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이야기] ㅡ 3일 간의 탁구유희
시합에서 상대의 공이 높이 뜨면 때리고 싶은 건 누구나의 본능입니다. 그런데 상대의 라켓 러버가 이질 라버일 경우엔 무조건 스매싱을 하다간 낭패를 보기가 일쑤죠.
지금은 '이질 러버'란 말 대신 '안티 러버'라는 공식 명칭을 쓰는데, 롱 핌플, 미들 핌플, 숏 핌플, 점착 러버 등등의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공식 경기에서 사용하려면 아무튼 뭔가는 붙여야 하고 앞면과 색깔도 달리 해야 합니다. 레드 or 블랙~
라켓 뒷면을 사용할 필요가 가끔 있는데, 특히 펜홀더의 경우엔 왼쪽 깊숙히 빠져나가는 공을 잡아낼 때, 앞면으로 잡아내기는 불가능하니까요. 또한 상대의 서브가 난해할 때는 아주 유용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가 안타 러버를 쓴다고 하면 아주 싫어합니다. 대응하기가 여간 만만치 않거든요. 게다가 잘 대응해도 자기 폼이 망가지기 일쑤입니다.
지난 월요일 오전에 안티 러버를 쓰는 분과 단식 시합을 갖게 되었는데, 마음 단단히 먹고 연구하는 자세로 요리조리 대응책에 골몰하다가 결국 해법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안티 러버로 되돌아오는 공마다 모두 100% 성공률로 때려냈습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고수와의 시합에서도 터득한 타법이 통해서 그 고수로부터 스매싱 성공률이 100%에서 90% 정도였다고 칭찬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6시가 되어갈 무렵, 귀가하려던 중에 우연히 부부가 연습하는 모습에 가는 눈길이 돌려지질 않고 20분여 동안 유심히 관찰하게 됐는데, 부인이 쓰는 라켓이 핌플 러버인데 아주 기막힐 정도로 능숙하게 다루더라 이겁니다.
잠깐 틈을 내어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고수 중의 상고수였는데, 오래전 지역 1부였고, 한동안 안 친 지 오래인데 다음날 친선 경기가 있어서 연습하러 왔답니다. 배운다는 심정으로 랠리를 주고받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조신하게 앉아서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화요일, 어제 본 것을 상기하면서 로봇과 씨름하며 흉내내기를 해봤습니다. 그런데 왠일이랍니까. 그게 되더라 이겁니다. 물론 불안정했지만 그분처럼 저도 독학으로 반복 연습을 하면 되겠더라 이겁니다. 망외의 소득을 얻은 셈이지요.
참고로, 저는 펜홀더로 뒷면에 미들 핌플 러버를 붙였다 떼었다 하면서 이것저것 해보는데, 안티 러버를 떼었을 때가 실력이 더 늘었다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오늘 수요일, 고교 때 축구선수 생활을 했던 분과 랠리를 하게 됐는데, 그분께 해 드린 이야기, 어줍잖은 저의 탁구 철학 이야기는 대충 이랬습니다.
공에 대한 센스는 운동선수를 하셔서 그런지 역시 탁월하십니다. 몸 움직임도 부드럽고요. 저번에, 백(쇼트)을 칠 때는 배꼽 중심으로 라켓을 밀라고 말씀드렸는데 금방 소화를 하셨더군요. 그런데 라켓을 안에서 밖으로 길게 밀어내지 말고 그냥 팔을 앞으로 뻗은 상태에서 짧게 미는 연습을 하면 좋겠습니다.
혹시 오해가 있을까봐 말씀드리는데, 아까 랠리할 때, 빠르게, 느리게, 짧게, 길게, 드라이브로, 횡 드라이브로 바꿔가면서 섞어서 보내드 건 공에 대한 혹은 회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였습니다. 당구를 쳐보셨다니까 아시겠지만, 당구에서 오시와 식기, 그리고 좌우 횡회전과 비슷하게 드라이브와 커트를 이해하시면 됩니다.
게임을 안 해보셨다고 하는데, 몇달 연습하시면 저쪽에서 치시는 분들을 금방 따라잡으실 겁니다. 워낙 볼센스가 좋으시니까요. 그런데 실력이 늘 수록 조심하셔야 합니다. 실력이 늘다보면 욕심도 늘어나고 부상 위험도 커집니다. 운동선수라 잘 아시겠지만 모든 운동이 그렇듯 폼을 먼처 잘 잡아놓아야 하겠죠. 폼을 만든다는 건 결국 부상 위험을 줄인다는 뜻 아닙니까? 시합이 중요한 우선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옛날식 커트와 현대식 커트(찌르기)의 차이를 저의 어설픈 실력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이걸로서 저번에 본의아니게 이분께 얻어먹은 아아에 대한 보답이 됐을런지~ㅋㅋ
kjm / 2024.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