 뼈 (목 부분, 가슴부분, 허리부분, 꼬리뼈부분)는 옆에서 보았을 때 정상적으로 목과 허리부분은 전만(옆에서 보았을 때 앞쪽으로 볼록 튀어나온 모습), 가슴과 꼬리뼈부분은 후만(옆에서 보았을 때 뒷 쪽으로 볼록튀어나온 모습)을 이루고 있다. 즉, 자세가 옆에서 보았을 때 정상적인 허리 커브를 이루고 있다면 좋은 자세인 것이다.
가슴과 꼬리뼈 부분은 자세에 의해 큰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목 부분과 허리부분에 대해 좀 더 설명하겠다.
요즘에 나오는 의자 중에는 허리 부분의 전만을 도와주는 제품(하이팩 등)들이 많이 있는데, 이런 의자들의 특징은 엉덩이 부분이 좀더 뒤로 갈수 있도록 뒤로 들어가 있고, 허리부분이 튀어나와 있어서 정상적인 허리부분의 전만을 만들어 주므로 요통을 예방하는데 좋다. 또한, 이러한 의자가 아니더라도 앉을 때에 이러한 모양이 되도록 조금만 신경을 써서 앉으면 요통을 예방하는데 좋을 것이다.
목 부분의 경우 정상적으로 있는 전만은 컴퓨터를 사용하거나, 책상 위의 문서들을 정리하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전만이 소실되는 자세가 되므로, 정기적으로 목을 뒤로 제쳐서 긴장되어 있는 목 뒷부분의 근육을 쉬게 해주고, 움츠려 있는 목 앞부분의 근육을 스트레칭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요즘에 라텍스 재질을 이용한 베개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하루 종일 많은 시간 동안 목 부분의 척추뼈가 정상적인 전만을 소실한 상태로 지내다가 밤새 잠자는 동안정상적인 모양을 유지한다고 생각하면 좋은 아이디어 제품이라고 생각된다.
4) 꼭 필요한 키보드와 마우스,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
입력 장치인 마우스나 키보드와 관련된 증상은 대부분 올바르지 못한 자세에서 장시간 사용하는 것이 원인이 된다. 옆에서 보았을 때 손등부분이 전완부(손목부터 팔 뒷끔치 까지를 지칭함)와 평행한 것이 이상적이다.
이 자세를 해부학적으로 중립 위(Neutral Position)라 한다. 무심코 사용하는 자세는 손목부분이 책상에 닿을 듯 말 듯 한 위치에서 좀 더 높은 곳에 위치한 키보드나 마우스를 사용하는 것인데, 이 자세는 옆에서 볼 경우 전완부에 비해 손등부분이 하늘을 향한다. 이 모습을 손목이 신전(Extended Position)되었다고 하는 데 손목이 신전된 상태에서 장시간 손가락을 이용한 작업을 하는 것은 두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첫째로, 손목의 신전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팔뒷끔치의 바깥쪽에서 시작하는, 손목을 신전하는 근육이 과다하게 일을 하게 되며(키보드나 마우스를 사용하는 시간만큼 이 근육은 쉬지 않고 일을 하게 된다), 이 위치에서 키보드나 마우스 버튼을 누르는 것은 손가락들을 신전(펴는) 근육이 중립 위일 경우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므로 쉽게 피로하게 된다.
(용수철 비유: 10cm 길이의 용수철이 있다고 하자, 이 용수철을 10cm 길이에서 11cm으로 1cm 늘리는 것과 15cm에서 16cm으로 1cm 늘리는 것은 전자에 비해 후자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할 것이다.) 이렇게 손목이나 손가락을 펴는 일을 담당하는 근육의 과다한 사용은 해당 근육통 뿐만 아니라 해당 근육이 시작하는 부분인 팔 뒷끔치 바깥쪽 부분의 뼈에도 영향을 미쳐 염증반응을 유발하여 동통과 압통을 유발하게 된다. (이러한 질병을 상완골 외상과염 또는 일명 테니스 엘보우, Tennis Elbow라 한다.)
둘째로, 손바닥 쪽에 있는 손목부분에는 손목뼈와 인대로 이루어진 수근터널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터널 내로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 신경, 혈관이 지나간다. 손목이 신전된 상태는 이 수근터널의 단면적을 감소시키고, 터널내의 조직 압력을 상승시키므로 터널 내에서 가장 연약한 조직인 신경에 가장 먼저 영향을 미쳐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손가락이 저리거나 아픈 증상을 일으킨다. (이러한 질병을 수근관 증후군, Carpal Tunnel Syndrome 이라 한다.)
위의 두 가지 질병 군을 예방하는 방법은 첫째, 인체 공학적으로 설계된 키보드 및 마우스를 선택하는 것, 둘째, 마우스의 경우에는 자신의 손 크기에 적당한 제품을 선택할 것, 셋째, 올바른 자세로 키보드 및 마우스를 사용할 것, 넷째, 작업 중 규칙적으로 손목 및 팔꿈치부분의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손목의 바른 자세(중립 위)를 도와주는 키보드용 손목 보호대나 손목 보호용 마우스패드가 시판되고 있어 도움을 주고 있다.
많은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무실의 경우 컴퓨터와 모니터에서 발생되는 열과 온풍기와 같은 난방기계에 의해 실내가 건조할 경우에는 목이 따갑거나 안구건조증상이 잘 생길 수 있으므로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과거의 CRT 모니터 보다는 요즘 대중화 되어버린 TFT-LCD 모니터가 시력보호에 유리하다고 하겠다. 외부 환경 뿐 아니라, 사용자 스스로 바른 자세, 정기적인 자세 변환을 통해 자신의 몸을 건강하게 지키는 것이 건강하게 일하는 비결이라 생각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