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문학사전 - 개마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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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3.10.17. 17:00조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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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문학사전
개마고원
황건이 쓴 『개마고원』은 그의 첫 장편소설이다. 작가 황건은 1950~60년대에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소설 『개마고원』이 다 씌어진 시기는 1956년 10월이라 한다. 이른바 전후 사회주의 기초 건설시기에 해당되는 시기이다. 이 작품은 이 시기의 요구를 관철한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이후 주체사상 시기에 씌어지는 다른 소설들과는 일정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예술성이란 보는 관점에 따라서 상이한 것이긴 하지만 이 소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리얼리즘에 보다 가깝다.
소설은 해방 직전인 1945년 6월 하순에서 시작하여 한국전쟁 직후까지의 시기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비가 억수로 퍼붓는 밤에 집을 떠난지 두 달만에 김경석이 몰래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일제에 징병되어 끌려가다가 도망쳐온 것이다. 일제 말기의 암울한 상황이 집약적으로 그려진다. 그리하여 낮 동안은 헛간 뒤주 속에 숨어 지내다가 밤이 깊어서야 뒷방으로 나오는 단조롭고도 막막한 날이 이어진다. 그의 할아버지는 홍범도를 돕다가 일경의 총에 맞아 죽은 사람이다.
경석에게는 순희라는 약혼녀가 있다. 그런데 그녀의 아버지는 지주인 형 태기와 함께 친일분자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순희를 다른 사람에게 시집 보내고자 한다. 그런 와중에 돌연히 해방이 찾아온다. 해방이 되자 그들은 독립투사들인 전치덕 노인, 남재한, 안계국 등을 면 자치위원장으로 뽑고 활동을 시작한다. 주재소에서 무기를 접수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소련군대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런 부분은 주체사상이 강화되면서는 달리 해석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쏘련에 대한 깊은 애정은 이 소설의 곳곳에 드러나 있는 반면, 김일성에 대한 우상화는 아직 시작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남선생의 말이 쏘련군대만한 군대는 없다는군》
《미국이 암만 강하다 하더라두 쏘련군대가 독일을 지우구 또 일본을 쳐 나오지 않았으면 그 놈들이 어느 날에 항복했을지 몰랐을 거라는군》
《쏘련이 없꾸 미군만 이겼다면 우리 조선은 해방두 독립두 없구 그저 그꼴루 종살이를 할 거래》
한편 해방정국은 마침내 분단으로 치닫고 경석, 성팔 등은 재한의 지도 아래 활동을 시작한다. 재한은 김일성의 조국 광복회 강령을 내세우려는 사람이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동무들은 혹 나를 의심할는지 모르겠소. 중앙이 없는 오늘 투쟁 방향에 대한 나의 신념이 어디서 나오는 겐가고 의문을 가질 동무두 있을지 모르겠소. 그러나 외부적 혼란에 끌려서는 아니되며, 먼저 광범한 근로층을 묶어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도 우리들에게 제일 가는 오늘의 임무라는 것은 자신을 가지구 말할 수 있소》
이러한 과정에서 경석과 순희의 사이에는 깊은 갈등이 가로놓인다. 그것은 순희의 지나치게 순종적인 태도에서 말미암는다. 그녀는 아버지 탓에 정치학교에도 나오지 못한다. 정태기와 순희의 아버지 등은 이 시기 그들의 주요한 투쟁대상으로 떠오른다. 다음해 2월에 평양에는 북조선 인민위원회가 창설되고 김일성이 위원장으로 추대된다.
