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를 만들었다.
예전에 12월 중순 쯤 김장이 끝나고 나면 메주를 만들었다.
늦은 것 같지만 일이 밀려 늦었다.
힘들어서 못하고 아파서 못하고 엘피지 가스가 떨어져서 못하고 일이 많아 못하다가
어제는 가스 배달하는 곳을 겨우 찾아 주문을 했다.
열쇠가 있는 곳을 알려주고 없는 동안에 넣어 달라고 하고선 대금은 계좌로 넣어 주었다.
그을음이 많이 났는데 그것도 잡아 주었다.
저녁에 어찌 해 볼까 했는데 온 몸이 죽은 낙지 같았다.
딱히 여기가 아파가 아니라 그냥 흐물거렸다.
그대로 녹아 사라질 것 같은 기분
집에 도착 즉시 약을 챙겨 먹고 한숨 자고 일어났다.
저녁도 있는 누릉지 끓여서 대충 해결하고 마스크를 쓰고
또 잤다.
밤 늦게 전화가 와서 보니 아이들이었다. 얼른 끊으라는 소리도 못하고 흐물거리며 전화를 받고서는
또 잤다.
그렇게 무작정 자고 났더니 아침에는 흐물거리던 몸이 좀 짱짱해졌다.
할까? 좀 더 미룰까?
망설이다가 콩을 먼저 담궜다.
일을 저질러야 해결을 하게 되니
그렇다고 서두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콩 담궈두고 기획서 마무리 하고
점심 시간 콩이 거의 불었다.
햇볕이 좀 있는 틈을 타서 솥을 씻고 주변을 정리하여 불을 붙였다.
콩이 삶아지는 동안 메주 둘 곳을 정리했다.
3시간 정도가 걸려서 콩이 잘 물렀다.
스텐 다라이에 퍼 두고 나머지를 또 삶았다.
두번째 삶아지는 동안 먼저 삶은 것을 주무르고 으깨서 메주를 만들었다. 크게 만들지 않기에 4덩이가 되었다.
통에 담아 키운 볏짚을 깔고 메주를 곱게 모셨다.
참 예쁘게 만들어졌다.
두번째 콩이 삶아지는 3시간 동안 누워서 또 노닥거린다.
6시 저녁을 챙기러 나가서 보니 이번 것은 물이 좀 부족했을까? 조금만 늦었더라면 탈뻔했다.
조금 덜 무르긴 했는데 탄 내가 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 그냥 만들기로 한다.
남편이 나와서 뭐라고 하는 것을 도와주려거든 저녁을 먼저 챙겨 드시라 하고선
콩을 치댔다.
30여분 뜸을 덜 들여서인지 얼른 어우러지지 않았다.
그래도 자꾸 치대니 뭉쳐지기는 했다.
내가 메주를 만들 때 좀 특별하게 하는 것이 있다.
한번 치댈 때 불가리스 한통을 부어서 치대면 메주에서 퀘퀘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참 맛있게 메주가 발효된다.
그리 해 놓으면 나중에 된장도 참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