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그림 지도-책 한 권을 옆에 낀, 교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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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3.10.08. 11:53조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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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그림 지도
책 한 권을 옆에 낀, 교토
생각이 봉우리를 맺는 오솔길 - 철학자의 길
번잡스러운 벚꽃놀이의 행락객들, 줄을 이은 수학여행 학생들, 카메라 렌즈가 아니면 세상을 보는 법을 잊어버린 관광객들…. 교토는 수많은 방문객들로 어지럽다. 그럼에도 모퉁이를 돌아가면 고즈넉한 강변,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숲길, 백 년은 족히 넘은 듯한 침묵이 기다리고 있다. 교토가 수많은 문학인들의 산실이자, 책 한 권을 들고 오는 게 자연스러운 사색의 여행지가 되고 있는 이유다.
교토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소설을 꾸준히 발표해 '교토의 소설가'라는 별명을 얻은 [태양의 탑], [요이야마 만화경]의 모리미 도미히코는 가장 교토다운 곳을 묻자 '철학자의 길(哲学の道)'이라고 답했다. 이름도 고상하여라. 긴카쿠지(銀閣寺)에서 난젠지(南禅寺)로 이어지는 이 오솔길은 20세기 초반 일본에 서양철학을 들여온 교토대 철학교수 니시다 키타로가 즐겨 걷던 길이라 하여 이런 이름을 얻었다. 드문드문 작은 가게와 카페들이 기다리고 있는 이 벚꽃나무 길은 교토다운 차분함을 대표하는 장소다.
스스로 불타버린 문제적 자아 - 금각사
눈 속의 금각은 더욱 비현실적이다.
미시마 유키오는 20세기 일본의 문제 작가들 중에서도 가장 문제아였다. 자기 소멸에 이르는 극단적 유미주의, 세상을 뒤흔든 동성애의 고백, 도쿄대 전공투 학생들과의 맞장 토론, 그리고 자위대원들의 봉기를 선동하다 실패를 깨닫고 선지피를 흘리며 공개적 죽음을 맞은 최후까지. 그는 언제나 문제의 중심으로 다가가 그 스스로 문제가 되었다.
교토의 찬란한 금빛 사찰, 킨카쿠지(金閣寺)의 공식적인 이름은 로쿠온지(鹿苑寺)다. 그러나 물 위에 떠 있는 금박의 누각이 워낙 유명해 금각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다. 1950년 이 절은 정신병을 앓고 있던 승려가 자살을 기도하면서 불타버리게 되었는데, 미시마 유키오는 바로 이 사건에 착안해 1956년 소설 [금각사]를 창작하기에 이른다. 1955년에 재건축된 누각은 지금도 비현실적인 금박을 입고 있지만, 실제로 본 사람들은 실망감을 토해내기도 한다. 어쩌면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금각은 상상 속에서야 진정한 황금의 누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게이샤는 추억이 아니라 현재 - 기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