이윽고 토지개혁이 시작되는데, 여기서 태기 등과의 갈등이 고조에 달한다. 경석은 순희를 어디 공장으로 보내고자 하지만, 마음 약한 순희는 떠나지 못한다. 그 와중에도 경석에게는 여전히 바쁜 날이 계속된다. 그는 당의 소환을 받아 3개월간의 도당학교 강습을 받으러 함흥을 다녀오기도 한다. 거기서 그는 ‘해방 투쟁사’를 공부하며 무엇보다도 김일성 항일 빨치산과 관련하여 개마고원의 ‘삼갑’고향에 대한 생각을 더 절실히 하게 된다. 돌아오는 길에 그는 그의 고향을 내려다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계속 모두 그저 그꼴로 살아가야 하는가? 조금씩 나아는 지드라도 근본적인 전변이란 여기서는 있을 수 없는가? 이곳 사람들에게는 등에 진 운명이 계속되여야 하는가?)》
경석의 고향에서는 토지개혁을 한 첫해에 농민들이 제 땅을 버리고 보천등지로 떠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해결책에 대해서 고심하던 그는 마침내 그곳에 목축을 시도해보기로 작정한다. 계숙이라는 처녀가 등장하는데, 순희와는 달리 의지적이고 진취적인 성격으로 그려진다. 경석이 등은 과연 그 고지에 목축이 가능한지를 열심히 연구한다. 산간마을의 살림이란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석은 폭설에도 불구하고 마을 부녀들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여자의 몸으로 깊은 산골을 홀로 가던 계숙을 만나 그녀를 마음에 두게 된다. 그는 그녀와 순희 사이에서 마음의 갈등을 겪는다. 자살 소동 끝에 순희는 마음에도 없는 병호와 결혼하지만 병호는 그녀의 오빠 영익과 함께 모종의 방해공작을 시도한다. 그러는 동안 시간이 흘러 전쟁이 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북침한 ‘국군놈들’을 경비대원들이 격퇴했을 뿐만 아니라 섬멸적 타격을 주면서 계속 추격 중이라는 소식을 들은 경석은 이렇게 외친다.
《개놈의 새끼들이 끝내 일을 저질렀구나! 덤벼든 바에는 든든히 두드려 눕혀야 돼! 눈을 뒤집구 나가늘어지게 해야 해》
동생 경옥은 자원해서 전선으로 떠나간다. 흥미로운 것은 전쟁 시기 북한의 다음과 같은 풍경이다.
면 당부며 면 인민 위원회며 분주소며 민주 선전실 앞에는 특별히 만들어 세운 고정벽 보판들이 있으나, 전쟁이 일어나자 그것들은 무시되고 그 이쪽 저쪽에 조선지도를 그린 크다만 게시판들이 나섰는데, 붉은 줄로 허리를 딱 잘라놓은 38선 이남에는 승리의 소식이 들어오는 때마다 해방된 도시들에 공화국 깃발이 늘어갔다. 밭에 나가는 어른이나, 학교에 가는 아이들이나, 지나는 길에는 으례히 그 앞에 섰으며 돌아오는 길에도 또 그 앞에 멈춰 섰다.
그러던 전선 소식이 암울해져간 것은 가을에 접어들면서부터다. 경석은 후방에서 전선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직접 전선에 나가야 하지 않을까 갈등에 빠진다. 그러나 그곳에도 미군의 비행기들이 출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곳은 전쟁터로 화한다. 그들은 직접 전투에 참가한다. 경석은 태기 등에 의해 포로가 되기도 하지만 원갑의 도움으로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온다. 숱한 죽음을 남기고 전선은 다시 남쪽으로 옮겨가고, 경석은 문병온 계숙에게 청혼을 한다. 소설은 경석의 다음과 같은 말로 결말을 맺고 있다.
《옳소. 그 생각은 나두 똑같이 들어요. 단지 지금의 우리는 전쟁전의 우리와 같은 수 없구 같애서는 안되겠다는 말이오. 더욱 많은 일을 더욱 보람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는 말입니다》
『조선문학통사』는 이 소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평가해놓고 있다.
장편 〈개마고원〉은 일제의 패망을 앞둔 해방 직전의 조선 인민의 암담한 비극적 처지로부터 시작하여 해방, 지방 정권기관의 수립, 토지개혁, 조국해방전쟁 개시와 일시적 후퇴 등 모든 중요한 력사적 사변들에 대한 년대기적 묘사를 통하여 농촌 청년들의 투쟁 화폭과 그들의 락관주의적 성격의 발전을 일반화하였다. 박웅걸과 동일한 세대에 속하는 이 작가는 박웅걸과 마찬가지로 주로 새로운 젊은 세대, 우리나라 청년들의 영웅적 성격의 전형화에 주목을 돌려왔다. 〈개마고원〉에서는 경석의 형상을 통하여 그의 이러한 지향이 실현되였다.
한편 그 형상화에 있어서 박웅걸이 대체로 주인공들의 성격과 그 내면세계를 주로 행동과 사건전개에 의거해서 해명한다면 황건은 그것을 주로 심리묘사에 의거하여 묘사한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이것은 『개마고원』을 특징짓는 중요한 예술적 측면이면서 이 작품의 약점을 야기시킨 요소라고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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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백과] 개마고원 (북한문학사전, 1995. 11. 20., 이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