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차(8. 14일);태양 아래 폭염을 뚫고, 바다 향기를 품다.
어느덧 입추를 지나 8월 중순으로 접어들었다. 며칠째 숨이 턱턱 막히는 가마솥더위가 이어져 심신이 지칠대로 지쳐있던 참이었다. 마침 주말과 광복절 연휴가 맞아떨어져 낭만이 가득한 동해안으로 1박 2일 힐링 라이딩을 떠나기로 했다. 여름 여행은 단연 바다가 으뜸이다. 볕은 뜨거워도 탁 트인 푸른 바다와 시원한 해풍을 맞으면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기 때문이다. 새벽 5시 30분, 밴차량을 타고 차례로 스머프 차, 람보림 부부, 바이크 손대장을 픽업하여 7시경 강릉을 향해 출발했다.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에서 따끈한 황태해장국으로 속을 채우고 다시 길을 나섰으나,
피서철 차량이 몰려 예정보다 1시간 반 가량 늦은 11시 30분이 되어서야 강릉 남대천에 도착했다. 동해안의 명소답게 강릉은 바람 한 점 없는 32도의 땡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폭염 속을 뚫고 갈대숲이 울창한 남대천을 따라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30분쯤 지나 도착한 곳은 커피로 유명한 안목해변, 수십 개의 커피 자판기가 줄지어 서 있어 '길 카페'로도 불리는 이곳은 가족, 연인, 외국인 등 피서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미풍에 밀려오는 바다 냄새는 신선했고, 파도와 함께 밀려오는 시원함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가로막는 불법 점유 차량과 인파를 아크로바틱 하듯 요리조리 피하며 강문해변을 지나 경포대에 다다랐다. 관동팔경 중 하나인 경포대는 소나무 숲과 에메랄드빛 바다, 하얀 모래사장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끝없이 펼쳐진 데크길과 해송숲을 지나 오후 2시경 영진항에 도착했다. 어촌식당에서 성게비빔밥과 잡고기매운탕으로 점심을 먹었는데, 바이크 손대장이 엄지를 척 들어올릴 만큼 톡 쏘는 성게비빔밥의 풍미가 일품이었다. 식사를 마칠 무렵 굉음과 함께 억수 같은 소나기가 퍼부었다.
한 시간 뒤 비가 그치고 오후 4시경 다시 출발하여 주문진 어시장에 도달할 즈음, 또다시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쏟아졌다. 포구에 정박한 어선들과 분주한 상인들 사이에서 항구 특유의 바다 냄새가 물씬 느껴졌다. 빗줄기를 피해 쫀득쫀득한 골뱅이를 맛보며 잠시 쉬어갔다. 바이크 손대장과 람보림은 여기서 일정을 마무리를 하자고 했으나, 스머프 차와 오벨로(람보림 부인)의 강행 의지로 라이딩은 계속되었다. 오후 5시 30분, 비가 그친 길을 따라 남해항으로 향했다. 동해안 3대 미항이자 영화 <고래사냥>의 촬영지인 남해항은 마주 보고 서 있는 빨간. 하얀 등대가 매력적인 곳이었다.
죽도해변과 기사문항, 하조대를 거쳐 저녁 7시 30분경 첫날 종착역인 수산항에 도착했다. 수평선 너머로 바다를 금빛에서 핏빛으로 물들이는 일몰의 장관은 장시간 라이딩의 피로를 싹 씻어내 주었다. 숙박을 위해 속초 삼포해수욕장 근처 민박촌으로 이동해 여장을 풀었다. 시설은 소박했지만, 밤 10시가 다 되어 겨우 찾은 바지락칼국수로 허기를 채우고 시원하게 샤워를 마치니 안락한 휴식이 찾아왔다.
★2일차(8. 15일);소나무 숲길을 지나 최북단 대진항으로
아침 6시 기상 후, 송지호 해변의 조개구이집에서 노릇하게 구워진 갈치와 고등어구이로 담백하게 아침을 열었다. 눈부신 아침 햇살을 받으며 8시 정각, 최종 목적지인 대진항을 향해 페달을 밟았다. 맑은 물과 송림이 어우러진 송지호의 풍경은 마음을 아름답게 해주었다.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지나 공현진항의 명물인 옵바위와 잔잔하고 조용한 가진항, 그리고 명태 주산지로 유명한 거진항으로 이어졌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기이한 바위들과 철조망은 아름다움과 분단의 아픔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거진항을 지나 내륙으로 접어드니 동해안 최대의 자연 호수인 화진포가 광활하게 펼쳐졌다.
이승만, 이기붕, 김일성 별장이 자리할 만큼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이곳은 하늘을 찌를 듯 곧게 뻗은 송림이 장관이었다. 에어컨보다 시원한 솔바람이 가슴 속까지 스며들었다. 1981년 1군사령부 참모장 보좌관 시절, 김일성 별장(화진포의 성)에서 피서를 즐겼던 옛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 감회가 새로웠다. 화진포해수욕장을 뒤로하고 초도항을 지나 드디어 동해안 최북단 대진항에 다다랐다. 맑고 깨끗한 바다를 바라보며 하루 빨리 통일이 오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오전 11시 40분경 라이딩을 마치고 대진 수산시장에서 전복치, 광어, 물참치, 마르미회와 섭(홍합)을 구매해 맛있게 회를 즐겼다
바이크 손대장이 동료들을 위해 건넨 다시마 선물에는 따뜻한 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귀갓길 정체를 고려하여 진부령과 미시령, 인제를 거쳐 국도로 서둘러 이동했다. 양평 대복 불고기 식당에서 남한강을 바라보며 야채 불고기로 저녁을 먹고 서울에 도착하니 밤 9시가 되었다. 동해안은 천혜이 관광지다. 1박 2일간 동해안 강릉 안목해변에서부터 대진항까지(112,9km)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페달을 밟으며 보낸 시간은 영원히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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